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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초한 고립과 그 해방감. 혼잣말이 큰 소리가 되는 것. 그림이 이야기가 되고 말이 그림이 되는 것. 혼자 만드는 작고 고요한, 혹은 넓고 깊은 세계. 종이와 펜, 나의 손. 그리고 애태우며 시한을 넘겨 완성한 한 편의 만화와 길고 단 잠. 잠에서 깼을 때 다시 내 앞에 놓인, 써야 할 글과 그려야 할 그림과 빈 원고."
『에픽 #02』의 끝을 장식하는 의외의사실 작가님의 '멋진 신세계'. 짧은 호흡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이지만 작가님이 문장 하나하나에 꾹꾹 눌러 담았을 진심은 깊은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작가는 더 이상 쓰지 않는 먼 미래를 상상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그리는 삶으로 다시 돌아오길 선택한다. 매일같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이기에 창작의 고통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나를 괴롭게 하는 것도 창작이지만 결국엔 나를 해방시키는 것 또한 창작이라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요새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책을 읽고, 문장을 두 번 세 번 곱씹어 보고 서평을 쓰는 일은 사실 가끔 힘들다. 너무 많은 감정을 느꼈는데 표현할 길이 없고, 나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서 공감이 가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선을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게 고심하다 결국 버려진 많은 감정과 글을 보면 내가 언젠가 포기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이런 나에게 필요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던 것 같다. 어쩌면 미래에는 평화롭게 글도 쓰지 않고, 그림도 그리지 않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 나의 선택도 그러하길 바란다. 고된 길을 가지 않는 쪽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이 나에게 선사하는 의미는 그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초한 고립과 그 해방감. 혼잣말이 큰 소리가 되는 것. 그림이 이야기가 되고 말이 그림이 되는 것. 혼자 만드는 작고 고요한, 혹은 넓고 깊은 세계. 종이와 펜, 나의 손. 그리고 애태우며 시한을 넘겨 완성한 한 편의 만화와 길고 단 잠. 잠에서 깼을 때 다시 내 앞에 놓인, 써야 할 글과 그려야 할 그림과 빈 원고.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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