-
-
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3월
평점 :
*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라이벌이라는 건 참으로 매력적인 관계여서, 라이벌이라고 일컬어지는 쪽 모두가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경쟁한다니 관심을 끌 수밖에.
그러므로 ‘라이벌’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욱 흥미진진해 보이고 가슴이 뛰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지어낸 이야기(픽션)도 아니고 실화다? 그것도 역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그러면 재미없을 수가 없지!
세계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알려줘서 재미있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해준다는 tvN 방송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내용을 엮은 책은 시리즈로 꾸준히 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역사 속 라이벌 관계를 담아 더욱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때로는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불러일으키는 흥분을 느끼기도 하며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라이벌이라고 하면 양측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데, 그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으면서도 전문가가 들려주는 역사 정보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에는 아홉 쌍의 라이벌이 나온다.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건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 두 사람,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다.
아니, 두 사람은 워낙 유명하니까 오히려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알고보니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가 극과 극의 인물이어서 라이벌 사이로도 매력이 있었고, 이번에 두 예술가의 천재성을 새롭게도 새삼스럽게도 깨닫게 되었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는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동시대에 활동했는데, 외모나 성격도 예술 성향도 정반대였다.
레오나르도는 미남에 사교적이었던 반면, 미켈란젤로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고집불통에 까다로운 성격이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회화를 최고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릴 때 선이 흐리고 경계를 부드럽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썼다면, 미켈란젤로는 조각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며 윤곽선이 뚜렷한 그림을 그렸다는 게 예술 성향도 영 달라 흥미롭다.
그렇다보니 둘이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는 두 벽화를 각각 하나씩 맡아 그리게 되는 일까지… 완벽한 라이벌 구도와 연출이 아닌가! 재밌다, 재밌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예술 작품도 다시 보게 됐다.
온갖 명화에 익숙해진 배부른 눈을 가진 현대인인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명성도 익히 알고 잘 그렸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칭송할 정도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다른 화가의 그림을 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회화의 대단함을 깨달았다.
특히 같은 주제를 두고 그린 그림 둘을 비교하니까 말 그대로 눈이 확 트이는 게… <최후의 만찬>… 너무 잘 그렸잖아…!
전체적인 구도부터 후광 차이와 창문 같은 디테일까지, 왜 시대를 넘는 명작인지 확 와닿았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 대해 읽고 사진 자료를 보면서는 다시 한번 놀랐고 새삼스럽게 대단함을 느꼈다.
매끄러운 조각 실력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분위기와 구도에 따른 크기 변화까지… 정말 섬세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와 우리가 올려다 봤을 때 예수 조각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데, 때문에 인간이 아닌 하나님 보라고 만든 게 아닌가 한다는 설명을 보고 감탄이 나왔다!
두 경우 모두 알맞은 사진 자료 덕분에 체감이 된 것이다.
두 천재 예술가의 일화를 통해서 얻은 교훈도 있다.
레오나르도는 천재성을 가졌음에도 작품 완성을 하지 못해 공방이 망하기도 했는데, 그걸 보고 완벽주의보다는 완성주의가 낫구나 다시금 가슴에 새겼다. (뭐라도 내놓자)
그리고 어느 사람이 <피에타>를 다른 화가의 작품으로 알자 충동적으로 작품에 이름을 새겨넣었지만, 이후에는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도 이름을 새기지 않았는데’ 하며 반성해서 <피에타>가 이름을 새긴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는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읽고는 나도 겸손해졌다.
<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에는 이런 인물vs인물뿐만 아니라 런던 세계박람회vs파리 세계박람회와 같은 비인물간의 관계도 나오는데, 이번 중동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란vs이스라엘도 포함되어 더욱 유익했다.
그리고 영상이 다듬어진 데다 미방영분 내용도 수록되어있으니 책으로 읽어보는 것도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방송 프로그램 후기를 보면 패널들이 중간중간에 끼어들거나 말을 더하는 게 방해가 된다거나 아쉽다는 의견도 있던데, 특히 그런 경우라면 책쪽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