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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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다. 태어나고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 장년기, 노년기에 이를 때까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흐른다. 본인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데에 상대성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같다. 그러나 여기, 공평한 시간의 안배에서 비껴난 소년이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 한아름이다.

 아름은 열일곱 소년이다. 소년의 열일곱이란, 한창 청소년기의 푸르른 아우라를 뿜어내며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공을 차는데 열심일 나이다. 하지만 그 무리에서 아름은 저 멀리 벗어나 있다. 원인도 치료방법도 모르는 병 때문이다. 아름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은 여느 사람들과 같지만, 그의 몸은 그렇지 못하다. 마치 몸에 제트 엔진을 달아놓은 듯 아름의 몸은 물리적인 시간을 뛰어넘어, 빨리 더 빨리 늙어간다. 운동신경은 날로 퇴화하고 잠시 거동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고 피곤이 몰려온다. 게다가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에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뻑뻑해지는 침침한 눈 때문에, 곧 닥칠지 모를 완전한 어둠이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아름이 쉽게 낙담했다면,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희망적인 제목을 가진 소설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 터다. 최악의 상황에 몰린 아름이지만 누구보다도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그리고 지혜롭게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 한다.

 아름에겐 삼십대 중반의 젊은 부모가 있다. 아름의 나이에 철없이 굴다 아름을 가졌지만, 아픈 자식을 꿋꿋하게 키워낸 용감한 부모라 이르고 싶은 엄마와 아빠다. 용감한 부모는 자식이 아프다고 해서 낙담하지만은 않는다.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탓에 친구가 없는 아름의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친구처럼 농을 주고 받기도 하며 자식을 보살핀다. 젊은 부모다운 거침없는 말솜씨와 발랄한(?) 성격은, 나이에 비해 생각이 많고 진중한 아름의 모습과 대비되며 이야기는 더 선명한 빛깔을 띈다. 특히, 못해도 한 세대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장씨 할아버지와 아름의 우정 아닌 우정은 소설에서 감초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장씨 할아버지는 부모의 내리사랑으로 미처 감싸지 못하는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면서, 친구란 성별과 연령을 초월하여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이지만 동시에 열일곱이 아닌 소년이, 17년간 지나왔을 길고 긴 터널을 따뜻한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그 터널은 부모가 있지만 혼자 걸을 수 밖에 없었던 외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래도 부모가 있고 감초같은 친구가 있었기에 아름은 '두근두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던 것 아닐까.

 오직 제 나이답게 자라기를, 평범한 인생을 살기를 바라면서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소년은, 생각의 키만큼은 훌쩍 큰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제 나이대로 평범하게 삶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분 일초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 삶을 소중하게 그리고 한껏 아름답게 대할 때 비로소 두근두근대는 내 인생이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전해지는 소리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프롤로그를 읽어보길 권한다. 처음에 읽어내지 못했던 행간이 눈에 보이고, 다 읽은 후의 감상에 프롤로그가 녹아 스며드는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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