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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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피아노라고도 하는 고가의 피아노 브랜드 중에서 보통 스타인웨이라고 부르는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Steinway & Sons)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의 그랜드 피아노는 수많은 콘서트 홀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연습실에 자리잡고 있으며 전문 피아니스트부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까지 사랑받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우승한 쇼팽 콩쿨에서 사용된 피아노에 대해서 좀 알 수 있었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쇼팽 콩쿨 참가자는 네 대의 피아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피아노를 선택해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쇼팽 콩쿨 참가자 중 많은 수가 네 대의 피아노 중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선택했고, 그 해 우승자 조성진 씨 또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선택해 연주했다.

이렇게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사의 피아노가 선호되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고가의 피아노인 만큼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기에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했는데, 음악 관련해서 폭넓은 책을 다루는 프란츠 출판사에서 내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책 <스타인웨이 만들기>가 출간되었다.

저자 제임스 배런은 실력 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자 뉴욕 타임스 기자이고 11개월 간의 취재를 거쳐 이 책을 썼다고 해서 신뢰가 가고 기대가 되기도 한 책이다.

이 책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피아노 중에서도 K0862 콘서트 그랜드를 주인공으로 하며, 미국 뉴욕공장을 주 배경으로 하여 K0862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과 스타인웨이 일가와 K0862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의 역사를 알려주는 부분, 이렇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다른 여러 회사의 피아노와 달리 공장하면 떠오르는 대량 생산 자동화 기계와는 거리가 먼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방법과 사용되는 도구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인데, 문서화된 매뉴얼 없이 선배가 후배에게 일하는 방법을 전수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피아노를 만들기 위한 흠 없는 나무를 고르고, 그 나무가 여러 직원들의 손을 거치고 기다림 끝에 피아니스트의 손길이 닿는 콘서트 그랜드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 (...) 호르바체프스키는 공장이 ‘하루에 피아노 열 대 가량’의 페이스로 움직인다고 한다. 1년으로 치면 약 2500대 정도가 된다. 한때 혁신의 대표 격이었던 이 공장은, 이제 다른 산업이 자동화 물결에 올라타며 버리고 간 제조 기법들을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p.106-107”


“ 기실 따지자면 매일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벌어지는 공정은 주문 제작과의 경계가 모호할 지경이다. 야마하 같은 경쟁사들은 기계를 사용하는 대목에서 스타인웨이는 수작업 도구를 사용한다(그러나 야마하는 K0862와 같은 크기의 콘서트 그랜드를 제작하는 데 스타인웨이와 마찬가지로 약 9개월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가와이Kawai는 가격이 15만 달러가 넘는 콘서트 그랜드를 시판 중인데, - 스타인웨이가 K0862에 붙일 가격보다 6만 달러 가까이 비싼 셈이다 - 그런데도 스타인웨이라면 나무를 쓸 지점에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한다. (...)

p.110”



또 저자는 스타인웨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른 부분과 다르게 현재형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가 저자와 함께 뉴욕에 있는 공장에서 스타인웨이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한편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의 역사는 슈타인베크라는 이름과 함께 시작되는데, 스타인웨이 일가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으로, 창립자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를 제외한 다른 가족은 이름뿐만 아니라 성도 슈타인베크(Steinweg)라는 독일식에서 미국식으로 바꾸어 스타인웨이(Steinway)가 된 것이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창립자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이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Steinway & Sons) 회사를 이끌었는데, 아들 중 C. F. 테오도어가 가족이 있는 뉴욕이 아닌 독일에서 피아노 공장을 운영하여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미국 뉴욕산과 독일 함부르크산으로 나뉘게 되었다.

미국 뉴욕제와 독일 함부르크제 피아노는 외형부터 차이가 있는데, 피아노 도색 방식과 도색에 쓰이는 래커도 다르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건반 양쪽 암(arm)의 모양이다.
뉴욕산 피아노의 암은 셰러턴 암이라고 불리는 날카로운 직각 모양이지만 함부르크산은 둥그르스름한 모양이라고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정말 건반 양쪽 암(arm)의 모양이 달랐다.

피아노의 역사라고 하면 지루해보일지 모르겠지만, 피아노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 부분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부분하면 나는 박람회 당시 라이벌이었던 두 피아노 회사, 스타인웨이와 치커링이 대결을 하다가 연출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스타인웨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이렇게도 다른 모습이라니!
이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스타인웨이와 치커링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와중에는 우스꽝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 두 회사가 모신 피아니스트들이 각자의 부스에서 연주 경연을 벌이는 형국이 펼쳐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들은 피아노 앞에 앉아 첫 화음 모양으로 쫙 편 양손을 허공에 든 채 대기했다. 반대편 부스에서 들려오는 선율에 조금이라도 틈이 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곡에 잠깐의 공백이 생기면, 설령 그것이 두 마디짜리 짧은 쉼표라 하더라도 어김없이 반대쪽 부스에서 연주 소리가 치고 들어와 잘라먹었다.”

p.190-191”



<스타인웨이 만들기> 각 장의 앞에 위치한, 피아노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처럼 스타인웨이와 관련된 흑백 사진과 책 마지막에 위치한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도해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아쉬운 점도 사진이 각 장의 앞에 한 장씩만 들어갔다는 것이다.
뉴욕산 스타인웨이 피아노 건반 양끝을 둘러싼 암과 독일산 스타인웨이 피아노 암의 차이도 글로만 읽었을 때보다 사진을 찾아 비교해보니 더 명확하고 흥미로웠는데, 사진 자료가 더 많았더라면 이런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스타인웨이 만들기>를 읽으며 K0862가 거쳐온 길을 함께 했다보니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K0862에게 CD-60이라는 아이디 넘버가 주어지고 피아노로써 자기 몫을 하게 되었을 때는 내가 다 뭉클했다.
(아직도 피아노 가격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이전보다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거리가좁혀진 느낌이다.
그리고 내 짐작대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역사 속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고가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이유가 있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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