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을 더 이상 같이 꺼내볼 수 없게 되고, 그 사람의 얼굴은 영원히 멈춰진 사진에서나 찾을 수 있으며 따뜻한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도 누구보다 예쁘고 똑똑해서 늘 자랑스러워했던 가장 아끼는 언니를 암으로 잃고, 이젠 언니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암담한 슬픔 속에서 힘겨워한다. 언니를 많이 따랐기에 때론 부모님보다 언니에게 더 인정받기를 바랐던 니나에게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실감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슬픈 생각을 떨치려 시간을 쪼개 이런저런 활동에 골몰하며 3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언니 생각을 흘려보내지 못했던 삶에 어느 날 책이 노크하면서 니나의 특별한 시간이 시작된다.

 

 두꺼운 <드라큘라> 한 권을 다 읽고 잠에 든 다음날 아침, 니나는 실로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꼈다. 단순히 오전의 공기가 가져다주는 상쾌함이 아닌, 마음과 머릿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는 개운함이었다. 니나는 이를 계기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언니에 대한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음으로써 슬픔을 덮는 것이 다가 아니라, 슬픔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매개는 책이었다. 어릴 적부터 니나의 가까운 벗이었던 책을 통해 그녀가 하려는 건 슬픔을 모두 잊는 게 아니었다. 목적은 책을 통해 언니를 잃고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언니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과정을 통해 평정한 삶으로 다시 돌아갈 길을 찾기로 결심한다.

 

 시작은 46번째 생일날이었다. '1년 간 매일 책 한 권을 읽고 그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이 규칙이었다. 남편과 네 아이가 있는 그녀에게 매일 읽고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계획을 선언하고 가족과 지인의 지극한 도움을 받은 그녀는 목표의 설정과 달성 과정에 딸려오는 행복을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쉬운 책과 어려운 책,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 로맨스 소설과 추리 소설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그녀의 마음에선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책이 전해주는 담백한 이야기를 통해 니나 자신과 가족, 타인의 삶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끝없던 슬픔은 삶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책을 멘토 삼아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느끼고 미래를 준비하게 된 새로운 마음가짐을, 읽은 책이 주는 메시지와 자신의 생각, 경험을 진솔한 글에 녹여 쓴 글을 따라가다 보면 니나와 더불어 나 또한 새로운 삶을 향해 성큼성큼 전진하는 기분이 든다.

 

 돌이켜 보면 나도 삶의 중요한 순간에 책에서 위로를 받은 때가 많았다. 타인에게 상처 받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세상의 높고 두꺼운 벽에 부딪혔을 때 굳이 책 전체가 아니더라도 책의 사소하고 짧은 글귀에 위로받아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힘을 낼 용기를 얻기도 했다.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도, 고요한 방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책장을 넘기는 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한결 기분이 나아지곤 했다. 그런 경험을 상기하며 니나의 1년을 따라가다 보니, 책을 읽으며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회복을 통해 '언니의 기억을 간직한 채 언니가 없는 새로운 삶'을 건강하게 살기로 다짐한 그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책은 정원이고 과수원이며, 저장고, 파티, 여행을 함께 하는 동료이며, 카운슬러, 여러 명의 카운슬러가 되어준다'라는 헨리 워드 비처의 말처럼 좋은 책들과 함께 한 1년 동안 니나는 책에서 조언과 위로, 희망과 용기를 얻고 더 나은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책을 통한 니나의 특별한 경험처럼, 앞으로 내게는 책과 함께 어떤 근사한 경험이 찾아올 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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