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존재들 - 결함과 땜질로 탄생한 모든 것들의 자연사
텔모 피에바니 지음, 김숲 옮김 / 북인어박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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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에 근거하여 왜?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는 불완전한 존재인가를 설명하는데 상당히 재미가 있다. 몰입감도 뛰어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이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으로 철학하기 책인데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저자가 쓴 번역된 출판물이 또 있나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없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님 팬이라서 추천사가 책의 표지에 붙어 있다면 무조건 보는데 이 책이 재레드 다이아몬드님의 추천사가 붙어있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기도 했고 좋은 책을 쓰는 저자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쭉~ 읽으리라~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문학의 최고의 뿌리는 진화생물학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화생물학은 왜? 지구의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인간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준다고 할까? 평소에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삶의 철학도 준다. 아래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책 내용중 일부이다.


우리 뇌는 진화과정에서 진화적 불일치, 그러니까 본질적인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이성의 복잡성을 다루는 새로운 영역(신피질)은 생존 본능을 관장하는 오래된 영역(변연계)을 대체하기보다 그 위에 올라탔다. 이 오래된 영역은 개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물학적 기능을 계속 수행해야 했으므로 자연선택으로 잘 보호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은 오래된 영역위에 올라타 어떻게든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이어 나갔다. 리타 레비-몬탈치니의 말을 빌리면, "신피질 주름과 변역계가 수행하는 기능의 이러한 진화적 불균형은 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발전과 축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더욱 강화됐다"

 그러므로 경험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뇌 가소성은 두 얼굴의 야누스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 마음은 갈대처럼 쉽게 흔들려 세뇌가 쉬워지고, 이러한 문화적 요인 때문에 개인과 무리의 행동은 가장 추악한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문명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칠 수 있으므로 다른 동물들한테 쉽게 관찰되지 않는, 즉 본능을 비활성화해 억누를 수 있다. 신경과학의 여러 사례는 이 이중성을 잘 설명한다.”


 위의 내용은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선향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반대편에서 가스라이팅 등으로 기생과 기만을 하는 자들에 대한 진화적인 설명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디테일은 책 속에 있는데 그것까지 독후감에 적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진다. 아무튼 난 예전에는 하도급 개발자 삶을 살았다. 하도급 개발자 삶이 대체적으로 착취를 위한 가스라이팅이 만연한 곳인데 여기에 오래 일한 사람들은 착취하는 노동을 비즈니스의 기술로 생각하고 착취당했던 사람들은 타인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양심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게 뇌 신경 가소성이 작동하고 우리 뇌의 진화 법칙이 작용한 결과다. 그리고 난 지금은 자유스러운 파이어족으로 살고 있는데 금융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살다 보니 금융투자의 세계에 당연히 가까워지게 된다. 이 세계도 가스라이팅이 만연해 보인다. 수수료 전쟁인데, 수수료는 당연히 필요하다. 중개인, 전문가 그 외 관련된 사람들이 충분히 수수료를 취할 수 있어야 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더 나은 투자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는 투자자와 공존할 때만이 성립한다. 수수료만 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냥 기생이라고 봐야 한다. 정말 문제인 것은 기생과 기만도 집단으로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착취당하는 사람도 자기가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착취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특히 이는 다른 가족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어떤 부모도 도덕성이 결여된 체로 타인을 착취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당연하게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고 있다. 가끔 이러한 대화 내용을 들을 때 저 아이가 나중에 공부를 잘하면 어떤 성인이 될까 상상해본다. 지금까지 몇 번 없긴 했지만 대화 내용상 부모가 고소득 전문직으로 판단이 되고 아이 또한 부모로부터 많은 경제적 지원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절대로 본인의 사고가 잘못 되었다고 느끼지를 못하는 듯하다. 책에는 없는 부분이지만 독후감 쓰는 입장에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상대적으로 열등한 상황에 오랜 시간 노출된 사람들은 균형적 사고기능을 상실한다. 우리의 뇌 신경 가소성은 그렇게 동작하게끔 진화를 해왔다. 이들은 스스로 삶을 붕괴시킨다. 쉽게 돈을 벌고자 과도한 투기 후 돈을 잃고 삶을 망가트린다. 사실 진화적 과정에서 보면 건강한 삶을 사는데 있어서 비판적 사고와 회의적 사고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비판적 사고와 회의적 사고가 문화 존속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유전자와 공진화를 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와 회의적 사고를 하지 말라는 것은 평생 남에게 이용당하는 삶을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 진화가 인문학의 가장 뿌리인지 깊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을 다루지만 책의 배경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에 대한 철학도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 우연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 부분들이 상당히 멋지다. 우리 역사의 모든 원리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역사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쓰여 질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과 지구 생명의 역사는 우연과 불완전함으로 가득하다. 전개상의 핵심 내용인 불완전함의 6가지 법칙으로 세상과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역사를 이루었는가? 에 대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높은 교양 지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 6가지 법칙은 당장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저마다 달라지는 삶도 결국 불완전한 6가지 법칙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책을 여러 권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번역본이 더 없다는 것임 무척이나 아쉽다. 난 단번에 저자의 팬이 되어버렸고 원서를 읽을 수준이 안되는 나로서는 또 다른 번역된 책이 출판되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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