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性 -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
이성주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性 :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 책제목 한번 길면서도 과감하다. 자고로 성性이란, 인류와 함께 역사를 함께 해 온 최고最古의 화두일 것이다. 이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책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때로는 상식적으로, 때로는 몰상식적으로 인류와 함께 해 온 성. 저자는 특히 우리가 성에 대해 알고 있는 보통의 지식보다, 역사에 있어 '치명적 배후'로 작용해 온 성의 면면을 낱낱이 드러낸다. 성性이라는 주제를 거칠 것 없이 이곳 저곳 들춰내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본능으로 시작한 독서는 스멀스멀 그 자리를 옮겨 머리로써 인류의 성을 이해하게 만든다.
 
 역시 수천년을 인류와 함께한 성性에 대해 쓴 책답게, 다루는 주제도 영역을 한정하지 않는다. 전쟁 / 사회구조 / 과학 / 성 의식 / 성 풍속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2차 세계대전이 미국의 성 풍속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국의 흑인들이 매독(성병의 일종) 연구의 희생양이 되었던 인종차별적 폭력에 대해 말하는 가 하면 과감하게 포르노의 양면성과 그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여기에 양념을 더 치자면, 불륜의 성적인 면과 결과에 대해 다루는 차례도 있다. 
 
 다루는 주제가 이쯤되니 '이거 우리의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주제 아닌가' 하는 생각보다, '얼마나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고리타분한 사실을 열거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의문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접한 전문용어라고는 내용 전개상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물질명이라던가, 간간이 나오는 몇몇 학자의 이름 뿐이다. (물론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게다가 고리타분할 수 있는 학자의 설명이나 연구결과 등도 책의 많은 부분을 대화체로 풀어 쓴 덕분에 쉽게 읽힌다. 또한 '왜 포경수술을 하는가'라는 기초적이면서 생활적인 주제부터 전쟁의 역사에 있어서의 성이라는 묵직한 주제까지 읽는 이가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유머와 정색으로 풀어 나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비아그라를 복용한 후 섹스하면 임신 성공률이 극도로 떨어진다. 지금 우리는 비아그라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바로 피임 기능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피임을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왜 말이 안 돼? 비아그라가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삐끗해서 만들어진 건데, 피임약이 못 될 건 또 뭐 있어?"
"좋아, 그럼 어떻게 피임이 되는 건지 설명해봐." -155쪽 
이렇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때로는 대화체로 때로는 설명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배가 시키는 한편 공감을 얻을 만한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흥미로운 주제가 더욱 재미를 얻어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性>은 인류의 공통된(?) 관심사인 성性을 활짝 펼쳐보이며, 17 · 18세기의 이야기부터 불과 한 해 밖에 지나지 않은 2009년의 이야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성性적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횡무진하며 많은 주제를 다뤄서인지 약간 산만한 내용의 흐름이 보인다거나, 이 얘기하다가 저 얘기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아마도 한권 안에 이 모든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저자의 당연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용 간 겹침이 없고, 우리가 성에 대해 한번쯤을 궁금해 했을 이야기들을, 또 다른 나라의 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써서 읽는 이의 이해도 잡고 몰입도도 잡았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성性은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성性은 역사의 배후가 아니라 역사와 나란히 걸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역사에서, 삶에서 종횡무진 해 온 성性이라는 인류의 욕망. 이제까지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들어 왔다면, 이제부턴 상식의 다양한 단계만을 넘나들길 바라면서 호기심 가득한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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