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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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출판해주다니 그저 고맙읍니다...' 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나 내용 측면에서나 만족스러워서 소장가치가 있는 이 <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이 그렇다.

2013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을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국내 출간했는데,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이 책은 구성도 탄탄하며 풍부한 자료들로 가득한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말한 대로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자료들 덕분에 눈을 반짝거리면서 읽었다.


먼저 1부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왕자의 탄생'에는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생텍쥐페리에 대한 정보와 <어린 왕자>가 만들어진 과정과 관련 자료, 그리고 지인들이 말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와 관련된 일화들이 담겨있다.

첫 장을 읽으며 앙투안 생텍쥐페리라는 작가와 작품 <어린 왕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유명해졌으며 <어린 왕자>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앙투안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출간하기 전에도 작가로서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로서 유명해서 신문에 사진이 실리기도 했으며 <어린 왕자>는 프랑스가 아닌 1943년에 미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었고 3년 뒤에서야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는데, <어린 왕자>에 안투안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조종사 경험이 반영된 것을 알았을 때처럼 이런 <어린 왕자>가 만들어지던 때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작품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는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내가 먼저 결정하길 강력히 원합니다. a) 그림들의 위치 b) 그림들의 크기 c) 꼭 컬러로 인쇄를 해야 할 그림들 d) 그림들에 삽입할 글들. 예를 들어 내가 '이 그림이 내가 그를 그린 그림들 중 가장 귀여운 그림이다'라고 썼을 때 난 내가 거기에 어떤 그림을 넣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크게 그리고 싶은지, 작게 그리고 싶은지, 혹은 흑백으로 하고 싶은지, 색을 입히고 싶은지를. 또 그림만 그릴지, 아니면 글도 써 넣을지 등을 내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p.24-25

 "일이 그토록 지연된 것은 다름 아니라 그림 없이 글만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측에서는 내가 보낸 그림을 인쇄하는 데 무려 4개월이나 걸렸습니다(그만큼 내 그림들이 아름답다는 거겠죠.......)."


p.25

<어린 왕자> 표지에 그려진 그림과 삽화는 작가 앙투안 생텍쥐페리가 그린 것으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 넣을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 왕자>에서 그림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래서 <어린 왕자>에 영감을 준, 앙투안 생텍쥐페리가 그린 데생과 수채화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종이가 접혔던 자국, 잉크가 번진 자국 , 약간 탄 흔적까지 그대로 드러나있어 더 매력적이었다.

그 밖에도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여러 사진들, 지인과 함께 하거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양의 모델로 추정되는 강아지와 함께한 사진, <어린 왕자>를 집필했던 집 사진, 당시 <어린 왕자>의 광고판이나 계약서와 필사본, 초고 사진도 흥미롭게 보았다.




책 전체가 그런 느낌을 주었지만, 미출간된 한 장이라고, <어린 왕자> 책에 실리지 않았던 장면에 대해 읽을 때도 수많은 책이 쌓인 헌책방에서 희귀한 책을 발견한 듯한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판본을 비교한 것도 흥미로웠는데, 당시 미국에서 삽화를 가져올 수가 없어서 프랑스에서 출간된 판본에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삽화가 아니라 그것을 잘 모방한 그림이 들어갔다는 것은 (그 책을 구매했던 사람이라면 서운할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재미있는 뒷이야기였다.

그래도 다행히 나중에는 생텍쥐페리가 그린 삽화롤 교체되었다고 한다.


지인들이 말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와 관련된 일화를 읽고 나면 2부로 삽화가 그려진 <어린 왕자> 본문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은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어린 왕자>를 손에 들었는데,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 왕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것과 퍽 다른 감상을 주었다.

<어린 왕자> 가장 앞에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헌사가 있는데, 그 헌사부터가 나에게 진한 자국을 남기며 시작했다.

헌사 자체도 뭉클하지만 1부 '어린 왕자의 탄생'에서 반유대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독일에 지배를 받는 프랑스에 유대인 친구 레옹 베르트를 두고 왔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더욱 그랬다.

이렇게 '어린 왕자의 탄생'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쌓고 <어린 왕자>를 읽게 된 것도 옛날에 읽었던 것과 다른 감상을 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른이 되어서 읽은 <어린 왕자>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였을 때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생텍쥐페리가 이 작품을 어른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고민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어른이었을 때와 아이였을 때 모두 읽어보기를 권한다.

레옹 베르트에게


나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물론 내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어른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어른이 모든 걸,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까지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도 있는데, 지금 프랑스에 사는 이 어른이 굶주리고 추위에 떤다는 것이다. 그는 위로받아야 할 처지다. 그래도 이 모든 이유가 다 부족하다면 이 어른이 아니라 옛날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기로 하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면 이제 이 헌사를 다음과 같이 고쳐 써야겠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p.96

<어린 왕자>를 다 읽고 나면 3부로 '어린 왕자 읽기'가 나온다.

'어린 왕자 읽기'에서 여러 스케치와 데생 등 그림과 사진 자료가 함께한 <어린 왕자> 작품 해설과 다른 사람들의 <어린 왕자> 독후감을 읽고 내가 <어린 왕자>를 읽으며 느꼈던 감상과 떠올렸던 생각을 비교해보기도 하면서 <어린 왕자>를 더 깊고 넓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기존에 <어린 왕자>를 읽었더라도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에는 미주가 위치해있다.

앞서 이 책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눴는데, '어린 왕자의 탄생', '어린 왕자', '어린 왕자 읽기'까지가 본문이지만 나는 '미주'까지 포함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보성 주(주석)는 각주를 선호하고 미주는 출처나 참고자료가 적혔을 때 외에는 선호하지 않지만, 옮긴이의 친절한 주에 담긴 풍부한 정보를 보고는 이 책의 주는 미주여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본문을 읽었을 때와 비슷하게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본문부터 수록된 사진과 그림 자료는 물론이고 주까지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며 감동을 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큰 선물이 될 책이고,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읽어본 사람도 이 책으로 <어린 왕자>를 더 깊고 폭넓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초부터 이런 책을 만나다니, 올해 책 읽기는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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