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남부의 한 시골 마을인 앨라배마 주의 휘슬스톱, 여기 한 카페가 있다. 환하게 때로는 호탕하게 웃을 줄 아는 씩씩한 여자 이지와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모의 여자 루스, 둘이서 카운터를 지키는 곳. 괄시받는 흑인이든 주머니에 동전 한푼 없는 떠돌이든 일단 발을 들이면 따끈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온정 있는 카페로 소문난 그 곳. 아담한 규모와 소박한 인테리어에 풋토마토 튀김을 주메뉴로 내놓으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을 자처하는 공간, 바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배경이 되는 휘슬스톱 카페다.

 어두운 심연이 지배하는 에벌린 카우치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온통 검은 칠이 된 꽉 막힌 방에서 간신히 바닥을 딛고 서 있는 듯, 일상 모든 것에 대한 의욕도 의지도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죽음을 열망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삶이,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버거울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인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내키지 않는 울적한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만나러 매주 찾는 노인 요양원에서 어느 날 우연히 말을 트게 된 니니 스레드굿이 그 주인공이다.

 니니 스레드굿은 휘슬스톱 카페를 이끌었던 이지 스레드굿의 가족으로, 씩씩한 이지와 따뜻한 루스의 곁에서 휘슬스톱의 시작과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끝을 함께 겪었다. 카페를 연 시기는 대공황기 즈음으로,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대공황기의 차가운 공기도 휘슬스톱에서만큼은 힘을 쓸 수 없었다. 유쾌하고 호탕한 분위기 속에서 카페는 마을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즐겁고 따뜻하지만 때론 힘들고 우울하며 미스테리하기도 한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카페는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남는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이 카페를 지배하는 향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휘슬스톱 카페의 이야기를 니니 스레드굿은 매주 만나게 된 에벌린에게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려준다.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던 에벌린은 휘슬스톱의 미담과 어느 것에도 쉽게 굴하지 않는 씩씩한 이지 스레드굿의 면모를 곱씹으며 치렁치렁한 우울의 옷을 벗어 던져버리기로 결심한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뻔한 혼란의 시간이 있었지만, 니니의 호의 가득한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삶에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민다. 과거의 휘슬스톱 카페가 에벌린의 새로운 시작을 도운 셈이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조금 특별한 주인공들의, 인간적 삶의 방식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 이야기다. 씩씩한 이지와 따뜻한 루스를 필두로 휘슬스톱 카페에 발도장을 찍었던 이들의 사랑과 우정, 용기와 의리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이어진다. 단지 그 시대에 휘슬스톱에 살았던 이들 뿐 아니라 현재의 사람인 에벌린 카우치의 삶마저 변화시킨 휘슬스톱 카페는 단지 특별하다는 말로, 따뜻하다는 말로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길가를 걷다 보면 간판을 발견할 것만 같은, 가보지도 않은 소설 속의 휘슬스톱 카페를 한동안 그리워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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