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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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미국의 한 토크쇼에서 클래식 디즈니 영화의 여성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신데렐라>나 <인어공주>같은 일부 디즈니 영화를 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신데렐라는) 부자 남성이 자신을 구해줄 것을 기다린다. 그러지 마라. 내가 나를 구하면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어공주에 대해서는) 노래가 너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 때문에 내 목소리를 포기한다고? 이건 아니지 않나.

(출처 : https://www.bbc.com/korean/news-45910663)


고전 디즈니 영화뿐만 아니라 동화를 포함한 책까지 시대에 뒤처진 여성상과 고정관념을 담은 매체는 아직도 많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고 읽히고 있다.

하지만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매체에 담긴 내용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고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반가워할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다.



앞서 서평한 케이티 오닐의 그래픽노블 <티 드래곤 클럽>에 페미니즘과 퀴어 요소가 녹아든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에 작가의 또다른 그래픽노블인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는 출간되기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고 기대가 된 책이다.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는 <티 드래곤 클럽>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미국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선명한 그림체로 그려졌다.



이야기는 유니콘 셀레스트를 타고 모히칸 머리를 한 아미라 공주가 라푼젤처럼 탑에 갇혀있던 세이디 공주를 구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 세이디가 아미라를 보고 또 왕자가 자신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했을 만큼 아미라의 차림새는 기존에 우리가 공주의 옷차림하면 떠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왕자나 남성인 기사가 공주를 구하러 온다는 틀에 박힌 설정을 비틀어서 아미라가 나무 위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블라드릭 왕자도 구했다.

이렇게 아미라, 세이디, 블라드릭, 아미라의 유니콘 셀레스트 그리고 세이디와 함께 지내온 작은 용 올리버가 함께 하게 된다.



 "오늘 우리 공주들이 참 잘하지 않았습니까?"

 "네, 왜 그러셨죠?"

 "왜 그랬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왜 그렇게 용감해지려는 데 집착하죠? 당신한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냥 편하게 살면 되잖아요!"

 "멍청이. ...혹시 그쪽도 공주가 되고 싶은 겁니까?"

 "아니에요! 사실, 나는 가족에게 많은 압박을 받거든요. 왕자라면 이래야 한다면서 하기 싫은 일들을 시키고..."

 "예를 들면요?"

 "...거인을 죽이라든가."

 "이런, 하하! 뭐, 부모님이 기대하는 대로 살기란 어렵다는 거 이해해요.... ...하지만 그 화풀이를 왜 우리한테 합니까."


p.28-29, 아미라와 블라드릭의 대화

왕자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공주에게는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 또한 고정관념 때문에 원치 않는데도 거인을 잡으러 가야 했다.

가스라이팅 때문에 기죽어있던 세이디는 모험 중 마을을 부수는 거인 문제를 해결할 때 이해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였고, 더 이상 가스라이팅에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세상이 공주에게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알게 된 아미라는 그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떠났다.

 "뭘 믿고 여기까지 온 거지, 세이디? 우리 둘 다 알잖아. 너는 뚱뚱한 울보 어린애라는 걸 말이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 말만 듣고 스스로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다시는 날 그렇게 몰아가지 마!


p.39, 마법사와 세이디의 대화

이들이 세이디를 가두고 가스라이팅을 하던 마법사와 담판을 지은 후, 세이디는 백성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여왕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자신이 배울 것이 많음을 깨달은 아미라는 배움을 위한 여정을 떠났는데,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세이디 아미라 장군과 세이디 여왕으로서 (그리고 왕실 고문이 된 블라드릭도) 다시 만나는 결말은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자체였다.

기다려도 괜찮아요.... ...난 알고 있거든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더 이상 공주가 아닐 거란 사실을요.


p.44

등장인물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대사에 녹아든 페미니즘과 퀴어 요소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이러한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고전적인 동화를 읽을 때보다 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 같은 그래픽노블이고, 앞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보이고 읽혔으면 좋겠다.



이로써 케이티 오닐 작가의 그래픽노블은 두 권을 읽게 되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고,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역시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하게 했다.

그래서 아직 온라인 서점에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출간 예정인 케이티 오닐의 다른 작품 <바닷속 유니콘 마을>을 이 책을 덮는 순간부터 나는 기다리고 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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