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사생활 - 아나운서 유정아의 클래식 에세이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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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클래식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클래식은 태동하고 발전해 온 과정이 꽤 오래되어서 축적된 역사도 깊거니와 그 범위 또한 넓기 때문이다. 한가로울 때에 들을만한 내 귀에 맞는 잔잔한 음악을 골라보고자 귀동냥으로 주워 들은 것을 몇 곡 들어보기도 하고, 클래식의 입문서라는 책을 들여다 보기도 했지만 그 두껍고 지루해 보이는 위압감에 물러서기 일쑤였다. 하지만 <클래식의 사생활>은 쉽다. 물론 미적분을 풀다가 '1+1=?' 이라는 문제를 풀게 된 것 같은 쉬움은 아니다. 다만 자칫 하품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의 식견을 곁들여 에세이로 부드럽게 풀어내어 책장이 어렵지 않게 넘어간다.

 

 저자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여러 해 동안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던 아나운서다. 오랫동안 일반 대중을 상대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덕분인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음악가와 음악이라는 뼈대에 흥미로운 에피소드 같은 살을 붙여 소개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모차르트, 하이든, 슈만 같이 널리 알려진 대가부터 버르토크나 카탈스키 같이 생소한 음악가들까지 소개하고 있는데, 음악가들의 개인적 · 사회적 배경이나 작품 세계, 작곡 과정, 작품의 특징 등 클래식에 대한 여러 범위를 다루고 있음에도 난잡하지 않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 별, 음악가 별로 정갈하게 나누어 거기에 담긴 인간적인 면과 삶의 의미를 이끌어냄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을 인생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클래식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절묘한 소제목으로 에피소드에 흥미를 유발하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모차르트의 생에 대해 이야기한 꼭지의 소제목인 '모차르트의 멋진 봄날이 미소 짓네, 그 다시 못 볼 봄 그리워하네'라던가, 몬테베르디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며 붙인 '초록빛 산그늘에 드리운 바로크' 등의 소제목을 곱씹노라면 클래식에 대한 감흥이 절로 인다.

 

 음악 대가들의 우여곡절 발자취를 따라 동으로 서로, 과거에서 현재로 종횡무진하다 보면 어느덧 클래식 에세이의 여정은 끝난다. 자신의 음악적 삶에 침잠하거나 시대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던 음악가들의 삶이 녹아든 작품의 면면을 훑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의 매력에 발을 담근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클래식의 진면목을 모두 엿본 것은 아니다. 클래식과 같이 유서 깊은 문화를 책 한 권의 탐독만으로 알아볼 수는 없기에, 이는 수박 겉핥기일 수도 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의 입문에는 어쩌면 이런 접근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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