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고 미워했다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애증'은 나에게는 참 매력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애증관게에 있는 인물들이 나오면 그 이야기는 나에게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 제목처럼 사랑하고 미워하는 애증의 감정이 담겼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와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는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두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은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작가 캐서린 패터슨은 영화화된 위 두 소설과 이 소설로 무려 세 번이나 뉴베리상을 탔다고 한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와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에 이어 이 소설에는 또 어떤 아이의 성장이 그려졌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랑했고 미워했다>는 체서피그만에 있는 작은 섬인 라스섬에 사는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라스섬 사람들은 남자들이 배를 타고 게를 잡고 굴을 따는 일로 생계를 이어갔고, 사라 루이스도 한 살 위의 친구 콜과 쪽배를 타고 게잡이를 하며 돈벌이를 했다.

사라 루이스에게는 쌍둥이이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동생 캐롤라인이 있다.

사라 루이스가 게 비린내가 밴 손으로 게 잡이를 하고 있을 때, 밝고 아름답고 목소리마저 감미로운 캐롤라인은 음악적 재능을 보여서 매주 토요일에 육지까지 연락선을 타고 나가 음악 수업을 받는다.

사실 성향 차이가 두드러지기 이전부터,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난 캐롤라인에게 모든 사람의 신경이 쏠렸기 때문에 사라 루이스는 태어나자마자 관심을 빼앗겼다.

이런 환경은 캐롤라인의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이 둘이 성장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라 루이스는 음악적 재능을 가진 캐롤라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섬에 한 할아버지가 찾아와 섬의 끝에 있는 빈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

섬사람들은 모두 오래전에 섬을 떠났던 그 집의 아들 하이럼 월리스라고 생각하지만, 소설 속 시대는 한창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때였으니 사라 루이스는 독일 간첩을 거라고 의심한다.

나중에는 그 할아버지를 선장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콜과 함께 셋이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되며 유대감을 쌓게 되는데, 콜과 선장 할아버지마저 캐롤라인에게 빼앗기고 만다.

 "할머니 전 어땠어요? 제가 아기였을 때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그걸 어떻게 기억해? 얼마나 오래된 일인데."

 내가 비탄에 잠기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가 말했다.

 "루이스, 넌 착한 아기였어. 넌 단 1분도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 일이 없었단다."

 엄마는 나를 위로하려고 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에 더 슬퍼졌다. 아무리 못해도 1분 정도는 내 걱정을 해 줬어야 하지 않나? 캐롤라인 삶이 우리 식구 모두에게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캐롤라인을 걱정했던 그 모든 시간들 때문이 아니었던가?


p.30

한편 사라 루이스는 섬 밖의 크리스필드의 기숙학교에 가기 위해 게잡이를 더 열심히 해서 반은 평소처럼 생활비에 보태고 나머지 절반은 따로 모으기로 한다.

하지만 사라 루이스가 아니라 캐롤라인이 그 음악적 재능 덕분에 볼티모어의 좋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가족들뿐만 아니라 선장 할아버지도 이에 기뻐하며 들떠서 사라 루이스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중에 엄마가 사라 루이스에게 볼티모어 학교에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크리스필드의 학교에는 보내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라 루이스는 거절한다.


저자의 이력만큼 소설은 술술 읽혔고, 특히 사라 루이스에게 더욱 이입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책장이 더 빠르게 넘어갔다.

다른 소설을 읽다 보면 간혹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기도 한데, 이 소설은 그런 부분 없이 내가 사라 루이스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오히려 나는 사라 루이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나머지 이야기의 흐름이 속상했고 결말에는 화가 났을 정도였다.

한번은 선장 할아버지가 사라 루이스에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에 사라 루이스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자 동생 캐롤라인은 원하는 것을 알았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선장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리고 후에 엄마는 섬을 떠나겠다는 사라 루이스의 말에 떠나도 된다고, 네가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두 부분에 주요 메시지를 담고자 한 것 같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사라 루이스에게 깨달음을 주었는데도 마치 지금까지 사라 루이스가 힘들어했던 이유가 사라 루이스 자신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어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것은 결말이다.

나는 서평에서 소설의 결말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결말에 대해 말을 하고 싶다.




사라 루이스의 엄마는 그 시대에 대학까지 마친 교육 받은 여성이었지만 라스섬에 와서 아빠를 만나 정착했고,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구박을 받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사라 루이스는 결국 그런 엄마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엄마는 그저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고 차분하고 답한다.

여기까지는 작가가 어떠한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임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라 루이스를 엄마와 닮은 삶을 살게 하고 그로 인해 엄마를 인해하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하지 않은가?


캐롤라인은 결혼 후에도 최고의 음대를 졸업하고 오페라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사라 루이스는 꿈을 좇아 섬을 떠났음에도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섬을 떠난 이후에도 캐롤라인과 대비되는 사라 루이스의 삶에 나는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혹자는 사라 루이스가 캐롤라인에게서 벗어났다는 것이 의미가 잇는 거라고, 엄마와의 대화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메시지이지만 아무튼 이런 삶도 자신이 선택한 삶이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사라 루이스가 섬에서 꿈꾸었던 삶은 아니잖은가!

정말 너무하다고, 사라 루이스가 위처럼 엄마에게 분노를 표한 것에 대한 벌을 받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감정적이어서 더 큰 의미를 못 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 밖에도 고양이를 대하는 모습이라든지 (잠시나마) 일흔이 넘은 선장 할아버지에게 품었던 감정 등 몇몇 거북한 요소가 있지만 작가의 필력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섬의 이야기는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인물에 충분히 이입하며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기도 전에 예상 가능한 그런 뻔한 결말이 아니라는 것도, 내가 사라 루이스에게 이렇게 마음을 쓰지 않았더라면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감리교를 믿는 섬이 배경이어서 곳곳에 기독교 색채가 있고 성경 구절이 몇 가지 등장하는 것도, 특히 에서와 야곱 이야기는 분위기를 고조시켜 이야기를 살리는 요소가 되었다.

사라 루이스 시점이 아니라 캐롤라인 시점으로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을지 읽어보고 싶어진다.

나는 차를 준비하러 간다고 둘러대고 급히 부엌으로 갔다. 계속해서 선장 할아버지가 엄마와 캐롤라인에게 훌륭한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 볼티모어의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들이 내 귓전에 폭풍처럼 울렸다. 나는 주전자를 불에 올리고 컵과 스푼을 준비했다. 모든 것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 들어올리기가 힘들었다. 찻잎이 든 통의 뚜껑을 열려고 애쓰고 있는데, 할머니가 부엌에 들어와 내 바로 뒤에 섰다. 할머니가 쉰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에 나는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로마서 9장 13절. 성경에 기록된 바,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했다."


p.228-229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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