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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라는 소재는 그 단어만으로도 호기심과 설렘, 두려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낸다. 미래는 이미 지나온 과거, 지금 지나고 있는 현재와 달리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운 앞으로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낼 수는 없어도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은 영화와 소설, 그림 등으로 구체화된다. 최근 개봉하여 큰 화제를 낳았던 영화 <아바타>를 비롯하여 세상에는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그려낸 수많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올해의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 <싱커> 또한 미래 사회와 인류의 모습을 '게임'과 '생명'이라는 주제의 결합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미래의 지하도시 '시안'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더이상 지상에서 삶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인류는 삶의 터전을 지하도시 시안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지하도시의 구성원은 시민과 비시민으로 나누어 지는데, 시민은 권력층과 비권력층으로 나뉘고 비시민은 난민층을 뜻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백살은 거뜬히 넘는 삶을 살게된 시안의 시민 중 하나인 '미마'는 백오십살된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혼자 기숙사에 살고 있는 10대 소녀다. 어느날 미마는 시안에서는 비싸 구할 수 없는 약의 저렴한 복제약을 구하기 위해 시안의 버려진 사각지대인 난민촌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 미마에게 호의를 베푸는 두 소년을 만나게 되고, 이들에게 '싱커'라는 게임을 얻어 시안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책에서 '싱커'란 동조자를 뜻한다. 게임팩을 실행하면 도시 시안이 지하에 자리잡으면서 봉쇄해 버린, 실제의 아마존을 재현한 '신아마존'에 접속하여 뇌파의 동조를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뜻의 이름이다. 지하도시 시안의 기온은 늘 따뜻함을 유지하고 시간마다 조절되는 빛이 있지만, 자연의 생동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아이들은 싱커라는 게임을 통해 진정한 '싱커(동조자)'가 되면서 자연에의 열망을 갖게 된다. 지하도시의 회색빛을 벗어나, 뛰어난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자연적 감각에 황홀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만을 그려냈다면 이 소설은 단순한 미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싱커가 된 아이들의 이야기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현실'을 대입했다. 아이들은 싱커라는 게임을 하면서 놀이를 즐기고 서로 동조를 하며 통신을 한다. 그리고 현실의 우리는 미니홈피나 트위터로 대표되는 인터넷을 통해 유희적 행동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계속될 때 다음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음 과정도 책과 현실이 비슷한데, 집단이 형성된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은 으레 일반적인 관계보다 더욱 조밀한 친밀감과 공감대 형성을 이루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집단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게 되는데 과연 이 현상은 사회에, 더 정확히 말해서 사회라는 피라미드의 윗부분에 올라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싱커가 되어 나무가 푸른 잎을 흔들고 새는 하늘을 날며 사슴이 뛰놀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아마존을 가상으로나마 누비며, 초록빛 자연에의 열망을 동조하는 아이들의 집단은 어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그들의 동조는 어떠한 형태로 지하도시 시안에 발현될 것인가.
어린이와 청소년은 나라의 희망이자, 힘이라고들 한다. 이는 곧 그들의 잠재력이 담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나라의 근간을 이룬다는 뜻 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싱커>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때묻지 않은 열망이 자연이라는 순수한 존재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시안이라는 회색도시와 마찰할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너머에 청명한 하늘이 빛나고 있을 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있을 것인지는 <싱커> 안에서 아마존과 호흡하는 싱커들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다. <싱커>는 미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게임과 생명이라는 독특한 결합을 통해, 미래사회로의 진보를 위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비단 독자가 청소년에 국한되지 않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