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올해는 <데미안> 출간 100주년이면서 헤르만 헤세 탄생 140주년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하여 몇 권의 <데미안>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데미안>이라는 것에 솔깃했다.

솔직히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어독문학과에 재학중이라는 옮긴이의 한 줄 이력을 보고 걱정을 하기는 했는데, 다른 번역본과 몇 문장만 비교해보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책을 읽기 전, 책 제목은 상당히 많이 들어봤지만 내가 <데미안>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었다.

아는 건 아래의 그 유명한 문구 하나와 책의 제목 <데미안>이 화자(주인공) 이름이 아니라는 것 정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152

그리고 주워들은 얘기가 하나 있는데, <데미안>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짐작이 가면서도 이런 말은 은근히 <데미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해서,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펼쳤다.


책의 처음부터 화자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 때쯤 처한 상황 때문에 고구마가 절로 떠올랐다.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싱클레어가 친구와 함께 동네에서 행실이 좋지 못한 세 살쯤 위의 프란츠 크로머와 어울리게 되었을 때,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도둑질 한 일을 꾸며내 이야기했다가 되려 약점을 잡히고 만 것이다.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돈을 요구하는데, 자신이 싱크레어보다 가난하다는 것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을 합리화하며 오히려 자기가 피해를 입은 양 말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든다.

그런데 싱클레어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고 맹세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며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저금통을 몰래 털거나 집에서 잔돈을 훔쳐서 크로머에게 가져다주었으니 내 목이 턱턱 막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답답해하면서도 이 일화에 이입하며 싱클레어의 심리에 공감까지 할 수 있었는데, 우리도 한때 이런 비슷한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친구들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이나 과장된 말을 하거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는데도 혼이 날까 봐 말을 못 하거나,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상대방의 말에 휘둘린 적이 없었는가?


싱클레어는 스트레스로 구토까지 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같은 학교로 전학 온 상급생 막스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른스러워 보였으며 싱클레어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이었다.



데미안의 반과 합반 수업을 하게 되었던 어느 날, 하교를 하며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싱클레어가 공부했던 카인 이야기에 대한 대화였는데, 성서에 카인이 나쁘게 그려진 것과는 달리 데미안은 카인은 강한 사람일 뿐이고 표적은 훈장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도둑질을 했다고 하나님께 맹세했다고 괴로워하고,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예배를 하는 가정에서 자란 신실한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이런 시각이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며 경악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말은 싱클레어를 흔들었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지식은 불편하더라도 매력적인 것처럼,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데미안 덕분에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서 벗어날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렇게 싱클레어의 10살 무렵부터 시작해서 방황을 하고, 사랑도 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읽으며 왜 이 책은 세상에서 정의하는 청춘일 때 읽는 게 좋다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읽어야 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만남을 구원이면서도 그 영향이 (이야기 서술 시점인)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완전 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당신에게 그런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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