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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지속 가능한'은 언제부턴가 우리가 무언가를 진행할 때 반드시 따라 붙는 형용사가 되었다. 사실 그랬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서 몸집을 키웠고 그러다 IMF로 인해 넘어지기도, 다시 일어나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변한 만큼 세계도 변했다. 기후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경제 위기는 10년에 한 번꼴로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이때마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출렁거렸고 이제는 가상화폐나 메타버스, NFT 등이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상징으로 함께 우리를 흔들어 놓았다. 반대로 이전에는 불패의 산업으로 여겨지던 어떤 것들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그랬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순간부터 우리는 '지속 가능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에도, 경제 위기에도 그 어떤 환경의 위험으로부터도 지속 가능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것들에 우리는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지금의 자본주의가 결코 지속 가능한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 전 SPC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것은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에 있었던 회사의 대응이었는데, 인사 사고가 일어난 한 공간에 흰 천을 치고는 다른 이들은 작업을 계속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 회사의 매뉴얼이었다. 사실 그랬다. 어떤 일이 있던 공장이 멈추게 되면 빵을 공급받아야 하는 전국의 모든 빵집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아마도 천문학적 손실이 생길 것이고 이러한 손실을 반환하려는 소송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곁에 두고 빵을 만들기로 했다. 그랬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괴물이 되어갔다. 친구의 죽음보다, 자본의 손실이 더 중요한 사회. 그 빌어먹을 세상에, 사람을 잃어버린 세상에 우리는 숨 쉬고 있다.
책은 이러한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한다. 물론 쉬운 책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재벌 총수 일가에 집중된 경제의 문제부터, 기업집단 출자 규제와 금산분리, 사익 편취 규제를 위한 MoM 도입 등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들 우리에게 들려준다. 물론 이러한 어려운 단어 따위 나는 모른다고 넘길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펜은 꽤 날카롭고 세밀하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시간을 내서 꼭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는 말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고용 없는 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로 인한 청년실업, 조기 퇴직, 자영업 몰락,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를 통한 경제적 생애 주기 재정립을 그는 당면한 한국 사회의 해답으로 제시하는데 모두가 승자가 되려 하는 사회에, 함께 살아가자는 그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땅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까지 일하고 어느 시점에 퇴직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 선배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래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는 이 질문에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다. 그런 우리게 저자는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 이래도 괜찮을까?
나는 원한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우리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그런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면 좋겠다.
*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