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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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지 않고, 또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 책 <우주를 삼킨 소년>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엘리 벨 또한 상처 많은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엘리에게 상처가 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엘리를 사랑했다.



엘리는 호기심 많은 열두 살 소년인데 그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소설에서는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을 가지고 있다.

엘리의 그런 면모를 형성한 데에는 성장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엘리의 아빠는 술독에 빠져 살았고 엄마는 마약에 빠져 살았으며, 새아빠 라일은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한 사람이자 엄마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게 한 사람이고 마약 거래 일까지 한다.
한 살 많은 엘리의 형 오거스트는 여섯 살 이후로 말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지만 몸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결코 무지하지 않으며, 엘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는 이웃 슬림 할아버지는 교도소를 탈출한 전설의 탈옥수였다.

주변 인물만 보아도 엘리가 어떤 나날을 보냈을지가 눈에 그려져서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는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새아빠 라일로 인해 마약 범죄 조직과 얽히면서 엘리의 엄마는 감옥에 갇히고 엘리는 손가락을 잘리는 일도 겪었다.
이렇게 소설에는 엘리 나이의 아이가 마주하기에는 무거운 일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놓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에요?”
(...)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

p.223



놀랍게도 <우주를 삼킨 소년>은 이 소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트렌트 돌턴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소설 속 엘리가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한 부분에서 이 이야기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그 유명한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우주를 삼킨 소년> 홍보 문구 속에 등장한 것에는 둘 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공통점 또한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날 병원에서 네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에 대해 물었지, 엘리. 나도 그 생각을 해봤다. 아주 많이.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그때 말해줬어야 하는데. 네 과거도, 엄마도, 아빠도, 네 출신도 상관없어. 그저 선택일 뿐이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되는 건 말이다. 그게 다야.”

p.351



사실 67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은 읽기에 적은 분량이 아니고 거기에다가 밝은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이 마냥 무겁거나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말로는, 엄마가 아빠에게서 도망쳤을 즈음부터 형이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형은 여섯 살이었다. 엄마가 어린 내게는 아직 말해줄 수 없는 어떤 일에 심하게 빠져서 한눈파는 사이, 우주가 엄마 아들의 말을 훔쳐 갔다고 한다. 우주가 엄마 아들을 훔쳐 가고 불가사의한 A급 외계 물체와 바꿔치기했단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그 외계 물체와 2층 침대를 함께 써야 했다.

p.21



먼저 작가가 저널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삼킨 소년>은 우리가 저널리스트 하면 떠올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장으로 쓰였다.
마치 시와 동화 같은 문장과 묘사는 엘리가 마주한 힘든 현실도 마치 꿈을 통해서 보는 듯 만들었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엘리를 응원하며 엘리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이 소설을 계속해서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 난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예요, 슬림 할아버지. 좋은 사람은 무모하고, 용감하고, 본능적인 선택으로 움직이죠. 이게 내 선택이에요, 할아버지.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 (...)

p.627



아름답고 또 내 마음을 흔들어 밑줄 긋고 새겨두고 싶은 문장들도 많았는데, 나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와는 거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쭉 살았고 엘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엘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내면도 성장한 기분이 든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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