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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 배부른 세계의 종말, 그리고 식량의 미래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전은경 옮김 / 알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두어 해 전, 텔레비전에서 식량 위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다. 중국의 경제가 급속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 또한 높아져 다양하고 새로운 미식 성향이 생겼다고 한다. 욕구가 증가된 여러 음식 중 특히 치즈 수요가 돋보였는데, 주로 우유 같은 1차적 유제품을 선호하던 중국 소비자의 성향이 치즈로 옮겨 가면서 우유의 수요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치즈의 주원료가 우유이기 때문이다. 우유의 수요가 급증하니 이를 생산하는 소도 더 많이 키워야 했고, 소가 우유를 만들어 내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사료 또한 더 필요했다. 이에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수요가 늘어났고 공급이 달리자 옥수수 등 곡물의 가격은 치솟았다. 비싼 곡물값을 감당할 수 없었던 빈곤한 국가가 줄을 이으면서 인류 전체에 대한 식량의 불공평한 분배 문제는 다시금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어릴 때 보던 공상과학 만화영화에서처럼 작은 캡슐 하나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날이 오지 않고서야, 식량문제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문제이자 위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공식품 한 가지의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연쇄 작용을 일으켜 다른 분류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국가 간 국민 간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해 애초에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심한 기후변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경작지 축소, 고갈되는 민물, 증가하는 세계 인구와 단일화에 가까워지는 동식물 품종 등의 요인은 식량문제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문제를 완벽히 정리할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수습할 만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의 저자 빌프리트 봄머트는 위와 같은 문제들이 왜 일어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앞으로 전망은 어떠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수치에 근거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풀어 나간다. 가난하고 굶는 이들을 위해 노력하자는 막연한 말과 단순한 구호보다,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체감이 더 잘 되는 이유다. 저 멀리 있는 나라에 원자력 발전소가 지어지고 어느 사막엔 풍력 발전소가 놓였으며, 우리나라 어디께의 바다를 메워서 조력 발전소를 세웠다던가 하는 핑크빛 미래를 위한 앞서가는 발걸음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말이 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토양이 척박해지고 기후가 돌변해서 식량을 생산할 수 없는지나 유전형질 변환으로 단일화된 곡물 품종이 한두 개의 질병에 일제히 맥을 못추는 등, 정작 인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제1의 위기인 식량문제에 대해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요즘이기에 식량문제의 입문서 노릇을 톡톡히 하는 이 책이 반갑다.
기후변화나 고갈되는 기본 자원으로 인한 문제도 문제지만, 저자가 가장 염려하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농업 연구나 정책에 대한 푸대접이다. 날로 심해져가는 식량 수요와 공급의 문제나 국가 간 국민 간 빈부 격차로 인한 기아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연합이나 세계식량기구를 문제 해결의 창구로 삼고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각국 간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히고 일반 산업에 비해 낮은 농업에 대한 인식 등이 걸림돌이 되면서 사실상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은 지지부진하다. 당장 심각한 재정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유럽의 재정 문제조차 거북이 걸음으로 눈치싸움만 하고 있는 터에, 문제가 당장 눈앞에 닥치지 않는 식량문제를 말해서 무엇할까. 그러나 식량문제는 그 어느 문제보다도 인류에게 심각한 상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한때 곡물값이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며 세계 인구의 어느 정도는 굶지 않을 수 있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기가 코앞에 닥쳐온 지금, 그 시기가 다시 돌아올 지는 미지수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앞으로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후에 대처할 방법을 연구하고 재배하는 품종을 다양화하여 병충해를 견디며 식량 분배가 원활해질 수 있는, 거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대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혹여 저자인 빌프리트 봄머트의 식량에 대한 다음 책이 출간된다면, 그때는 지구의 식량에 대한 좋은 소식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