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유목제국사 - 기원전 209~216 유목제국사
정재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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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역사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최초의 유목제국으로서 한 시대의 초원을 호령했음에도 어쩌면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혹자는 만리장성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으며, 누군가는 역사 교과서에서 한 고조와 흉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 무제가 밀어내는 이야기에서 흉노를 처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기억을 더듬어보았음에도 처음 흉노를 들었던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옛날에 진시황을 다룬 만화책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흉노를 처음 알게 된 때를 먼저 상기시킨 이유는 흉노에 대해 파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흉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장건, 한무제, 한고조, 만리장성 등의 키워드를 제외하고는 알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이 흉노를 알지만, 유목사에 관심있지만 자세히는 모르거나 중원의 역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에도 주변 지역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함을 미리 밝힌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 이 책은 본격적으로 흉노를 다룬 책이다. 솔직한 말로 책 한 권을 할애하여 흉노를 다룬 책은 그동안 몇 있었지만, 대다수는 고고학적 내용이 다수이며, 문헌사를 다뤘음에도 지금은 오래되어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서 이 책은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책이며, 위기 속 구원투수와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책은 본격적인 시작 전에 사마천의 사기를 검토하며 시작한다. 이후에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크게 흉노의 등장과 성장 과정, 중원과의 대결과 위축, 막북 고립 위기와 중원으로의 반격, 분열과 소멸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타 국가의 흥망성쇠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후반부 시도한 반격은 흔히 말하는 '회광반조'가 떠오르는 모습으로 그들만의 특이점이라고 생각한다.


흉노는 건국 후 전성기를 구가하며 한과 함께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였지만 내부적 한계로 인해 한이 주도하는 질서에 편입된다. 흉노의 한계는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저자는 체제 결속력 약화에 따른 쇠퇴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속력 약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책을 직접 읽고 이해하는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특징을 말하자면 먼저 고고학과 문헌사학을 고루 다루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교차검증을 통해 기존에는 타인의 시각으로만 기록된 문헌의 내용을 고고학적 성과를 통해 뒷받침해주고, 교정해주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 책이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책의 가치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동시에 내용의 내실과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시각 자료를 빠뜨리지 않았다는 점은 또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자인 선우가 계승되는 과정을 표로 나타내거나 유물 자료를 보여주는 등 깔끔한 시각 자료가 제시되어 이해를 돕기도 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흉노와 진한 사이의 관계가 아닌 초원 국가들과 중원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당대사를 이해하는 책이기에 더 넓은 시각에서 당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정통성이 가장 높은 최초의 유목제국 흉노는 그 역사가 길었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아 아쉬우며, 그렇기에 부정확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흉노는 최초의 유목제국임에도 이후 나온 유목제국들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 그것은 그들의 체제적 한계가 불러온 아쉬움이지만 흉노가 유목제국의 원형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오직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수식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261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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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흉노가 신라와도 연결된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이 도서에 관심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