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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꿈이에요 - 거북이가 꿈인 범서가 묻고 아름다운 제주의 하늘이 답하다
신범서 지음 / 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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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범서가 여행에서 느낀 것들은 전혀 어리지 않았다. 어린 듯 아닌듯한 범서의 생각과 문장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였다. 슬픔을 슬픔이라는 독립적인 감정이 아닌 기쁨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듯한 문장은, 마치 모든 슬픔을 더는 슬프지 않게 만들었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은 어른도 쉽게 가지기 힘들기에 감탄스러우면서 동시에 한편으아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무한 긍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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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나 또한 범서와 같았던 것 같다. 한없이 긍정적이었고 뭐든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내 몸과, 내 주변 상황이 정말 많이 변했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변했던 것 같다. 현실에 찌들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늘었고,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사용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내 마음속 여유가 조금씩 사라졌던 것 같다. 그래서 범서의 글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품었던 맑고 아름다운 생각들을 다시금 꺼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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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섭랭 가이드 - 맛있는 삶을 찾아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가장 보통의 안내서
김대섭 지음 / 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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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음식의 가치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간들은 음식을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에서 그치지 않았고, 다양한 발전을 거쳐 즐거움을 주는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음식은 이제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미섭랭 가이드는 우리에게 음식과 먹는 것의 즐거움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재료는 어떻고, 이 음식의 기원은 어떻다. 등등 음식에 대한 기원적인, 또는 기술적인 해석이 아닌,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행복 또는 음식을 먹을 때의 저자의 행복했던 기억들과 연상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방문해본 곳곳의 식당들과 음식들, 그리고 그 식당들과 연관된 추억들을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아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그 음식, 더 나아가 그 식당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하고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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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부모님과 자주 방문했던 모밀집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했던 송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송옥은 행복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곳에서 모밀을 먹음으로써 추억 속에 풍덩 빠지고 만다. 누구에게도 저자의 송옥 같은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또는 음식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에게도 송옥같은 곳이 존재한다. 고향 거제에 있는 "서울식당"이라는 곳이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은 한식 전문 식당이지만 그중에서도 부대찌개가 일품이었다. 아낌없는 햄과 소시지에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그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정말 다양하게 나왔기에 서울식당을 방문할 때면 늘 공깃밥을 두 그릇을 먹곤 했다. 한창 먹을 나이 때 친구들과 자주 방문했기에, 그 식당을 떠올릴 때면 어린 시절의 활기와 친구들과의 즐겁게 보내던 근심 없던 시절들이 떠오르곤 한다. 고향을 방문할 때면 가끔 들리게 되는데, 행복한 추억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그곳의 부대찌개는 늘 맛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음식은 방명록처럼 우리의 추억을 저장해 놓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부대찌개를 떠올리면 서울식당이 떠오르고, 서울식당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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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것은 일상에서의 즐거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뭐든 새로웠고, 즐거웠으며, 항상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일상이 시들해진 것 같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과 이를 통해서 얻게 되는 기쁨인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쁨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혹자는 큰 성취를 누릴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에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행복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추억을 만드는 것, 그래서 행복하다면 그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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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울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1
콰야 외 지음 / 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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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7

그래서, 제주 & 그래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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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두 도시, 제주와 서울. 그 도시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엮은 <<그래서, 제주>>, <<그래서, 서울>>. 마치 한 패키지 같은 책이지만, 내가 느낀 온도 차는 다소 컸다. <<그래서, 제주>>는 제주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예찬론이지만, <<그래서, 서울>>은 마치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기를 그리는 것 같았다. 물론 서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애정 담긴 글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애정 담긴 글들에서도 고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서울에서 힘겹게 생존해가고 있는 내 감정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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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예찬론을 듣고 있으니 내 지난 제주 여행들이 떠올랐다. 제주에서의 황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 제주는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특별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번의 제주 여행은 재밌었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맛있는 음식들뿐이었고, 그 이외의 것들은 좋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제주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제주라는 매력에 빠져 정착을 결심한 사람들의 용기에 놀랐다. 제주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제주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걸까? 아마 그 해답은 제주여행을 떠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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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나이에 상경해 10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물론 군 생활 2년을 제외한다면 정확하게는 8년이지만 그냥 10년이라고 하고 싶다. 10년간의 서울살이를 했음에도 여전히 내 말투에는 고향의 언어가 녹아있다. “나 사투리 안 쓰지?”라는 말에 아내는 항상 “완전 경상도 사투린데?”라고 놀리곤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말투 하나 서울말씨로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서울이라는 놈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년 전 3평 남짓의 하숙집을 시작으로, 5평에서 7평 사이의 원룸들에서 내 20대를 보냈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 때문인지 서울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중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빠른 사람들도 많았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물며 식당에 가기 위해서, 또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도 항상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있어서 서울에서의 삶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곳’ 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온 힘을 다해서 스펙을 쌓고, 최선을 다해서 취업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늘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은 많았고,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더더욱 부지런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이유는 없지만, 서울이라는 곳이 좋다. <<그래서, 서울>> 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좋지만, 힘들어’ 인 것 같다. 부단히 노력하지 할 수밖에 없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글. 그들도 나처럼 서울의 삶이 힘들고 버겁지만, 그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은 듯했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씁쓸함을 느꼈다. ‘과연 이 도시에서 버겁지 않은 순간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생각을 환기했다. 어찌 됐건 서울에서 살고 있고, 작지만 안락한 내 공간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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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주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2
강수희 외 지음 / 방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37

그래서, 제주 & 그래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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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두 도시, 제주와 서울. 그 도시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엮은 <<그래서, 제주>>, <<그래서, 서울>>. 마치 한 패키지 같은 책이지만, 내가 느낀 온도 차는 다소 컸다. <<그래서, 제주>>는 제주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예찬론이지만, <<그래서, 서울>>은 마치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기를 그리는 것 같았다. 물론 서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애정 담긴 글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애정 담긴 글들에서도 고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서울에서 힘겹게 생존해가고 있는 내 감정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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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예찬론을 듣고 있으니 내 지난 제주 여행들이 떠올랐다. 제주에서의 황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 제주는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특별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번의 제주 여행은 재밌었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맛있는 음식들뿐이었고, 그 이외의 것들은 좋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제주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제주라는 매력에 빠져 정착을 결심한 사람들의 용기에 놀랐다. 제주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제주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걸까? 아마 그 해답은 제주여행을 떠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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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나이에 상경해 10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물론 군 생활 2년을 제외한다면 정확하게는 8년이지만 그냥 10년이라고 하고 싶다. 10년간의 서울살이를 했음에도 여전히 내 말투에는 고향의 언어가 녹아있다. “나 사투리 안 쓰지?”라는 말에 아내는 항상 “완전 경상도 사투린데?”라고 놀리곤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말투 하나 서울말씨로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서울이라는 놈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년 전 3평 남짓의 하숙집을 시작으로, 5평에서 7평 사이의 원룸들에서 내 20대를 보냈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 때문인지 서울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중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빠른 사람들도 많았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물며 식당에 가기 위해서, 또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도 항상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있어서 서울에서의 삶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곳’ 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온 힘을 다해서 스펙을 쌓고, 최선을 다해서 취업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늘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은 많았고,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더더욱 부지런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이유는 없지만, 서울이라는 곳이 좋다. <<그래서, 서울>> 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좋지만, 힘들어’ 인 것 같다. 부단히 노력하지 할 수밖에 없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글. 그들도 나처럼 서울의 삶이 힘들고 버겁지만, 그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은 듯했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씁쓸함을 느꼈다. ‘과연 이 도시에서 버겁지 않은 순간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생각을 환기했다. 어찌 됐건 서울에서 살고 있고, 작지만 안락한 내 공간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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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의 궤적 1~2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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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를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죄의 궤적도 정말 많이 기대되네요 :)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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