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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달에 가지는 환상들이 있다. 옛날 옛적에는 달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속설에서부터 외국으로 나가면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늑대인간과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것과 아들을 낳기 위해 보름들의 정기를 받는 이야기까지 모두 달에 대한 환상들이다. 그러나 환상이라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달에 소원을 빌며 그 환상을 믿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정월 대보름날 달이 뜨면 꼭 소원을 빈다. 달이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그러나 여기 이 책에는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 달에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닌 개기일식을 통해 저편 어디인가에 있는 다른 세계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다닌 그곳. 여름 캠프가 있다. 그곳에는 자살하려고 시도했던 아이들, 왕따를 당한 아이들, 사회적으로 생활을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곳 캠프에 다녀온 아이들은 자신이 언제 그랬다는 듯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더 큰 사람이 되어 있다. 그것이 모두 그 캠프의 총 책임자인 이시미네 다카시이고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그곳에는 그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아들이 왕따를 당해 자살한 가키자키, 한때 자신도 자살을 꿈꿨지만, 이시미네로 말미암아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된 사토미, 아내와 자식을 교통사고로 잃은 마카베가 그의 동료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들이 모시는 스승인 이시미네 다카시이고가 우연히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고 자원봉사자인 스태프들은 스승님을 데리고 오기 위해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다. 바로 비행기 납치라는 사건을 벌인다. 선량하고 착하기만 한 그들이 왜 어린아이를 인질로 잡으면서까지 비행기 납치를 감행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고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까지 귀가 막히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대충 범인이 누구인지는 나도 감을 잡을 수 있었고 그 감이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범인이 밀실에서 살인했는지에 대한 추리까지는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납치범들 대신 사건을 풀어나가는 자마미 군의 설명을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비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를 보며 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점은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지만. 그와 그의 추리를 반박하며 말하는 마케토도 납치범이지만, 그의 비상한 머리에 찬사를 보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난 그 말을 조금은 믿는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세상에 난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만약 내가 이시미네를 만났다면 아마도 난 그와 같이 개기일식을 통해 이곳을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그들의 작전이 성공해서 그곳을 벗어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결말에 많이 놀랐었고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마미 군이 전해준 소식으로 그쪽으로 건너간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게 되었다. 그들도 다음 세상에서는 그곳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