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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서양 철학의 역사 입문서를 하나 읽고 다음 책으로 <틸리 서양철학사>를 읽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째는 이 책이 미국 대학에서 교과서로써 쓰였다는 것, 둘째는 오랜 시간 읽힌 저서라는 것이고, 셋째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쓴 글이 온전히 객관적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수많은 정보 중에서 글에 적어 넣을 것을 고르는 것부터가 개인의 판단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객관적인 글은 존재 가능하다고 보고, 역사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틸리 서양철학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소개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
이 특징 때문에 이 책이 미국 대학에서 교과서로 쓰이고 오랜 시간 읽혔을 것이라 생각한다.
철학 교수 프랭크 틸리가 쓴 <틸리 서양철학사> 원서(A History of Philosophy)는 1914년에 첫 출판되었다니 100년도 더 지난 책이고 개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국내에서는 이전에 현대지성사에서 <표준 서양철학사>라는 제목으로 1998년에 출판되었던 책이 올해 <틸리 서양철학사>로 다시 출판되었는데, 국내 출판계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어서 팔리지 않는 책은 오래 지나지 않아 절판되어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 첫 출판 후 20년이 더 지난 시점에 다시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오랜 시간 읽혔다는 말을 뒷받침해 준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은 '교과서적'이라는 것이다.
책을 펼치고 서론을 지나면 가장 먼저 그리스 철학부터 만나게 되는데, 그리스의 환경, 정치, 문학, 종교부터 짚는 것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고, 특히 소개하는 철학자나 사상의 문제 또는 한계를 적은 부분은 더 관심 가지고 읽었다.
프랭크 틸리는 서양 철학의 역사 흐름 속 다양한 학파와 철학자들을 설명할 때 세부적으로 나누어 폭넓게 다루었는데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는 신학, 물리학, 생물학, 정치학 등의 분야로 나누어 알려준다) 이러한 점도 학창시절에 공부하던 교과서를 떠올리게 했다.
부드러운 설명이 선호되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친근한 설명을 강점으로 내새운 책들이 출간되었고 교과서라 이름 붙인 책들 중에도 딱딱함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책들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교과서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러한 교과서적인 문체이지만 이런 문체는 명료하다는 장점이 있다.

<틸리 서양철학사>는 입문서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깊이 있으면서도 서양철학사 전체를 정리할 수 있는 책을 찾는 독자가 살펴보기에 알맞은 책으로, 철학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로웠으며 여러 학파와 철학자들의 사상을 만나면서 내 사고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읽기에 쉽지만은 않은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눈으로 한 번 읽고 끝낼 게 아니라 교과서로 공부하던 때처럼 필기하며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