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2020. 050. 5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소설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내 친구는 자주 도쿄타워에 올라 야경을 봤다.

바, 아파트, 사무실, 단독주택, 호텔... 

불이 켜진 여러 건물을 보며 저기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15년 전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그리고 지금도 도쿄 타워가 보이는 곳에 사는 누군가는 

이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고 사랑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쿄 타워》는 내게 동질과 이질의 경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준 소설이다. 소설 본문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다. 두세 번 정도 나왔다. 소설의 인물들은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해서 이렇게 행동한다.' 혹은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사랑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는다. 작가는 말로 정의 내리기 전에 두 청년이 느끼는 감정을 보여 준다.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행동한다. 사랑이 뭔지, 어떤 게 사랑 다운 건지에 대해서 주장을 펼칠 생각은 전혀 없다. 독자인 내가 그들의 삶에 끼어들어 버린 것 같아 숨을 죽이고 읽게 되는 책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20대 청년 토오루와 코우지는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랑을 한다. 토오루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의 직장 동료였던 시후미를 만나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의존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코우지는 유부녀인 키미코라는 여성과 열정적인 육체적 관계에 빠져있는데 그러는 한편 같은 또래의 유리라는 여성과도 사귀고 있다. 



나는 불륜 관계에 대해선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연애에 대해선 거부감을 느꼈다. (생식력있는 나이 어린 여성을 연상의 남성과 결혼시키는 관습이 생각나서다.) 주인공 토오루는 첫 인상이 괜찮았지만 코우지는 별로였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걸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었던 내게 구조의 손길을 내밀어 준 건 토오루였다. 그는 시후미를 향한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이 소설의 세계관으로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시후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렇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다. 토오루는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이탈리아 요리로 가득 차 버린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순도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다. 토오루의 온몸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연주, 참 좋았어."


시후미가 말하고, 그 순간 토오루는 깨닫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의 힘이 아니라 시후미의 힘이다, 라고. 자신은 시후미가 하는 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본문 62 ~ 63쪽.  






소설은 토오루와 코우지의 머릿속을 드나들며 세세한 감정과 생각까지 보여준다. 사랑의 상대역들(시후미와 키미코)의 감정과 생각은 독자에게 드러나지 않기에 그들은 상대적으로 베일에 싸여있다. 주인공들은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이런 언행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의 생각을 알 수가 없기에 두렵고 고통스러웠을 때가 생각났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이 바뀌고 두 커플의 관계에 찾아온 변화를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책을 덮을 즘에는 코우지 유리와 요시다 같은 주변 인물들에게도 애착이 생겼다. 엔딩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갑작스럽게 끝난 것 같아 놀랐고 아쉬웠다. 며칠간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끝이 났지만 토오루와 코우지의 인생은 끝이 나지 않았다. 이 커플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내 과거 사랑의 기억들을 헤집어 보기도 했다. 



소설의 읽으며 나는 크고 작은 내적 갈등에 시달렸다. 머릿속에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 대항해 '사랑에 옳고 그름이 어디있지?'라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토오루가 시후미를 만나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소설에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토오루 말했듯이 '연상의 여성에게 눈길이 자꾸 간다고? 아, 그냥 취향의 문제인가 보다.' 했다. 코우지의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태도가 밉상이었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던데...? 내가 코우지를 밉살스럽게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그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번역은 무난했지만 일본어 문장을 그대로 직역한 것 같은 대화문이 있어서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너한테는 정말 어이가 없다." p.306  / "정확히 30분. 도심에 사는 녀석은 좋구나." p.335 / "절대 오늘만이야." p.342) 



이 책은 내가 북라인마크를 낭비하듯이 쓴 책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공감 가는 문장과 단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본문 122쪽.





독서 모임에 꼭 가져가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국내와 일본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을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5살 이상 연상과의 연애,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의 사랑, 정식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에 대해 생생하게 표현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건 무엇인지, 내 사랑은 어떤 형태인지 돌아보게 된다. 다른 세대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주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 같다. 상상만 해도 두근거린다! 《도쿄 타워》는 연애 소설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독자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종류의 로맨스 소설만 접해서 그런지 정말 신선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소담출판사 꼼꼼평가단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신세계 소담 고전 명작 시리즈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멋진 신세계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인간이 대량생산된다는 사실, 다섯 개의 계급 사회가 있다는 사실, 태어나기 전부터 어떤 계급인지 정해지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도록 설계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가끔은 멋진 신세계가 정말로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가 정말 존재할 수 있다는 타당성을 나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의 존재 의의는 행복과 안정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역사 수업, 예술작품, 종교가 존재하지 않고, 가족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방 연애가 이루어지는 이곳의 법칙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이들은 '대체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을 가지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소마soma라는 알약이다. 항우울제와 환각 작용 등이 섞여있는 이 마약은 매일 일정량 사회 구성원들에게 배포된다. 불쾌한 감정이 들 때는 소마를 삼키면 된다. 멋진 신세계의 구성원들은 나이가 들어도 유아인 채로 살아간다. 그들이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들은 소마가 전부 차단해 준다. 소마가 있었기에 규칙을 잘 지키는 유아들로만 구성된 이런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레니나?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152쪽.


"그중에서도 왜 이런 끔찍한 생각들을 하면서도 당신이 소마를 먹지 않는지가 가장 납득이 안 가요. 당신은 그런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게 될 텐데요. 그리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대신에 즐거워질 거예요. 나무나 즐거워질 텐데." 153쪽.




버나드와 헬름홀츠는 최고 계급 알파로 태어났음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사회 구조의 불합리함을 비판한다. 버나드의 비판의식은 열등감에서 비롯되었고, 헬름홀츠의 비판의식은 우수함에서 비롯되었다. 모두에 의해 당연시되어 온 것들에 반기를 드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는 일도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아들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배경이 아니라 주체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소마를 삼킨다. 소설에는 지성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 이들은 소마를 삼키지 않고 사회 질서에 저항한다. 이들이 각자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인물은 버나드 마르크스였다. 주인공처럼 등장했지만 열등감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지녔기에 소설 내내 비겁하고 굴욕적인 짓도 많이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가 갈등관계에 있던 부화 국장을 몰아내기 위해서 부화 국장의 아들 야만인 존(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을 멋진 신세계로 데리고 온다. 버나드는 야만인 존 덕분에 한순간에 인기스타가 된다. 그와 동시에 그가 기존에 품고 있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말로만 비판하고 행동은 하지 않으며 자신을 받아주는 멋진 신세계의 섭리에 순응한다. 그가 누린 잠깐 동안의 영광은 야만인 존이 멋진 신세계의 중요 인물들과의 교류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와르르 무너진다. 그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결함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내겐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다.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좋은 마취제가 그렇듯이)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중요하다고 인정해주는 한 세상의 모든 질서는 한없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인해 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기존 질서를 비판하는 특권을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비판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한 대상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와 동시에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모든 여자를 갖게 되었다는 상태 역시 진심으로 기뻤다.)

(중략)

"저 젊은 친구, 저러다가 끝판에는 입장이 곤란해질 텐데." 그들은 적당한 때가 오기만 하면 그의 종말이 좋게 끝나지 않도록 각별히 손을 쓰겠다는 경고를 더욱 은근하게 내비치며 말했다. "두 번째 곤경에 빠졌을 때는 더 이상 구제해줄 야만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

244쪽.



서부 유럽 주재 세계 통제관 무스타파 몬드와 야만인 존의 대화에서 명장면 명대사가 속출한다. 존은 행복과 안정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한 멋진 신세계에서 불행해질 권리(늙어 추해지고 성 불능이 될 권리,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갈 권리, 질병과 온갖 종류의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를 주장했고, 통제관은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존의 말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래,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존의 마지막은 어땠나? 



"포악한 운명의 돌팔매질과 화살들에 시달릴 것이냐, 아니면 바다처럼 밀려오는 고난을 맞아 무기를 들고 싸워 그 뿌리를 뽑을 것이냐……., 어느 쪽이 우리들의 이성을 위해서 좋으냐. 하지만 당신은 어느 쪽도 행하지 않습니다. 맞서 싸우지도 않고 인고하지도 않으니까요. 당신은 그냥 돌팔매질과 화살들을 없애버릴 따름이죠. 그건 지극히 간단한 일이니까요." 

360쪽.



소설의 마지막은 현대 지성인들(=존)의 고독과 두려움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존은 자신의 은신처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관광객들 앞에서 그가 휘두르는 참회의 채찍질은 그저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중요하다고 믿는 신념은 애증의 대상인 레니나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흔들린다. 행복과 안정의 추구로 만들어진 수백 명의 복제인간들 앞에서 존은 그저 한 사람의 야만인일 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해지는 이 세상의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을 수 있는가? 인간으로 태어나 언젠가 한 번쯤은 맞닥뜨려야 하는 질병, 고통, 노화, 불쾌한 감정들로부터 소마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잘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대로 살고 있을 뿐인가? 지성인 존, 버나드, 헬름홀츠 그리고 무스타파 몬드의 선택과 최후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모여든 구경꾼들 가운데 가장 공격을 받기 쉬운 가장자리의 사람들이 잠시 위협을 느껴 술렁이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단호하게 버텼다. 압도적인 숫자를 믿고 관광객들이 용기를 낸 것이다. 이것은 야만인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였다. 그는 주춤하면서 멈춰 선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거죠?" 그의 분노한 목소리에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그늘이 드리웠다.

"마그네슘 소금에 절인 복숭아를 먹어봐요!" 만일 야만인이 돌진한다면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위치까지 다가온 남자가 말했다. 그는 꾸러미를 내밀었다. "정말 좋은 거예요." 비위를 맞추려는 듯 상당히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덧붙여 말했다. "마그네슘 소금은 당신이 늙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까요."야만인은 그의 제안을 못 들은 체했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히죽거리는 얼굴들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그가 물었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채찍질을 해봐요." 100명의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외쳤다. "채찍질 묘기를 부려봐요. 채찍 묘기를 보여줘요."

3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5

<셰어하우스>(원제 The Flatshare) 베스 올리리 장편 소설

날 사랑한다면, 존중해 주세요.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췄고, 끝내주게 재밌다!”

-영국 코스모폴리탄


“이 소설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21세기 버전이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이라는 어마어마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등장한 이 작품! 만약 무인도에 단 한 권만 로맨스 소설을 가져간다면 망설임 없이 <미 비포 유>를 뽑을 제 앞에 이 책을 미리 읽어 볼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굿리즈에 들어가서 평점을 봤더니 평균 4점 이상으로 굉장히 높았어요. 



DIY 서적 전문 편집자 티파니 무어. 통칭 티피. 3개월 전 동거하던 집에 낯선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남친 저스틴. 티피는 그 계기로 그와 헤어지게 되고 친구 모와 거티에게도 신세를 지기 싫어 자신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을 찾고 있어요. 말기 환자 병동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간호사 리언 투메이.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3개월째 갇혀있는 리언의 동생 리치 투메이. 리언은 동생을 감옥에서 꺼내주기 위해 변호사에게 지불할 돈이 필요했어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두드리면 열리지니... 이렇게 해서 방을 빌려야 하는 여자와 집세가 절실한 남자의 거래가 성사됩니다. 계약 기간은 6개월! 주 중에 저녁 6시부터 아침 8시까지 티피가 아파트를 쓰고 나머지 시간을 리언이 쓰기로 합니다. 주말에는 티피가 아파트에서 지내고 리언은 여자친구 케이의 집에서 지내게 돼요. 문제는 침실에 있는 침대를 리언과 같이 쓰게 되었다는 점인데... 침대의 왼편에서 자 달라고 부탁하는 리언.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과 침대를 같이 써야 한다니... 상상이 안 되네요! 



티피는 무사히 짐을 옮기고 집으로 돌아온 리언은 아파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티피의 물건을 보고 경악을 하는데요. 워낙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라서 그래요. 항의 전화를 할까 하다가 한 달 350파운드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고 결심하는 리언. 동생 리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형이네요. (감동)


옆에 놓인 빈백에 한동안 몸을 묻는다. 한 달 350파운드를 생각해야 했다.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이번 달에 살에게 돈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는다. 예를 들어, 이 페이즐리 문양의 빈백만 해도 아주 훌륭하다. 말할 수 없이 편하다. 라바 램프에는 코믹한 요소가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라바 램프를 놓고 사나 싶지만.

64쪽.



5개월 이상 만날 기회 없이 포스트잇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티피와 리언... 


찬장 문, 테이블, 벽, 포스트잇 노트와 테이프로 붙인 종이 쪼가리를 벗겨내는데 배시시 웃음이 난다. 휴지통 뚜껑에까지 붙어 있었다. 리언을 알아간다. 지난 몇 달간 이 모든 메모를 적는 사이에. 평범한 방법은 아니었다. 언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했다. 남은 음식 먹으라고 간단한 메모를 끼적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식 서신 교환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108쪽.


희한도 했다. 티피의 수다스러운 습관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출근하러 갈 때마다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날 털어놓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건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117쪽. 



그런데 어느 날일이 터지고야 맙니다. 전날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남자와 좋은 분위기가 감도는데 문득 저스틴과의 과거가 떠올라 몸이 굳어버린 티피. 설상가상으로 저스틴을 두 번째로 만나 정신적 타격이 말이 아닌 그녀는 아침에 늦잠을 잡니다. 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리언은 티피가 아직 침실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티피도 허겁지겁 일어나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갑니다...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된 두 사람! 그런데... 상황이... 좀... 


그가 옆으로 비켜서서 지나쳤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욕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비좁았다. 그의 따뜻한 등이 내 가슴을 스쳤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숙취도 잊혀졌다. 

199쪽. 


어머어머어머...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로맨스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사랑과 존중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예요.

최근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의 악영향을 다루는데, 가스라이팅은 대화의 통제권을 빼앗아가는 기법으로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상대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함으로써 통제력을 뺏어가는 정신적 학대의 한 종류예요, 사람들은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대화 상대방에게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데 그중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도 있어요. 협박, 무언으로 일관하기, 어린애처럼 굴기(울고 떼쓰고 화를 내면서 성인 대 성인이었던 대화 당사자 간의 균형을 깨뜨려요.), 신체적 해를 가하기 등등... 



이 소설에선 티피의 전남친 저스틴이 티피에게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사용해요. 저스틴은 다양한 전략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티피에게 접근하는데요. 칭찬을 하기도 하고, 티피의 의사는 상관없이 다시 만날 날을 잡아버리고, 티피는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이것들이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티피와의 관계에서 통제권을 잡으려는 저스틴의 노력이에요. 


어제 너 봐서 좋았어. 일 때문에 거기 갔는데. '캐서린 로젠과 조수' 프로그램이 있더군. 생각했지. 그 조수가 너겠다고. 누가 자기 치수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데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야. 대부분의 여자는 남들이 자기 사이즈 아는 걸 질색할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게 너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점이겠지. 저스틴, xx  

80쪽.


"안 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티가 말했다. 

"문자 보내지 마. 너를 개똥 취급하고 친구들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 놈이야. 너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쓰레기라고. 네가 친절하게 문자해줄 필요도 없는 놈이란 말이야." 

81쪽. 



과거에는 문제 제기되지 않고 행해졌을 차별과 부당함을 바로잡아 가는 이 시기의 중심에 밀레니엄 세대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SNS와 유튜브를 즐겨 하고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세대의 모습이었어요.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주인공 커플


'그래, 룸메이트를 찾자!'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룸메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 그 과정이 천천히 진행이 되는데 너무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커플이 되고 나선 꿀이 뚝뚝 떨어져요. 둘이 정말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너무 귀여워요! 이 정도로 귀여우면 이건 반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리언 때문에 읽으면서 계속 깔깔거리고 책상 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전 좋으면 근처에 있는 뭔가를 내려치는 성격이거든요 ㅋㅋㅋ 내성적이고 말이 없고 변화를 싫어했던 리언과 악질 전남친과 건강하지 못했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티피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쏠쏠한 재미였어요. 감초 같은 리언의 동생 리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와 티피의 친구 변호사 거티와 심리상담사 모의 활약도 기

대할만해요. 리치가 주인공인 스핀 오프 작품이 나오지 않으려나요... ㅋㅋㅋ



소설 속 티피와 리언이 이렇게 알콩달콩해도... 


제 현실은 이렇지만... ㅋㅋㅋㅍㅎㅠㅠㅠㅋㅋ


다 읽고 나선 이렇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끔찍하게 해로운 가스라이팅


​"저스틴과의 관계에서 너는 상처를 입었어, 티피."

모가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그는 널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97쪽. 


이런 연애 난 반댈세.



전남친 저스틴이 등장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고구마를 한 사발 먹은 기분이 들어서 후반에 사이다를 학수고대했어요.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티피가 전남친의 정신, 심리, 그리고 육체적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어요. 서로를 사랑한다면 가깝다고 무시하거나 쉽게 볼게 아니라 그만큼 더욱더 상대를 존중해야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적어도 한때 사랑했던 연인에게 끔찍한 상처를 안겨주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가슴속에 손도장 꾸욱! 찍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래요. 가해자가 교묘하게 피해자를 조종하게 되는데요 피해자가 객관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사람들이 원래 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잖아. 그러니까 그 사람들 말은 듣지 마. 내 말만 들어." 이런 식으로요. 저스틴도 티피가 친구들이 자기 둘 연애에 간섭하는 걸 싫어했죠. 그리고 티피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평가를 계속 내려요.



한번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래요. 가장 먼저 갖는 증상 중의 하나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꾸 의심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자책감과 후회감 같은 감정들이 생기게 됩니다. 사과하는 일이 많아지고 자기 판단을 못 믿기 때문에 결정장애에 빠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 쉬워요. 가스라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영국에선 가스라이팅을 가정폭력으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해요.



단 한 사람의 위로와 공감만으로도 충분히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대요. 


'네 잘못이 아니야.' 

'이렇게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야.' 

라고 포옹과 함께 말해 주세요.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점점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관계를 확실하게 단절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소설 속 전남친 저스틴은 그렇게 놔두질 않죠. 자꾸만 스토킹을 하면서 티피 앞에 나타나요. 티피가 평소엔 멀쩡하다가 저스틴만 만났다 하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도 저스틴이 천하의 쓰레기라는 걸 반증해줬어요. 얼마나 심했으면 PTSD까지 겪게 만드는지... 티피 주변의 친구들과 리언의 대처 방식도 미숙했어요. 티피가 찾아간 심리상담가와의 상호작용도 플롯과 함께 비중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몇 개월간의 새로운 사랑으로 모든 걸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가스라이팅 때문에 생긴 상처는 가볍지 않다는 걸 책을 읽고 나서 가스라이팅에 대해 더 알아보면서 느꼈어요. 



티피는 이미 수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로서 객관적인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결정장애에 빠진 상황이라 티피가 과거에 겪은 학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저스틴에게 받은 학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보다 PTSD에 시달리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끊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표현했어요. 반면에 디테일한 부분은 아쉬웠고요. 



왜 이 작가를 제 2의 조조 모예스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미 비포 유>에서도 현실의 심각한 문제(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 위해 언급하지 않을게요)를 다루죠. 여주와 남주 사이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는 영혼의 파트너 같은 느낌이 들었죠. 서로가 대면하고 있는 인생의 큰 질문을 해결까진 아니어도 노력을 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영혼에 씻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겨요. 남녀 간의 그런 주고받음이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묘사되었던 작품이었어요. <셰어하우스>는 거기에 더해서 분위기가 좀 더 가벼우며 발랄한 게 특징이었어요. 로맨틱 코미디스러웠어요. 정식 출간되었을 땐 어떤 예쁜 커버를 달고 나타날지 기대가 돼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Flatshare (Hardcover)
Beth O'Leary / Flatiron Books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5

<셰어하우스>(원제 The Flatshare) 베스 올리리 장편 소설

날 사랑한다면, 존중해 주세요.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췄고, 끝내주게 재밌다!”

-영국 코스모폴리탄


“이 소설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21세기 버전이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이라는 어마어마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등장한 이 작품! 만약 무인도에 단 한 권만 로맨스 소설을 가져간다면 망설임 없이 <미 비포 유>를 뽑을 제 앞에 이 책을 미리 읽어 볼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굿리즈에 들어가서 평점을 봤더니 평균 4점 이상으로 굉장히 높았어요. 



DIY 서적 전문 편집자 티파니 무어. 통칭 티피. 3개월 전 동거하던 집에 낯선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남친 저스틴. 티피는 그 계기로 그와 헤어지게 되고 친구 모와 거티에게도 신세를 지기 싫어 자신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을 찾고 있어요. 말기 환자 병동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간호사 리언 투메이.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3개월째 갇혀있는 리언의 동생 리치 투메이. 리언은 동생을 감옥에서 꺼내주기 위해 변호사에게 지불할 돈이 필요했어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두드리면 열리지니... 이렇게 해서 방을 빌려야 하는 여자와 집세가 절실한 남자의 거래가 성사됩니다. 계약 기간은 6개월! 주 중에 저녁 6시부터 아침 8시까지 티피가 아파트를 쓰고 나머지 시간을 리언이 쓰기로 합니다. 주말에는 티피가 아파트에서 지내고 리언은 여자친구 케이의 집에서 지내게 돼요. 문제는 침실에 있는 침대를 리언과 같이 쓰게 되었다는 점인데... 침대의 왼편에서 자 달라고 부탁하는 리언.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과 침대를 같이 써야 한다니... 상상이 안 되네요! 



티피는 무사히 짐을 옮기고 집으로 돌아온 리언은 아파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티피의 물건을 보고 경악을 하는데요. 워낙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라서 그래요. 항의 전화를 할까 하다가 한 달 350파운드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고 결심하는 리언. 동생 리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형이네요. (감동)


옆에 놓인 빈백에 한동안 몸을 묻는다. 한 달 350파운드를 생각해야 했다.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이번 달에 살에게 돈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는다. 예를 들어, 이 페이즐리 문양의 빈백만 해도 아주 훌륭하다. 말할 수 없이 편하다. 라바 램프에는 코믹한 요소가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라바 램프를 놓고 사나 싶지만.

64쪽.



5개월 이상 만날 기회 없이 포스트잇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티피와 리언... 


찬장 문, 테이블, 벽, 포스트잇 노트와 테이프로 붙인 종이 쪼가리를 벗겨내는데 배시시 웃음이 난다. 휴지통 뚜껑에까지 붙어 있었다. 리언을 알아간다. 지난 몇 달간 이 모든 메모를 적는 사이에. 평범한 방법은 아니었다. 언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했다. 남은 음식 먹으라고 간단한 메모를 끼적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식 서신 교환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108쪽.


희한도 했다. 티피의 수다스러운 습관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출근하러 갈 때마다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날 털어놓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건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117쪽. 



그런데 어느 날일이 터지고야 맙니다. 전날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남자와 좋은 분위기가 감도는데 문득 저스틴과의 과거가 떠올라 몸이 굳어버린 티피. 설상가상으로 저스틴을 두 번째로 만나 정신적 타격이 말이 아닌 그녀는 아침에 늦잠을 잡니다. 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리언은 티피가 아직 침실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티피도 허겁지겁 일어나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갑니다...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된 두 사람! 그런데... 상황이... 좀... 


그가 옆으로 비켜서서 지나쳤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욕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비좁았다. 그의 따뜻한 등이 내 가슴을 스쳤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숙취도 잊혀졌다. 

199쪽. 



어머어머어머...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로맨스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사랑과 존중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예요.

최근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의 악영향을 다루는데, 가스라이팅은 대화의 통제권을 빼앗아가는 기법으로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상대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함으로써 통제력을 뺏어가는 정신적 학대의 한 종류예요, 사람들은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대화 상대방에게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데 그중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도 있어요. 협박, 무언으로 일관하기, 어린애처럼 굴기(울고 떼쓰고 화를 내면서 성인 대 성인이었던 대화 당사자 간의 균형을 깨뜨려요.), 신체적 해를 가하기 등등... 



이 소설에선 티피의 전남친 저스틴이 티피에게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사용해요. 저스틴은 다양한 전략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티피에게 접근하는데요. 칭찬을 하기도 하고, 티피의 의사는 상관없이 다시 만날 날을 잡아버리고, 티피는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이것들이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티피와의 관계에서 통제권을 잡으려는 저스틴의 노력이에요. 


어제 너 봐서 좋았어. 일 때문에 거기 갔는데. '캐서린 로젠과 조수' 프로그램이 있더군. 생각했지. 그 조수가 너겠다고. 누가 자기 치수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데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야. 대부분의 여자는 남들이 자기 사이즈 아는 걸 질색할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게 너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점이겠지. 저스틴, xx  

80쪽.


"안 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티가 말했다. 

"문자 보내지 마. 너를 개똥 취급하고 친구들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 놈이야. 너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쓰레기라고. 네가 친절하게 문자해줄 필요도 없는 놈이란 말이야." 

81쪽. 



과거에는 문제 제기되지 않고 행해졌을 차별과 부당함을 바로잡아 가는 이 시기의 중심에 밀레니엄 세대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SNS와 유튜브를 즐겨 하고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세대의 모습이었어요.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주인공 커플

'그래, 룸메이트를 찾자!'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룸메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 그 과정이 천천히 진행이 되는데 너무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커플이 되고 나선 꿀이 뚝뚝 떨어져요. 둘이 정말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너무 귀여워요! 이 정도로 귀여우면 이건 반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리언 때문에 읽으면서 계속 깔깔거리고 책상 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전 좋으면 근처에 있는 뭔가를 내려치는 성격이거든요 ㅋㅋㅋ 내성적이고 말이 없고 변화를 싫어했던 리언과 악질 전남친과 건강하지 못했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티피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쏠쏠한 재미였어요. 감초 같은 리언의 동생 리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와 티피의 친구 변호사 거티와 심리상담사 모의 활약도 기대할만해요. 리치가 주인공인 스핀 오프 작품이 나오지 않으려나요... ㅋㅋㅋ 



소설 속 티피와 리언이 이렇게 알콩달콩해도... 


제 현실은 이렇지만... ㅋㅋㅋㅍㅎㅠㅠㅠㅋㅋ 


다 읽고 나선 이렇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끔찍하게 해로운 가스라이팅

​"저스틴과의 관계에서 너는 상처를 입었어, 티피."

모가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그는 널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97쪽. 


이런 연애 난 반댈세.


전남친 저스틴이 등장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고구마를 한 사발 먹은 기분이 들어서 후반에 사이다를 학수고대했어요.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티피가 전남친의 정신, 심리, 그리고 육체적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어요. 서로를 사랑한다면 가깝다고 무시하거나 쉽게 볼게 아니라 그만큼 더욱더 상대를 존중해야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적어도 한때 사랑했던 연인에게 끔찍한 상처를 안겨주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가슴속에 손도장 꾸욱! 찍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래요. 가해자가 교묘하게 피해자를 조종하게 되는데요 피해자가 객관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사람들이 원래 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잖아. 그러니까 그 사람들 말은 듣지 마. 내 말만 들어." 이런 식으로요. 저스틴도 티피가 친구들이 자기 둘 연애에 간섭하는 걸 싫어했죠. 그리고 티피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평가를 계속 내려요.



한번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래요. 가장 먼저 갖는 증상 중의 하나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꾸 의심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자책감과 후회감 같은 감정들이 생기게 됩니다. 사과하는 일이 많아지고 자기 판단을 못 믿기 때문에 결정장애에 빠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 쉬워요. 가스라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영국에선 가스라이팅을 가정폭력으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해요.



단 한 사람의 위로와 공감만으로도 충분히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대요. 


'네 잘못이 아니야.' 

'이렇게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야.' 

라고 포옹과 함께 말해 주세요.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점점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관계를 확실하게 단절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소설 속 전남친 저스틴은 그렇게 놔두질 않죠. 자꾸만 스토킹을 하면서 티피 앞에 나타나요. 티피가 평소엔 멀쩡하다가 저스틴만 만났다 하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도 저스틴이 천하의 쓰레기라는 걸 반증해줬어요. 얼마나 심했으면 PTSD까지 겪게 만드는지... 티피 주변의 친구들과 리언의 대처 방식도 미숙했어요. 티피가 찾아간 심리상담가와의 상호작용도 플롯과 함께 비중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몇 개월간의 새로운 사랑으로 모든 걸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가스라이팅 때문에 생긴 상처는 가볍지 않다는 걸 책을 읽고 나서 가스라이팅에 대해 더 알아보면서 느꼈어요. 




티피는 이미 수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로서 객관적인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결정장애에 빠진 상황이라 티피가 과거에 겪은 학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저스틴에게 받은 학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보다 PTSD에 시달리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끊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표현했어요. 반면에 디테일한 부분은 아쉬웠고요. 


왜 이 작가를 제 2의 조조 모예스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미 비포 유>에서도 현실의 심각한 문제(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 위해 언급하지 않을게요)를 다루죠. 여주와 남주 사이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는 영혼의 파트너 같은 느낌이 들었죠. 서로가 대면하고 있는 인생의 큰 질문을 해결까진 아니어도 노력을 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영혼에 씻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겨요. 남녀 간의 그런 주고받음이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묘사되었던 작품이었어요. <셰어하우스>는 거기에 더해서 분위기가 좀 더 가벼우며 발랄한 게 특징이었어요. 로맨틱 코미디스러웠어요. 정식 출간되었을 땐 어떤 예쁜 커버를 달고 나타날지 기대가 돼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re Topic Guide Vol.4 - Empirical Sciences Core Topic Guide 4
링구아포럼 리서치센터 지음 / 링구아포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배경지식 습득을 도와주는 중급이상 영어독해교재  Core Topic Guide

 

제가 신청한 Vol4의 구성

1. Anatomy & Medicine 관련 지문 12개

2. Astronomy 관련 지문 12개

3. Chemistry 관련 지문 12개

4. Physics 관련 지문 12개

5. Technology 관련 지문 12개

Answer Key

Index

 

 

 

 

 

각 챕터에서 주제와 관련된 지문들이 12개씩 시간 순서대로 준비되어 있어요.

주로 고대(Ancient Times)와 18~20세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문과 관련된 사진과, 관련 단어 목록, 특정 단어나 문자에 형광펜 표시하고 뜻을 영어로 서술해 놓았습니다.

지문을 읽은 다음에 확인 문제로 서술형의 Reading Comprehension 문제가 각 지문당 2~4개 준비되어 있어요.

 

 

 

 

 

 

특징:

한국어 설명 없이 오직 영어로만 구성.

링구아 포럼 홈페이지에서 무료 mp3파일 다운로드 가능.

자발적인 학습 - 영어 단어에 따로 한국어 뜻이 없기 때문에 학습자 스스로 뜻을 찾아야 함.

서술형의 내용확인 문제로 영어 쓰기 활동도 가능.

이야기가 있다 - 시간 순서대로 구성되어 관심있는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학습이 가능.

교사 역량에 따라 지문을 다양하게 활용 가능 - 관련 분야에 대한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을 보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심화 학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