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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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러 나가면 나는 걷다가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 보곤 한다.
어두운 하늘을 밝히고 있는 달이나 짙은 하늘 위에 총총히 수놓아져 있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고, 내 눈에 담기는 아름다운 광경 그 너머에 있는 우주를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 끝은 절대 볼 수 없을 우주의 무한함과 그 무한한 공간에 있을 수많은 행성과 위성 등을 떠올리면 숨이 막힐 것만 같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그렇게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한 반면에 미지의 우주를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리 가고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함께 행동력을 가지고 발로 뛰며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과 명왕성 탐사, 그리고 그 결과를 담았다.
나는 지금까지 화성 탐사나 달 탐사에 대해서는 여러 번 들어봤지만 명왕성 탐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책을 읽어보니 당시에 명왕성 탐사는 꽤 큰 화제였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명왕성은 제2의 지구로 불리는 화성과 달리 주목 받지 못한 소행성이지만, 태양계 끝에 위치한 명왕성까지의 여정은 태양계를 끝까지 종단하며 인류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지구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명왕성까지의 여정은 지난하고 또 지난했다.
뉴호라이즌스 호가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이동하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명왕성 탐사 제안서가 승인될 때까지만 해도 10년 이상이 걸렸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 탐사를 마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는가?


SSES 회의에서 헌텐은 토론 중 중요한 순간에 앞으로 나셨다. 앨런이 다음 번 새로운 시작의 후보로 명왕성 탐사 계획을 꺼내 들었다가 공격을 받은 뒤였다. 화성이 더 중요하고 지구에서 가기도 쉽기 때문에 명왕성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고 누군가가 주장하자 헌텐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안을 한번 둘러본 뒤 명왕성에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모든 과학적 이유들을 요약해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크게 소리치는 듯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젠장! 탐사선이 명왕성에 도착할 때쯤 나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 설사 살아 있다 해도 그런 상황을 의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과학이 중요해요. 그러니 그냥 합시다.”

p.115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까지 도착하는 데 단 열흘 앞두고 있었을 때 발생한 연락 두절 사고는 14년 동안 2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들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었던 만큼 무척이나 아찔했지만 기술적 문제 이전에 외압으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뻔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고난을 헤치고 드디어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가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6년에는 명왕성이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퇴출되는 일이 일어났다.

라떼는 태양계 행성의 앞자리만 가져와 외울 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마지막에 ‘명왕성’이 위치해 있었는데, 2006년에 새로운 태양계 행성 정의에 의해 달보다 작으며 궤도가 다른 명왕성이 더이상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으로 분류되면서 이제는 태양계 행성을 외울 때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만 외우면 된다.
명왕성이 퇴출되어 학생들은 한 글자라도 덜 외울 수 있으니 좋을지 모르지만 명왕성과 뉴호라이즌스 팀에게는 좋을 리 없었다.

그러고보니 명왕성의 영문이름 플루토(Pluto)는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신 하데스의 로마 이름에서 가져왔고, 하데스는 주요 신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있기 때문에 올림포스의 12신에는 포함되지 않는데, 명왕성의 처지가 하데스와 비슷해 보인다.
아무튼 이전에 명왕성 퇴출에 대해 찾아보았을 때에는 그대로였다면 태양계 행성이 계속 늘어났을 테니 (학생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새롭게 태양계 행성을 정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명왕성 퇴출에 대한 다른 시각을 알 수 있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의 저자는 두 사람, 앨런 스턴과 데이비드 그린스푼이다.
두 사람은 모두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 관계자이지만 앨런 스턴은 프로젝트 처음부터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고 데이비드 그린스푼은 (그 또한 과학자이지만) 이 책에 관해서는 주로 작가로서 활약했다.
그렇게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의 중심 인물과 주변 인물이 500여 페이지에 걸쳐 그 과정을 자세하게 적어내려간 결과물이니, 이 책을 읽으며 명왕성과 탐사 과정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명왕성, 그러니까 우주와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까이에서 보는 듯했다.
그래서 깜짝 선물처럼 책 중앙에 위치해 다른 장과 달리 사진 자료에 적절한 종이에 인쇄된 사진 자료들, 뉴호라이즌스 팀원들의 얼굴, 뉴호라이즌스 호가 실린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 크게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 탐사의 결과물 등을 보았을 때 감동이 더했고, 이 사진 자료들은 글과 함께 큰 상승 효과를 내서 제 역할을 다 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거나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여럿 떠올랐지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 1999)>였고, 내가 수없이 본 이 영화는 냉전이 지속되던 때 탄광 마을에서 살던 호머 히컴(Homer Hickam)이 주변의 반대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여 동경하는 로켓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다는 실화를 담고 있는데, 둘 모두 우주를 향한 열정으로 흘린 땀이 어린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호머 히컴은 나중에 나사(NASA)에서 일하게 되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인물 중 하나가 된다.

마지막으로,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까지 가기 위한 과정과 아름답게만 보였던 표지의 사진이 뉴호라이즌스 호가 태양계 바깥으로 멀어지면서 명왕성을 바라본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다시 표지를 보니 어쩐지 가슴이 벅찼다.
뉴호라이즌스 호와 뉴호라이즌스 팀과는 달리 따뜻하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 위에 앉아 책을 읽으며 그들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어쩐지 민망하면도 영광이었고, 앞으로 인류의 우주를 향한 행보가 기대되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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