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루하고 무겁다는 역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보다 재미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러한 책 중 하나다.
남의 일기처럼 재미있는 글이 또 있을까?
조선시대에 쓰인 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실제로 조선시대에살았던 인물들이 쓴 일기를 통해 조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그 시대에 점잖게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었던 계층은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모두 양반이 쓴 일기로 구성되어 있어 주로 양반의 생활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 책에 수록된 일기에 한 가지 특성이 부여되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기에는 개인적인 일화에 더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은 내면까지 적혀있지만 양반들은 다른 사람에게 읽힐 것을 고려하고 일기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자의 일기라 하더라도 허락 없이 읽는 것은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같은 독자도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조선시대 일기와 그에 대한 해설 모두 현대적인 표현으로 적으며 독자와의 거리를 확 좁히려고 신경썼다는 것이다.

본문은 양반들의 일기와 그 일기를 해설하는 저자의 글, 그리고 해당 내용의 이해를 돕는 조선시대의 제도나 문화를 설명한 상자 안의 글,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되었는데, 앞서 말했듯 우리가 지금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로 풀어내어 독자가 가볍게 읽으면서 조선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뉴비, 고인물 파티, 국룰, CEO 같은 단어로 조선시대 일기 속 상황을 설명하고, 조선시대의 관청에서 일하는 관리의 직함에도 대리, 차장, 과장을 썼을 정도다.

거기에다 저자는 일기에 담긴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이어서, 예컨대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지금 또는 과거에 오랜 시간 시험이나 취업을 준비한 독자는 문과 과거에 계속 낙방하여 무과로 전환하면서 과거 준비에만 총 12년을 보내고 또 수년의 기다림 끝에 관직을 받은 노상추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 자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저자가 조선시대 일기를 필사한 것이고 (그러니까 실제 조선시대 일기 사진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그림이나 문서의 사진 자료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저자 개인으로서는 자신이 필사한 자료가 책에 수록되는 일이 의미가 있겠지만 독자로서는 실제 일기의 사진 자료가 들어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공정한 시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부정행위가 관례까지 되어버린 난장판 과거시험, 오랜 기간의 공부 끝에 어렵사리 과거에 급제했지만 그 이후 관직을 받기까지 또 기다림의 시간, 그렇게 드디어 관리가 되었으나 겪어야 하는 곤욕스러운 신고식, 수령과 양반 사이의 투쟁, 온갖 이야기에 권위 있고 멋있게 등장해서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턱도 없는 출장비 때문에 자신과 수행단의 의식주를 해결하느라 애쓰며 지방 파견을 가야만 했던 암행어사(‘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암행어사라니!’ 라는 제목에서 암행어사가 되는 일은 그만큼 기꺼운 일이 아니었음이 느껴진다), 투옥과 유배 생활, 할아버지가 쓴 손자 육아일기와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가족간의 갈등, 부동산에 큰 관심이 쏠린 지금 읽어 더 재미있던 좋은 땅을 차지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마냥 을이었을 것만 같았는데 실은 양반을 사칭하거나 중간에 횡령하며 꼼수를 부리기도 했던 노비들의 이야기까지, 생각밖의 조선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책인데, 사실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는 이전 저작 외에는 역사와 관련된 이력이 보이지 않아 책을 읽기 전에는 전문성면에서 조금 걱정했지만, 저자는 전문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문 검수 등에는 고전번역교육원의 교수와 선생의 도움을 받아 책을 집필했다고 했고, 책 말미에 정리된 참고문헌과 도판출처도 그런 걱정은 덜었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각 일기에 담긴 이야기에 저자의 해설까지 더해지니 ‘역사 드라마보다 재밌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이라는 문구에 맞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조선의 일상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재미있고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며 조선시대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