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간 - 서로를 책임지는 느린 존재들의 이야기 오봄문고 5
안희제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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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려식물인이다.
시작은 평범하지만 실용적이었다.
"심신 안정에 초록색이 가장 좋다. 특히 식물."
하나둘씩 사고 선물도 꽤 받다보니 수십 개의 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 떠나보낸 식물들도 많다.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날 떠난 게 아쉬운 건지, 내가 떠나보낸 게 미안한 건지 확실하지가 않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고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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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점을 어디에 찍을까.
작고, 약하고, 심지어 말도 못하는 / 살아있는
전자로 기울어지면 동정과 연민을 떠올리게 된다. 동정, 연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암묵적으로 위계를 품고 있다는 생각에 끝맛이 씁쓸하다. 오죽하면 동정이라는 말 앞에 '값싼'이 붙어야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니까. 아무튼 주체든 객체든 역겹고 수치스러운 기억을 남기는 데 동정 만한 것도 없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나와 다른 존재의 살아있음을 최우선에 두면 조금 달라진다. 동등한 존재로서 상대를 인정하는 데 마음의 뿌리를 내리면 동정, 연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단단하게 뻗어나간다.
"아이고 불쌍한 것..."과 "너도 살아서 숨쉬고 있구나" 사이는 멀다. 이 한 줄은 《식물의 시간》에서 피워낸 꽃이고, 한 움큼 손에 쥔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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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 손바닥만큼의 책임에서 시작해요."

책에서 모노노케 히메를 다룬 부분이 기억에 깊이 남았는데 '책임'이 키워드였다.

아주 마음에 든 사인이다.

저자 친필 사인 자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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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그렇습니다 - 뜻대로 되지 않아도 뜻대로 사는 나
김영지 지음 / 디플롯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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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스무 살이 되어도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스무 살도 다르지 않았기에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나의 서른 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세상이라는 무대에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아마추어라는 노랫말처럼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충분히 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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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격론 - 창세기를 읽을 때 피해 갈 수 없는 11가지 질문
칼 헨리 외 지음, 로널드 영블러드 엮음, 김태범 옮김 / IVP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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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물결플러스 김요한 대표는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로 개신교 내부에 만연한 반지성주의를 꼽았다. 강영안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신앙인들이 평소에는 머리를 달고 살다가 교회에만 들어가면 -물리적인 의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떼어 버린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알기에 더욱 힘쓰라는 말씀은 피조세계까지 확장해서 적용할 수 있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건 사명과 같은 거다. 여기에 한 가지 답만을 제시하고 ‘입틀막’을 시전한다면 진리와 의미를 추구하려는 모든 이들의 노력과 수고를 짓밟는 것과 같다. 일종의 저항을 하고 있다.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저항이다. 똥멍청이 소리 듣는 것도 싫고 내가 따르는 진리가 왜곡되고 폄하되는 것도 싫다.

책 구성상 원하는 주제만 골라서 보기에 좋다. 1-4장, 7, 10장이 조금 더 관심을 가는 주제였고 특히, 11장 사형의 정당성 부분은 다시 한 번 톺아볼 생각이다.

특정 주제에 관해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견해를 비교하며 함께 볼 수 있다. 다소 고집불통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배려와 존중을 가지고 말하고 있다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 나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신앙을 가진 분들의 대다수가 꺼려하는 것이 관용이라는 점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여기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모두 진리를 추구하려는 선한 의도를 가졌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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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안희제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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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은 여러 질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들에 굳이 답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상이다. 그냥 먹으면 되고, 그냥 가면 되고, 그냥 하면 된다.

누군가는 일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2,300원짜리 봉구스 밥버거 앞에서도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하게 된다. 먹어도 괜찮은지,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먹는다면 얼마나 먹어야 탈이 덜 날지.

‘그냥’은 없다.
‘그냥’은 가장 치명적인 단어일 것이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도 남을.

그의 섬세함과 상상력은 그저 살아내기 위해 매 순간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빚어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냥’에 던진 질문들을 가득 담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기대한다.

.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지만 기적적으로 세상은 바뀐다. 누군가 질문을 하게 되면.’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최종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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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흑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처방된 선택에서 빠져나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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