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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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문을 읽었을 때, 나는 저자 셰저칭의 감수성이 녹아있는 문장들에 앞으로 이 책과 보내게 될 시간이 단순한 역사 탐험이 아님의 예상했다.

서문에서 저자가 처음 외국 지폐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있는데, 나도 어렸을 때 외국 지폐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의 기억은 그때의 감정뿐만 아니라 지폐의 앞뒷면을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데 반해 내 기억은 그때의 감정과 지폐의 색감 정도만 기억이 날 정도로 흐릿하지만, 나도 누런 갈색의 외국 지페를 처음 받았을 때 그 지폐 너머의 더 넓은 세상을 느끼며 흥분했을 정도로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저자의 지폐에 대한 사랑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지폐를 수집하고, 지페를 만드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을 넘어 여러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여러 나라 지폐를 통해 해당 국가의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사람들의 생각과 특징 그리고 생태계까지 알게 된다.

거기에 저자의 여행기를 곁들여서, 내가 저자의 여행을 따라다니며 지폐에 인쇄된 배경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특히 지폐 자료와 사진이 많아서 책에서 돈 냄새가 날 것만 같을 정도였다.

자료를 통해 지폐와 지페에 적용한 실제 그림이나 배경을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실제 배경이나 그림이 지페에 거의 똑같을 만큼 잘 인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사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뿐만 아니라, 트리니다드 토바고, 파푸아뉴기니, 코스타리카, 페로제도, 지브롤터, 리비아, 기니비사우, 에리트레아, 모잠비크, 카보베르데, 상투메 프린시페와 같이 내가 이름만 알고 있거나 심지어 처음 보는 나라까지 다루어 더 의미가 있었다.


저자가 알려 준 이야기 중에 부룬디의 역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나라 안에서 후투족과 투치족이 대립하게 되었는데, 부룬디 역사상 최초의 후투족 출신 대통령 은다다예와 그보다 앞선 시대의 부룬디 최초의 수상 투치족 르와가소르 왕자는 두 부족의 화해를 위해 힘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둘 모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살당하고 암살 당하여, (의미 있었지만) 안타까운 역사가 되었다.

오랜 내전 끝에 2002년 휴전한 이후 2004년에 발행된 10,000부룬디프랑 지폐에는 투치족 르와가소르 왕자와 후투족 은다다예 대통령이 함께 인쇄되었다.

부룬디의 역사를 알게 된 후 이 두 사람이 담긴 지페 사진을 보니 눈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이 갈등의 시작은 유럽의 식민지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렇게 다른 나라가 피를 흘리게 하며 부를 축적해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의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 역사는 부룬디의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알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그 밖에도 환하게 웃고 있는 여학생이 인쇄된 캄보디아의 1,000리엘 지폐도 기억에 남는다.

그 미소를 본 사람이라면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책을 펴기 전에 표지의 제목을 볼 때마다 생각한 건데, 이 책에 담긴 다양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함축하기에는 <지폐의 세계사>라는 제목은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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