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꿈을 그리다 -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
라영환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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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빈센트 반 고흐는 현재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아닌가 싶은데, 그만큼 지금까지 출판된 그에 대한 책은 그 수가 많고,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은 몇 권이나 읽었다.

그렇게 그에 대한 책으르 여러 권 읽었음에도 이번에 또 <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읽게 된 이유는 저자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기독교와 영성이라는 다른 시간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빈센트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이고 자신도 목회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이전에 그에 대한 책을 읽으며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뿐 그의 삶이나 작품을 종교적으로 보거나 해석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다.

 반 고흐의 소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한 소명이 인생 전반부에서는 성직자로서, 후반부에는 화가로서 표현된 것뿐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하셨듯이, 자신도 예술을 통해 사회적인 약자를 섬기고자 하였다.


p.18

<반 고흐, 꿈을 그리다>는 신학자 라영환 교수가 2017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의 결과다



1부 '반 고흐 해석의 난점들'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려진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는 빈센트가 아니라 고갱의 증언을 바탕으로 알려졌다며 빈센트 스스로가 아닌 고갱이 펜싱 칼로 빈센트의 귀를 잘랐을 가능성을 말하며 시작한다.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 <까마귀 나는 밀밭>은 편견 때문에 이 작품이 가지고 있던 어두운 죽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까마귀를 보고 봄을 떠올리며 하나님이 이 땅을 새롭게 하실 거라고 쓴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인용하며 고통 속에서 솟아나는 힘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책을 읽으며 <까마귀 나는 밀밭> 외에도 이런 식으로 그의 여러 작품들을 해석한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오늘 아침 교회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 떼를 보았어. 이제 곧 봄이 오겠지. 종달새도 돌아올 것이고. "하나님은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할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처럼 하나님은 이 땅을 새롭게 하실 거야. 그리고 그 하나님은 사람의 몸과 마음도 새롭게 하실 것이고. (1877.1.21)


p.66

2부 '반 고흐가 되어 반 고흐를 보다'에서는 그의 가족관계와 성장과정을 통해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 더 깊게 알아본다.

여기에서 빈센트가 보낸 편지 2/3이상의 수취인일 정도로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로 잘 알려진 친동생 테오와, 빈센트가 죽고 6개월 후 테오도 따라가 뒤에 남아 빈센트의 편지와 작품을 보관하며 빈센트 반 고흐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테오의 배우자 요한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감명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요한나가 남편 테오에 대한 그리움에 빈센트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몇 번이고 읽다가 빈센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게 인상적이다.


3부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에서는 노동의 신성함을 그린 밀레의 작품을 모작하고 재해석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중 <씨 뿌리는 사람>을 시작으로, 직업적 소명설과 세속적 금욕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신앙적 배경인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칼뱅주의가 그의 그림에 영향을 주었다며 빈센트 반 고흐의 유명작 <해바라기>를 비롯하여 그의 여러 작품에 대해 말한다.

 반 고흐의 생애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 <명작의 사생활: 빈센트 반 고흐>에서 그가 해바라기를 그리는 데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더글라스 드루윅은 해바라기가 오랫동안 기독교에서는 세상의 빛이 되신 그리스도를 추구하는 신자들의 갈망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주장하였다. 즉 해바라기는 '이미타티오 크리스티(그리스도를 본받음)'의 상징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성경책 요한복음 1장에는 그리스도를 나타내기 위하여 해바라기 삽화가 있었다고 한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반 고흐는 어릴적부터 해바라기의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에 익숙했을 것이다. 반 고흐는 해바라기가 갖는 이러한 상징성과 해바라기의 색채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는 꽃의 특성을 연결시켜 영원을 사모하는 신자들의 갈망을 표현했다.


p.281-282

저자는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했지만, 그 해석의 근거로 빈센트 반 고흐의 서신을 인용하며 제시했다는 것은 저자의 의견에 힘을 보태준다.

물론 편지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서 빈센트가 솔직하게 진실만을 적었을 거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존하는 기록 중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글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무실에만 앉아 있었던 게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의 자취를 따라 그가 머물렀던 곳과 같은 관련 장소를 직접 걸어가 보았다.



또 책 속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품과 다른 화가의 그림 몇 점,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생가, 그가 다녔던 서점, 그의 그림의 소재가 된 장소 등 많은 양의 그림과 사진 또한 수록되었는데, 소수인 몇 개의 그림은 감상하기에는 크기나 선명함에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사진과 함께 참고 자료가 되어 책을 풍성하게 했다.



이번에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기독교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읽으며 어둡고 광기 어린 비운의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닌 그와 그의 작품의 다른 면모를 알 수 있었고, 이전과는 다르게 보게 되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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