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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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유산은 국사國史 그 자체다. 수백 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 조상은 건축 · 예술 · 과학 · 종교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뜻을 기릴만한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그렇게 켜켜이 쌓인 업적은 오늘날 우리 국토 곳곳에 자리한 문화유산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눈앞에 펼쳐진 궁궐, 산사, 석탑, 유물, 기록 등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 시대를 읽고 민족의 얼을 느낀다. 그렇기에 문화유산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역사가 함축된 것으로서, 국사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며 이해하고 있을까. 초중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국사에 대해 글 한줄 읽어볼 일이 별로 없는데다, 따로 들여다본다 해도 국가시험이나 자격증 취득시험 등을 위해 요점정리 같은 단편적인 내용을 공부할 뿐이다. 가까이에 유적지나 박물관이 있어도 왠지 따로 시간을 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역사를 찬찬히 훑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뜻깊다. 1993년 첫 답사기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남도답사 일 번지>를 시작으로 글로써 문화유산을 유람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던 유홍준 교수가 십여 년 만에 펴낸 여섯 번째 답사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동시에, 우리 문화유산의 담백한 면면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뜻이 고아高雅하게 느껴진다.

 부여 송국리의 청동기시대 유적지와 백제, 신라,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의 위엄 있는 경복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시대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짜임새가 탄탄하고 마치 현장에서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듯 생생하다. 작은 산사山寺를 소개하면서는 자연의 정취가 있는 진입로부터 일주문一柱門을 거쳐 소박한 멋이 있는 절집의 전체적인 배치와 세세한 구조물까지 차근차근 훑는 솜씨를 드러내고, 드넓고 위엄 있는 경복궁은 그 기원부터 근엄한 하나하나의 건축물에 대해 정성스레 늘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의 신묘함과 고매함에 절로 흐뭇해진다.

 이번 답사기에는 저자 개인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문화재청장 시절 특별히 마음을 썼던 경복궁, 때마다 쉼터삼아 찾게 되는 순천 선암사, 마음의 빚을 진 달성 도동서원과 거창, 두 번째 고향으로 삼은 부여 등 개인적으로 마음 속 끈이 각별히 닿아 있는 곳의 문화유산을 애정 어린 문장으로 풀어낸다. 한국 미술사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가르쳤으며, 답사 일행을 이끌고 나라 곳곳을 다닌 것만도 이십여 년에, 정식 문화유산해설사로서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일을 맡은 지도 벌써 여러 해인 저자의 관록이 곳곳에서 묻어남은 물론이다.

 여기에 곁들여 간간이 소개하는 옛 문장가들의 유려한 글귀나, 담백한 미가 느껴지는 문장도 지나칠 수 없다. 특히 합천 영암사터에 있는 쌍사자석등의 모양새를 소개하면서 붙인 문장인 '쌍사자석등은 황매산을 떠받들고'(291쪽)나, 성주사터의 조망眺望을 '바람도 돌도 나무도 산수문전 같단다'(413쪽)라는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일품이다.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저자에게 제2의 고향인 부여를 소개하면서부터는 저자가 발붙이고 이웃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사는 곳이어서인지 문체는 더욱 따뜻해진다. 저자의 일상과 주변인을 둘러싼 삶의 자잘한 알맹이를 문화유산과 아울러 소개하는 이야기에는 소박한 멋이 가득하다.

 자긍심이 절로 피어오르는 우리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훑는 앎의 기쁨에 정신을 쏟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책장이 넘어갔다. 잠시 잊고 있었고 어쩌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우리 역사의 소산인 문화유산을 따라 방방곡곡을 유람하는 즐거움이 컸다. 광주 비엔날레, 광화문 복원, 경복궁 복원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으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홍보의 올바른 길에 대한 저자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고, 다사다난했던 역사의 틈새에서 굳건하게 살아남은 문화유산을 마주할 때는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의 답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섯 권 째에 이르러서도 미처 소개하지 못한 충청, 경남, 제주 등을 지나 북한 개성과 백두산 등지까지 답사의 폭을 넓힌다 하니 그 행보에 기대를 아니 걸 수 없다. 답사기 다음 권, 다음다음 권까지 기다림이 길지라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답사기의 보폭이 길면 길어질수록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상당하다는 방증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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