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는 법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엮음, 김지은 옮김 / 앨리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의 일상과 삶'. 이 짧은 문장을 보면 무엇이 생각날까. 사람들이 복작대며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 인간극장 같이 특정인물의 삶을 밀착취재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미니홈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문에는 잘 나온 자기 사진과 현재 기분을 표현할 만한 짤막한 문장을 걸어놓고, 다이어리와 사진첩 등의 메뉴에는 기념일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과 주말에 다녀온 근사한 여행지에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을 전시해 놓는 곳. 미니홈피를 아는 사람이라면 또 알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미니홈피란 어쩌면 '열폭(열등감 폭발의 줄임말)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타인의 삶이 궁금해서 우리는 가끔씩, 혹은 매일 타인의 미니홈피를 찾는다. 그리곤 아름답고 근사하게 재단되고 편집된 타인의 삶을 구경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때론 상심하기도 한다. 그 전시물들은 편집된 화려함임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들의 삶에 비해 내 삶이 초라해보이는 자괴감이 피어 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타인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본다는 것은 호기심으로 가득찬 즐거운 소일거리인 동시에, 나를 '열폭'하게 만들고 때론 우울하게도 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 들여다보고 나면 '열폭'보단 훈훈함을, 우울감보단 자존감(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타인의 삶이 있다. 바로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다.

 이 책은, 2002년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라는 두 작가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쉬우면서도 어렵고 그러면서 구미도 당기는 실천형 과제를 내고 사람들이 과제를 수행하여 웹사이트에 올린 결과물들을 모아 편집하여 출간한 책이다. 보통 과제는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주근깨나 점을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 '자신의 하루를 전단지로 만들어 보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써보기', '응원의 게시물 만들기' 등, 하고자 마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독특함에 매료된 것인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과제를 수행해 웹사이트에 올리게 된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같이 진중한 결과물에서부터 태양을 사진에 담거나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땋아주는 간단한 결과물까지 모두 모인 이 웹사이트는, 매우 다양한 빛깔로 채워진 '인생의 스펙트럼'이 된다. 스펙트럼을 채우고 있는 셀 수 없는 다양한 빛깔들은 과제에 참여한 한명 한명의 진솔한 이야기인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기 위해 재단되고 편집된 알록달록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숨겨진 진솔한 나의 모습과 내 인생의 모습 그리고 우리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분명 이 책에 담긴 것도 다른 이의 인생 이야기이건만, 미니홈피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며 느꼈던 불편함은 온데간데 없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공감과 위안이었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여느 치유서적에 있는 것처럼 '그러니 너도 힘내!'라던가 '할 수 있어!'와 같은 말은 별로 없다. 타인의 일상과 삶이 투영된 사진이나 그림, 글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내 삶과 같이, 때론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고 고통을 겪기도 하는 그들의 일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묘한 동질감이 피어나면서 '아직은 나도 괜찮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고 나만 힘든 게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책에 실린 '나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는 어떤 참여자의 후기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심각한 우울감을 느낀다거나 나쁜 충동을 자주 느끼는 경우라면 치유서적보다는 진지한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권태에서 오는 가벼운 무력감을 느낀다거나, 다른 이의 미니홈피를 들락거리다 문득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초라해보여 자괴감이 피어 오르는 사람이라면, 미니홈피와는 다른 형태로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 보자. 이 넓고 넓은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혼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없던 힘이 솟아날 수도 있고, 외로움을 끝낼 수는 없어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 느끼고 싶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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