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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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과 소비는 인간의 숙명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소비에 의해 생명을 연장한다지만, 다른 생물의 소비 수준에 인간의 소비를 비할 바는 못 된다. 단순히 잡거나 주운 식량을 소비하는 여타 생물과 달리 인간에겐 가공과 폐기 등의 과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지하자원을 캐서 정제한 뒤 연료나 땔감으로 이용하거나 생필품으로 만들어 쓰고, 동식물을 키워서 잡거나 재배하여 식량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각종 광물을 캐다 가공하여 값비싼 보석을 만들어 몸을 치장한다. 이 모든 것은 인간만의 행위다.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바다와 산, 땅속, 숲을 헤치고 다니며 자원을 추출하고 생산하며 유통시키고 소비한 뒤 폐기한다. 이 모든 행위에는 감독도 없으며, 훈수 두는 잔소리꾼도 따로 없다. 인간이 스스로 알아서 개척해 나간 길이다. 이제, 그 유구한 생산과 소비의 역사 앞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할 때가 되었다.

 과연 이 모든 행위는 옳은가?

 우리는 우리의 생산과 소비하는 행위가 지구에 이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는 있었으나, 그 행위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일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답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물건 이야기>를 읽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저자 애니 레너드는 대학에서 환경학을 공부하던 어느 날, 길가에 마구잡이로 놓인 쓰레기 봉지들을 바라보면서 의문을 갖는다. 그녀는 생각했다. 우리 손에 들어올 땐 멀쩡했던 물건들이 어째서 얼마 뒤엔 이렇게 형편없는 모습으로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것일까? 그것도 아주 많이. 의문을 참지 못한 그녀는 직접 행동했다. 과연 이 쓰레기들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따라갔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산만큼 큰 쓰레기 매립지였고,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이었다. 이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흘러 온 물건들도 다양했다. 소파나 가전제품 같이 묵직한 것들부터 책이나 비닐봉지까지……. 인간의 문명이 흉측한 모습으로 거대한 산이 되어 우뚝 서 있었다.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이 쓰레기들의 근원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인간이 만들어 낸 거대한 고리를 발견했다. 산을 폭파시키고 땅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것은 물론이며 필요한 자원을 정제하기 위해 유독한 물질을 물에 쏟아 붓는 추출 행위는 서막에 불과했다. 곧이어 물건의 생산을 위해 인권이 무시되고, 추출과정에 이어 자연은 또다시 위협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세계 곳곳,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퍼나르기 위해 온갖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운송수단은 바다와 땅을 서슴없이 질주한다. 이어 전혀 아름답지 못한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이 물건들은 매력적인 포장에 둘러싸인 채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곧 마지막 수순을 밟게 된다. 폐기다. 이 과정에서 물건들은 -대부분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채- 애초에 그들이 있었던 곳, 자연으로 돌아간다. 마구잡이로 땅에 묻히고 바다에 묻히고 어떤 것은 해로운 연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스며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책임이 남았다. 위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위험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부담과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인권이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몫을 진다. 얼마간의 임금도 최소한의 작업환경도 갖추지 못한 곳에서 많은 사람이 고되고 유독한 노동을 이어가며, 우리들의 소비를 뒷받침할 자원을 생산한다. 또한 일부 선진국에 비해 법체계가 철저하지 못하고 느슨한 국가나, 마땅한 경제 기반이 없어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으로 얼마간의 대가를 취하는 국가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한 뒤 배설한 쓰레기들이 흘러간다. 저자는 이러한 불공평의 현장을 발로 뛰며 설명하고, 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하면 줄이고 막아서 자연환경의 파괴를 저지하고 인권탄압의 현실도 물리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연히,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알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물론 이렇게 잘못된 일을 고치기 위해 추출과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물건'들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지점에 와 있고, 당장 이 행위들을 그만두는 것이 계속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 답은 우리의 양심에 있다. 지구를 우리가 자원을 맡겨둔 금고쯤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인간적인 행위를 버리고, 환경친화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 제도적 · 양심적으로 노력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현장에서 상실된 참다운 인간성을 살리는 것이 답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해결책 외에 아주 간단히 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아끼는 것이다. 비닐봉투나 종이 휴대전화 옷가지 등 아직 충분히 쓸 수 있음에도 새것이 더 좋아서 헌것을 쉽게 버리는 행동, 누구나 한번쯤은 해본 일이다. 모든 개인이 이러한 행동을 한번 씩이라도 줄이고 아끼는 데 앞장선다면, 이는 전지구적으로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저자가 <물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상통하는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공익광고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말처럼, '나 하나쯤이야'하고 생각하기보다 '나 하나부터'라는 생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아끼고 재활용하며, 생산과 소비에 있어 오염을 줄이고 인간과 동식물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등 개인적 · 제도적인 방면에서 양심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지구를 위하는 유일한 길이며 이 모든 일은 너무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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