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무삭제 각본집
이용재 지음 / 너와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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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천재 이야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보곤 하는 나는 영화로는 <이미테이션 게임>, <어메이징 메리>, <히든 피겨스>, <네이든>, 그리고 소설로는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등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이렇듯 수학 천재 이야기 하면 내게서 당장 떠오르는 것은 바다 건너 해외 이야기이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수학 천재가 등장하고 또 국내 영화여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 책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각본집으로, 나는 일반적인 순서와는 반대로 영화를 보기 전 각본집을 먼저 읽어보게 된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자사고인데, 탈북한 천재 수학자 학성은 그곳에서 스도쿠를 푸는 것을 취미로 하며 경비일을 하고 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학성이 경비일을 하고 있는 그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인 지우다.
지우는 넉넉치 않은 형편에 열심히 공부하지만 수학, 이게 만만치가 않아 결국 담임에게 전학 권유까지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에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당분간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된 지우는 집에서 머물지도 못하고 떠돌다가 학성의 수학 실력을 알게 되었고, 학성에게서 수학을 배우고자 하면서 둘의 연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데...

탈북한 수학 천재와 수학을 못하는 학생.
이 둘의 조합은 특별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준다.
학창시절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한둘이 아니어서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학성은 그런 분야의 천재라니 특별해 보이고, 나 또한 다른 과목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수학이 발목을 잡는 학창시절을 보냈던 터라 지우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아마 ‘수포자’라는 말의 유명세만큼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와 관람자가 이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공감을 곁들이니 각본집은 더욱 술술 읽혔는데, 이 각본집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으니, 두 가지 각본이 수록되어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촬영이 진행되면서 일부 수정되기는 했지만) 실제 영화 제작에 쓰인 각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뒤에 실린 (각본이 되기 전의 거친) 초고이다.

작가 말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예산과 일정의 제약 등의 이유로 작가가 쓴 각본대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없다고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마찬가지였는지 이번에 영화 제작에 쓰인 각본도 무삭제 각본으로, 영화에 담기지 않은 장면과 상당히 다른 장면까지 구분해서 실어놓은 게 각본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예를 들면 학성의 집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왜 임대아파트 단지 장면이 빠졌을까, 또 다른 장면에서는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 장면을 빼지 않고 넣거나 바꾸었을까 상상해보는 여지가 있다는 게 좋았다.
작가의 말처럼 각본을 읽는 것은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독자 나름대로 풀어내어 재구성하며 배우나 감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초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에 쓰인 각본과 달라서 신선한 맛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이 무삭제 각본과 초고를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거기에 더해 작가가 집필에 참고하려고 지우기 전 찍어놓은 화이트 보드 사진 자료와 그에 대한 설명은 무척 흥미로웠고, 마지막으로 참고 도서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의 각본집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을지가 그려져 약간 흥분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영화나 TV 드라마작가 지망생에게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며, 작가 지망생이 아니어도 영화나 글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그런 각본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를 보고 각본을 읽는다면 그 재미가 또 다를 것이다.
나도 영화를 보고 무삭제 각본과 비교해보며 또 한번 다른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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