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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도시, 런던
엘로이즈 밀러 외 지음, 이정아 옮김 / 올댓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글을 읽고 난 후, 이런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한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특히 세간에 유명한 작품을 쓴 대단한 작가로 평가되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물론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작품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문학책 뒷부분에 수록된 해설을 읽다 보면 작가와 글이 쓰였을 당시의 환경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 작가의 인생과 환경을 알게 되면 그 글에 대한 감상이 변화하기도 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이 책은 런던에서 거주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도시 런던 이야기와 함께 담아냈다.
말 그대로 작가들의 '뒷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대단한 면모가 부각되었던 작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우기도 했는데, 특히 웰스가 D.H 로런스의 책에 적은 글을 보며 '이렇게 유치할 수가!' 했다.
웰스는 (로런스가 보낸 사인본의) 속표지에 '아이고 시시해'라고 썼다.
뿐만 아니라 만화도 두 개나 그려 넣었다.
(...)
나머지 하나는 로런스가 오벨리스크 아래에 서서 슬픈 표정으로 왜소한 남근을 쳐다보는 그림과 함께 '저기, 다른 남자들 것도 전부 이거랑 똑같죠?'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만화에는 '혼자 하는 로런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P.105
책을 읽으며 작가들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예를 들면 아서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의 대가여서 이성적인 면이 강할 거라는 이미지와 달리 심령술을 진지하게 믿어 자신이 죽은 후에 교령회를 열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좋은 작가들을 알게 된 계기 또한 되어준 책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남성과 여성은 모두 똑똑하지만 교육의 부재가 여성들에게 장애물인 것'이라고 당시에는 놀랄 만한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딸이 <프랑켄슈타인>의 메리 셸리였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메리 셸리를 낳다가 패혈증에 걸린 게 원인이 되어 세상을 떠났는데, 그녀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지를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
시인이자 여국 정계에서 활동했던 앨프레드 테니스 경 또한 당시의 영국을 비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를 가져오는 것을 반대했는데, 오벨리스크에 새길 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그대의 시민들은 자기 명성을 위해 나선 바다를 지나 나를 그대의 괴물 같은 도시까지 끌고 왔도다.
나는 네 개의 대제국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노라.
나는 런던이 없을 때에도 존재했노라. 그리고 지금 여기 있도다.
p.141
오벨리스크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시에 감탄했다.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단테 가브리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아내가 죽고 아내의 무덤에 미출간인 자기 시들을 함께 넣었는데, 말년에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 시들을 다시 꺼내 출간했고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런던의 작가 이야기와 함께 당시 런던이 담겨 있는데, 런던 대화재에 대한 묘사나 읽기만 해도 숨쉬기가 불편한 것만 같은, 연기로 뒤덮인 공기와 쓰레기로 가득한 강이 있던 런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행책자의 면모도 보였다.
책에 등장한 작가들과 관련된, 런던에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데, 이미 소실된 곳이라든가 바뀐 장소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그 챕터와 관련된 추천 장소와 책들을 정리해 놓았는데 (디킨스가 살았던 런던 집을 주르륵 나열해놓기도 했다) 주소와 근처 역까지 적어놓아 여행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