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작은 아씨들 1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초호화 벨벳 에디션) - 영화 원작 소설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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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은 세계명작동화나 전집 사이에 끼어 있던 작품 중 하나이니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나 축약본으로 먼저 만난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나도 어렸을 적에 <작은 아씨들>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따뜻하고 좋았던 것으로 남아있고, 무엇보다 여성 서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작은 아씨들>을 완역본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영화 <작은 아씨들>의 개봉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영화 원작 소설인 <작은 아씨들>을 출판한 이때가 적기로 보였다.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은 아씨들>은 저마다 특징이 있어서 비교하며 고르는 재미가 있다.

더스토리 출판사에서는 두 가지 버전으로 출판되었고, 패브릭 재질의 커버와 1896년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 끌려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 초호화 패브릭 벨벳 에디션 양장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의 실물을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은 '클래식한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는데, 1868년 초판본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고 손에 착 감기는 패브릭 커버는 책을 손에 들자마자 반하게 했고, 책 내부의 1896년 일러스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고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가름끈도 있고 표지의 금박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완성도도 만족스러웠다.


<작은 아씨들>은 원래 1부와 2부가 따로 출간되었지만 이후 합본으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본은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두꺼운 책이 부담스럽다면 1부와 2부가 따로 출판된 더스토리 출판사 버전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소설은 남북전쟁(1861년~1865년) 당시의 미국으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던 때 마치 가의 집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마치 가에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와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화목하게 살았는데, 아버지인 마치 씨가 사정이 나쁜 친구를 돕다가 재산을 잃은 데다 전쟁 때문에 집을 비워서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네 자매의 어머니 마치 부인은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먹을 것과 옷과 땔감을 내어주며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었고, 자매들도 어머니의 제안에 크리스마스 아침 식사를 더 가난한 이들에게 양보하고 빵과 우유로 배를 채우고, 용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드릴 소박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장만하는 등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마음은 부자인 가족이었다.


네 자매 중 첫째 메그(마거릿)는 이전에 부족하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어서 가난을 더 힘들어했으며, 화려한 삶을 동경하는 예쁜 열여섯 살 소녀다.

반대로 열다섯 살 둘째 조(조세핀)은 조세핀이라는 이름보다 조로 불리기를 원했고, 얌전한 숙녀는 되고 싶지 않은, 소위 말해 왈가닥이다.

조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투영된 등장인물인데, 그렇지 않아도 조가 지니고 있는 특징은 명랑소녀 이야기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열세 살 셋째 베스(엘리자베스)는 수줍음이 많지만 다른 자매들이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인형들을 보살필 정도로 따스한 마음씨를 가졌고, 생각이며 행동이 사려 깊고 어른스러워서 왜 모두에게 사랑받는지 이해가 갔다.

막내 에이미는 고상함과 우아함을 추구하며 허염심이 있지만 귀여운 열두 살 꼬마 숙녀다.

이들의 어머니 마치 부인은 자애롭고 현명하면서도 듬직하고, 마치 씨는 전쟁으로 집을 비웠음에도 아내와 네 딸을 그리워하며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내는 아버지다.


마치 가의 옆집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옆집 소년 로런스' 로리도 뺴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인데, 몸은 약하지만 예의 바른 조 또래의 소년이다.

조와 로리가 친해진 작은 파티에서는 로리의 배려심이 돋보이고, 조도 로리의 외로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 "멋진 폴카야. 가서 춤추지?"

 "네가 같이 가면." 로리는 프랑스식으로 허리를 약간 굽히는 낯선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난 안 돼. 메그 언니한테 춤 안 추겠다고 했거든 왜냐하면......."

 (...)

 "음, 난로 앞에 서 있는 별난 버릇 때문에 드레스를 태워먹을 적이 몇 번 있는데 이것도 그랬어. 말끔하게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자국이 보여서 언니가 아무도 못 보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웃고 싶으면 웃어도 돼. 웃긴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로리는 웃지 않고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 표정에 조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가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괜찮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줄게. 저기 긴 복도에서 당당하게 추면 돼. 아무도 못 볼 거야. 가자."


p.68-69

 

1896년 오리지널 일러스트 덕분에 자매가 함께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하고, 베스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를 하는 등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소설의 배경인 1860년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고, 일러스트가 소설의 분위기를 얼마나 좌지우지 할 수 있는지도 다시금 느꼈다.

 "얘야, 이 놀이를 하는데 나이는 상관없단다. 방식만 다를 뿐 언제나 하고 있어. 우리 짐은 여기에 있고 앞에는 길이 펼쳐져 있지. 그리고 선함과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무지와 실수를 수없이 극복하고 진정한 천상의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평화로 이끄는 안내자란다. 자, 나의 작은 순례자들아, 순례를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보렴. 놀이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말이야.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자."


p.27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이어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짐'이 있는데, 네 자매가 성장하는 것을 순례자가 천상의 도시로 가기 위해 죄라는 짐을 짊어지고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로역정>에 비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을 읽으면서 네 자매의 이야기 자체를 즐길 뿐만 아니라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며 소설이 출간된 시기인 1860년대에 여성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당시로서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다는 소설 속의 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번역에 대해서는 영어 원서와 일일이 비교해보지 않아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소설을 읽는 데 번역이 방해되지 않았고, 벙어리장갑이 아니라 엄지 장갑으로 번역했다는 것에서 역자가 이야기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번역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150년 이상이란 긴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사랑스러운 소설을 클래식한 느낌을 한껏 살린 멋진 디자인의 판본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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