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과학으로 보는 지구 대재앙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기후 변화가 두드러지고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래 전망이 어두워지고 지구 종말을 그리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때에 이런 책의 출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최고 천문학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밥 버먼이 대격변과 재앙을 과학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이 책은 내게도 흥미로웠다.



1부 ‘우주의 대격변들’에서는 끝 없이 팽창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우주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지구를 혼혈 행성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은하수 안에서 태어난 지구에 처음 10억 년동안 허구한 날 소행성과 혜성들이 충돌했는데, 어느 날은 테이아(Theia)라고 이름 붙여진, 화성만 한 행성과 정면충돌했고 그때 지구 지각 전체가 산산조각나면서 지구의 잔해와 테이아의 잔해가 섞여서 지금의 지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구와 테이아가 섞인 혼혈 행성인 셈이다.

지구에 테이아라는 행성이 충돌했을 때 지구만 대격변을 겪은 것이 아니었다.
충돌 시 양쪽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큰 덩어리가 지구 주위를 돌다가 합쳐졌는데 그게 바로 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행성간의 충돌만 해도 난리가 났으니 은하계들이 충돌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일이 일어나면얼마나 큰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실제로 은하계끼리 충돌한 적이 있고 과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는데, 두 은하계는 결국 하나의 핵을 가진 거대한 타원형 은하가 되겠지만 별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기는커녕 접촉도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니 재미있다.



2부 ‘지구의 대격변들’에서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대격변과 재앙을 이야기한다.

대양의 표면 온도가 욕조 온수 온도처럼 40도에 달하고 지구 대기 중 이산화 탄소가 2,000ppm 정도까지 치솟았다는 (지금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404ppm으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대멸종 때 지구 상황이나, 지구 전체가 빙하로 덮여 있는 상태인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가 7억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서 읽었던 행성 충돌 같은 거대한 재앙보다도 더 거대하게 다가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전염병에 의한 재앙은 말할 것도 없고, 핵이 관련된 대재앙도 그동안 체르노빌이나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를 생각하면 너무도 현실적인 문제여서 소름이 돋는다.

3부 ‘내일의 대격변들’에서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대격변과 재앙들을 알려준다.
1910년 핼리 혜성이 다가왔을 때나 20세기 말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밀레니엄 버그(Y2K)나 2012년 마야 달력 소동과 비슷하데 앞으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줄 사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데, 가장 가까운 사건은 2020년 12월 21일, 즉 올해 말에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대격변과 재앙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흥미롭고 어떤 때는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을 바탕으로 이러한 것들을 아는 것이 그저 상상력을 발휘했을 때보다 두려움을 경감시키며 과거에 있던 대격변과 재앙을 통해 배우고 앞으로를 대비하면 (물론 은하계 충돌 같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격변도 있지만) 재앙을 미루거나 어쩌면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당장 직면한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문제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외면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요즘 같은 때에 더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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