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섭랭 가이드 - 맛있는 삶을 찾아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가장 보통의 안내서
김대섭 지음 / 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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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음식의 가치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간들은 음식을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에서 그치지 않았고, 다양한 발전을 거쳐 즐거움을 주는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음식은 이제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미섭랭 가이드는 우리에게 음식과 먹는 것의 즐거움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재료는 어떻고, 이 음식의 기원은 어떻다. 등등 음식에 대한 기원적인, 또는 기술적인 해석이 아닌,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행복 또는 음식을 먹을 때의 저자의 행복했던 기억들과 연상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방문해본 곳곳의 식당들과 음식들, 그리고 그 식당들과 연관된 추억들을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아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그 음식, 더 나아가 그 식당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하고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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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부모님과 자주 방문했던 모밀집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했던 송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송옥은 행복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곳에서 모밀을 먹음으로써 추억 속에 풍덩 빠지고 만다. 누구에게도 저자의 송옥 같은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또는 음식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에게도 송옥같은 곳이 존재한다. 고향 거제에 있는 "서울식당"이라는 곳이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은 한식 전문 식당이지만 그중에서도 부대찌개가 일품이었다. 아낌없는 햄과 소시지에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그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정말 다양하게 나왔기에 서울식당을 방문할 때면 늘 공깃밥을 두 그릇을 먹곤 했다. 한창 먹을 나이 때 친구들과 자주 방문했기에, 그 식당을 떠올릴 때면 어린 시절의 활기와 친구들과의 즐겁게 보내던 근심 없던 시절들이 떠오르곤 한다. 고향을 방문할 때면 가끔 들리게 되는데, 행복한 추억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그곳의 부대찌개는 늘 맛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음식은 방명록처럼 우리의 추억을 저장해 놓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부대찌개를 떠올리면 서울식당이 떠오르고, 서울식당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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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것은 일상에서의 즐거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뭐든 새로웠고, 즐거웠으며, 항상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일상이 시들해진 것 같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과 이를 통해서 얻게 되는 기쁨인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쁨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혹자는 큰 성취를 누릴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에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행복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추억을 만드는 것, 그래서 행복하다면 그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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