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레인보 로웰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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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스쿨버스에 새로운 얼굴 하나가 탄다.
이름은 엘레노어고, 주근깨 있는 피부에 빨갛고 곱슬곱슬한 머리, 그리고 시선을 모으려고 애쓰는 것 같은 옷을 입은 덩치가 있는 소녀다.
스쿨버스에 타고 있는 아이들 그 누구도 엘레노어에게 옆자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자, 하는 수 없이 피터가 엘레노어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내준다.
피터는 엄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만화책을 보고 록 음악을 듣기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하는 수 없이’ 성사됐다.
하지만 피터가 스쿨버스에서 자신이 만화를 보는 동안 엘레노어가 만화를 훔쳐본다는 걸 알게 되고 일부러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면서, 그러다 만화책을 빌려주게 되면서, 믹싱 카세트 테이프도 주면서, 결국 말 없이 만화책만 오가는 사이에서 손을 잡고 속삭이며 얘기하는 사이가 된다.

이 소설은 피터의 이야기와 엘레노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며 둘의 마음이,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는데, 엘레노어는 새아빠와 엄마 그리고 네 명의 동생들과 살고 있는 상황으로 속이 복잡했다.
네 명의 동생과 한 방을 써야 하고, 욕실에는 제대로된 문도 없는 집에서 사는 것도 문제지만, 사이가 나빠서 내쫓기지 않도록 눈치를 봐야하는 새아빠의 존재는 엘레노어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렇다고 친아빠가 멀쩡한 사람이어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엘레노어의 가정사를 보면 어딘가에 이런 가정사를 가진 아이가 살고 있을 것이 떠올라서 답답해지다가도, 피터와 엘레노어가 다른 아이들이 있는 스쿨버스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하는 장면 같은 것은 달달하니 간질간질했다.

처음에는 서로 말도 안 하고 경계하며, 오히려 꺼리던 두 소년소녀가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고 있자니 나도 그 나잇대의 소녀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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