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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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날으르 세어보니 벌써 3년 가까이 지났다.

움베르토 에코는 지식인으로 유명했고, 그에게 잘 어울리는 방대한 양의 책들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은 어떤 책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뿐만 아니라 기호학, 역사 등의 책을 써내기도 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소설 <장미의 이름>이다.

그래서 나도 <장미의 이름>을 읽는 것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시작했다.

<장미의 이름>은 배경이 된 시대와 수도사의 생활을 무척 잘 묘사했다는 평이 있는데, 소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읽기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 역시 쉽지 않게 읽었지만 뭔가 매력있는 책이어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지 했다.



<제0호>는 출간 전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로 홍보가 되어서 나도 눈여겨보았던 책으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993년 이탈리아가 배경으로, 주인공은 대필 작가 일도 했던 50대 남자 콜론나이다.

시메이라는 사람이 그에게 자신의 대필 작가가 되어달라고 하는데, 콜론나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시메이와 함께 일하게 된다.

그리고 시메이는 다른 기자들과 함께 신문의 에비호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지만, 이 신문은 발간되지 않을 거라고 콜론나에게 말한다.

이 신문은 발간을 위한 신문이 아닌 거물들을 아박하는 용도인 것이다.

하지만 시메이와 콜론나 외에 다른 기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 함께 일하는 기자 중 하나인 브라가도초가 무솔리니가 두 명이었다는 가설을 세우면서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신문 예비호에 어떤 기사와 글을 넣을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언론의 뒷면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매일 보게 되는 뉴스와 기사가 다르게 보인다.

기사의 구성, 인터뷰하는 사람,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가, 어떤 말을 골라 집어넣는가에 따라 읽는 사람들의 반응을 조절한다는 시메이의 말을 읽으면서 눈이 뜨이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려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아마 수많은 기사들일 것이다.

이 많은 기사들을 별생각 없이 읽으면 우리는 이리저리 휩쓸릴 수 있다.

나는 <제0호>를 읽고 기사를 분석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런 과정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저 기사를 쓰고 배치한 사람의 의도대로 생각이 흘러가지만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0호>를 읽으면서 언론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2018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책의 배경인 과거 이탈리아가 친숙하지는 않겠지만, 당시 시대상황이나 이탈리아에 대해 주석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제0호>를 읽기 전에는 <장미의 이름>이 읽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장미의 이름>과는 다르게 잘 읽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책이 담은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는 않다!

나는 <장미의 이름>보다도 <제0호>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할 정도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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