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7.6/10]
、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철학이라는 단어를 어려움이나 지루함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거예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이어 철학 대중서가 또 하나 나왔습니다. 전자는 저자인 야마구치 슈 씨가 교양 특히 조직의 측면에서 필요한 철학, 심리학 개념을 소개한 책이죠. 반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심리학 교수가 일상에서 필요한 철학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책은 초반 30여 페이지를 빌려 저자 스벤 브링크만 씨가 바라본 일상 속 문제를 소개합니다. 그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인데요. 그렇게 된 원인으로 도구화와 과도한 효용성 추구를 꼽습니다.
도구화는 대상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삶의 방식입니다. 수치 및 합리성을 신봉하고 그것을 사용해 효용을 따지는 풍조가 깔려있지요. 여기에 개인의 입장을 과하게 중요시 여기는 주관주의까지 겹치면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바라봅니다.
브링크만 씨는 이 책에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원제인 「STANDPOINTS」를 따르자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듯 보이는 세상에서 단단히 딛고 설 태도나 관점을 소개하지요. 그는 10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주장을 강의하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먼저 저자의 문제제기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어떤 덕목, 사람, 삶, 행동 등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것의 유용성을 합리적으로만 따지는 현상이 저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심코 던졌던 말 속에는 상대나 개념 등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하청업체와 같이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는 어조가 있었거든요.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저도 모르게 깨달을 때 스스로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자가 본론에서 제시하는 10가지 철학적 주제도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각 철학자들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보지 않았기에 직접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은 보류해두었지만 말이죠. 10명의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키르케고르, 한나 아렌트, 로이스트루프, 아이리스 머독, 자크 데리다, 알베르 카뮈, 몽테뉴 입니다. 이들이 얘기하는 선, 존엄성, 약속, 책임, 사랑 등이 10가지 덕목/개념이 책에서 소개됩니다.
즐겁게 읽었던 책 수준을 넘어 무엇보다도 제가 놀랐던 때는 바로 뒷표지의 날개 부분을 보면서였습니다. 그곳에는 앞서 언급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역사의 쓸모」가 있었습니다. 다 같은 출판사에서 만들었기에 당연한 모습이지요. 하지만 이 세 책을 잇는 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입니다.
세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저자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현상을 봅니다. 그것은 브링크만 씨가 이야기한 도구화와 효용성과 같은 것입니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며 철학을 쓸모없는 것으로 보았던 CEO들, 역사를 합격을 위한 과목으로써의 쓸모만 보았던 사람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감정이나 이성 하나로만 가치판단하는 사회풍조. 그에 반하여 야마구치 슈 씨나 최태성 씨, 스벤 브링크만 씨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가치를 매기는 것들의 가격표를 정정합니다. “과연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매긴 것일까요?”라는 질문과 함께요.
출판물을 기획한다면 이 정도 테마와 철학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세 책을 모두 읽은 입장에서 다산초당 출판사가 추구하는 것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그 추구점이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에 더 좋게 인식한 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앞서 나온 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게 단순히 마케팅 비용에 귀인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대신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부분에서는 좋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바로 디자인인데요. 표지, 띠지, 내지, 한국어판 제목, 부제, 종이 선택 등이 모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요소들에서 기획팀의 조급함이 느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책과 비교하면 그 느낌은 더해지지요. 뭐 어차피 잘 팔리면 리커버 판이 나올 테니 정말 사소한 부분입니다.
종합해보면 이 책은 대중서로써 합격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있게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