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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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 책 뒤표지에서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미국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에 자녀를 집에서 공부시키는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이 있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유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게 아니다.

저자가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이유는 모르몬교(몰몬교) 원리주의와 피해 망상에 빠진 저자의 아버지가 학교는커녕 병원도 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는데, 정부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까 봐 저자의 7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도 나중에서야 받게 되었다.

나는 그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것에도 화가 났지만, 가족이 자동차 사고로 다쳐서 피를 흘리고 조수석에 앉았던 아내는 사고 직후부터 갈수록 얼굴 붓기와 멍이 심해졌으며 뇌 손상으로 착란 증상까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도 병원에 가지 못해서 타라의 셋째 오빠 타일러는 차사고로 다쳐서 덜렁이는 이빨을 그대로 가지고 생활해야 했고, 타라의 다른 오빠인 루크는 화상으로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했는데도 모르핀도 맞지 못하고 집에서 치료받았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것에 경악해서 욕이 다 나왔다.

아이들의 보호자로서도, 배우자로서도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었던 타라 아버지의 피해 망상이 처음부터 이렇게 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타라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부터는 이랬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 때문에 저자 가족은 미국 아이다호 산 아랫집에서 세상의 종말이나 정부군이 올 때를 대비해서 식량을 비축하고 정비하는 일을 하며 살았다.

타라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집에서나마 교육하고자 했지만 타라의 아버지는 탐탁지 않아하며 그것마저도 방해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타라에게 배움의 세계의 존재감을 알려준 이는 셋째 오빠 타일러였다.

타라가 보기에 옛날부터 식구들과는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는 듯했다던 타일러는 미적분을 독학하려고 학교에서 수학책을 얻을 정도로 배움을 갈망했고 어느 날 대학에 가겠다며 집을 떠났는데, 타일러 덕분에 타라가 대입자격시험(ACT)을 준비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 책 가장 앞에 쓰인 헌사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로 타라를 격려하고 큰 영향을 준 인물이 타일러다.

나도 이 둘이 함께하는 풍경이 보기 좋았고, 개인적으로 타일러에 대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어서 그의 이야기 또한 알고 싶기에 그도 책을 써줬으면 좋겠다.

 오빠는 그 디스크를 검은 붐박스 안에 넣고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오빠 발치에 쭈그리고 앉아 카펫에 손가락으로 무늬를 만들었다. 음악이 시작됐다. (...) 익숙한 성가였다. 교회에서 늘 부르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배를 한다는 마음만으로 뭉친 우리의 불협화음의 목소리들과 이 소리, 지금 들리는 이 소리는 달랐다. 경배의 느낌도 있었지만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공부하고, 단련하고, 서로 협력하는 데서 나오는 것.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p.81

 나는 다른 오빠들만큼이나 소란스러웠지만 타일러 오빠와 함께 있을 때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곤 했다. 어쩌면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음악의 우아함. 아니면 오빠의 우아함 때문이었을까? 왜 그런지, 오빠는 내가 나 자신을 오빠의 눈으로 보도록 만들었다. 나는 고함을 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리처드 오빠와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오빠는 내 머리채를 움쳐쥐고 나는 오빠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면서 둘이 한데 영긴 채 바닥에 구르는 것으로 끝나는 식의 싸움은 삼가려 애썼다.


p.82

그렇게 타라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그 이후가 마냥 행복하거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열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미국 교육과정을 따른 공부를 차근차근하지 못한채 단기간에 대입자격시험을 준비했고, 자라온 환경 또한 남달랐기에 대학에서의 생활이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책소개나 저자 소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최우수 학부생상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는다.

이 과정이 담긴 회상록인 이 책을 통해서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학업으로서의 교육만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배움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저자의 이야기는 보통 '교육'하면 떠오르는 개념을 확장시킨다.

 그 순간까지 그 열여섯 살 소녀는 늘 거기 있었다. 내가 겉으로 아무리 변한 듯했어도 내가 학업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고 내 겉모습이 아무리 많이 변했어도 나는 여전히 그 소녀였다. 좋게 봐준다 해도 나는 두 사람이었고, 내 정신과 마음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 소녀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버지 집 문턱을 넘을 떄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p.506-507

<배움의 발견> 책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나는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둘 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공부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있으면서도 노력해서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이전에 자신이 속해있던 환경에서 벗어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움의 발견>을 읽으면서 나처럼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를 잘 읽었던 독자라면 이 책도 좋아할 거라, 반대로 <배움의 발견>을 잘 읽은 독자도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삶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의 삶과 많이 달랐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에 책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읽어나간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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