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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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고 한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 인연과 친해질 때쯤에 다시 새로운 인연을 찾거나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학창시절에는 강제로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는 일하는 그곳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 사람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한 인연도 악연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막상 나와 그 아이에게는 악연으로 가는 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그 아이와 악연이라는 말만 남기고 헤어졌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보다 두 살 많은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 아이와 악연으로 끝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후회했었다. 그리고 오늘 이 책 "악연"을 읽으면서 그 아이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느 공원 모래사장에서 두 소년이 만나게 된다. 한 소년은 만도라는 이름을 가졌고 다른 소년은 이 책의 주인공인 루이다. 두 소년은 처음 만난 순간 운명처럼 둘도 없는 사이가 되고 어디를 가나 둘은 떨어지지 않는다. 둘이서 청소년기를 같이 보냈지만, 어느 날 루의 한 번의 배신이 그들의 우정에 금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그 금은 보이지 않아서 루는 자신의 배신으로 만도가 잘못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년이 된 두 소년은 하고 싶은 공부가 서로 달라 헤어지게 된다. 자신의 공부에 열중하던 루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만도가 부담스러웠고 그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것으로 그들의 인연은 점점 수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정신병을 앓는 만도지만, 그 병을 모르는 루는 그저 다른 친구들처럼 그을 대할 뿐이다. 그러나 만도에게서는 루는 친구 이상보다도 더한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루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마지막에서야 루도 그의 지병을 알았고 그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을 죄책 하며 원망으로 책은 끝이 난다.

처음 악연이라는 책을 받고 두께가 얇은 것을 보며 몇 시간이면 책을 다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크게 빛나가 버렸다. 책은 얇지만, 그 안에 내재 되어 있는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했으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인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였고 나에게도 친구였지만, 악연으로 끝이 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그냥 앉아 있어야만 했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말이다.

두 소년이 만들어낸 우정의 진짜 모습이 정말 악연일까? 만도는 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이미 시작된 일은 어쩔 수 없기에 그들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말은 그저 후회가 불러오는 미련뿐일 것이다. 악연이라는 책 한 권으로 나의 수많은 인연 중에서 악연이 되어버린 모든 사람에게 늦었지만, 그때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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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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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 전까지 편지로만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과 동시에 이메일이라는 컴퓨터 편지가 새롭게 생겼고 멀리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편지보다는 이메일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편하게 사는 우리에게 편지는 보기 드물어져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편지를 누군가에게 다시 보내고 그 답장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 껍질 파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도 책에 대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도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책과 조금 다르다. 고서를 사려는 구입자와 고서를 파는 판매자와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이나 서로 보지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진한 우정을 나누었던 구입자와 판매자 간의 편지는 읽는 동안 나의 가슴을 뜨겁게 했고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뉴욕에서 문고본 편집이나 드라마 대본을 쓰는 헬렌 한프가 영국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마크스 & Co. 중고서점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 위해 편지를 씀으로써 이 책은 시작된다. 가난한 작가이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았고 자신이 사는 그곳에서는 중고서적을 구하려면 몇 킬로를 걸어가야 했던 그녀는 차라리 편지가 더 빠르다고 생각해 그곳으로 편지를 보내게 되었고 그곳의 직원인 프랭크 도엘의 도움으로 그녀는 자신이 구하고 싶은 서적들을 구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변하지 않고 이어진다. 그 당시 영국의 배경은 전쟁을 끝내고 회복 단기로 들어가던 시절이라 돈이 있어도 배급제 때문에 먹을 것을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헬렌은 그것을 알고 항상 자신이 놀리며 비아냥거려도 묵묵하게 받아주는 그 서점의 직원들이 고마워 햄이며 혓바닥 고기와 달걀과 건 달걀, 그리고 튼튼한 나일론 양말까지 그들에게 선물한다.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직원들은 그녀의 요구를 더 열심히 들어주게 되고 그녀는 깨끗하고 질 좋은 중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할렌 한프의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이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할렌 한프는 읽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해 정말로 채링크로스 84번가로 편지를 했고 답장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자신의 편지에 답장해준 그가 죽음으로서 그녀는 자신과 그의 편지를 모아 책으로 출판할 생각을 한다. 그렇게 모아서 탄생한 책이 바로 채링크로스 84번지이다. 평범한 작가인 그녀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고 책 제목에 반해 이 책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읽고 덮으면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화는 또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서 꼭 찾아서 봐야겠다. 편지에 대한 그리운 추억을 불러와 준 고맙고 따뜻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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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의 나라
유홍종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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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창시절 공부를 무지 싫어했다. 그래서 모든 수업을 건성으로 들었고 시험이 다가올 때만 벼락치기로 공부해서인지 국사에 대해서는 도무지 아는 것이 없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드라마 사극을 보면서 조금씩 우리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학창시절에 국사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나 자신을 많이 원망했었다. 그때라도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더라면 지금 역사소설들이 나올 때마다 힘들지 않고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조그마한 한반도 땅에 신라, 백제, 고구려 삼국이 다스리는 때가 있었다. 둘로 나뉜 지금도 땅이 작다고 생각하는데 그때에는 이 땅에 셋으로 나뉘었으니 그들의 전쟁은 시도때도없이 일어났다. 그곳 신라 땅과 백제의 경계선 황강이 흐르는 사이로 가야국 연맹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있었다. 그 연맹 중 한 곳인 다라국에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 여인은 다라국의 왕족으로서 아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곳은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에 있어 전쟁의 중심지가 되어 백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신라로 넘어감으로써 이름만 있는 왕이 있고 통치는 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신라 김유신 장군이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백제군들을 몰아내고 다시 장악하게 되었고 한강을 중심으로 백제를 경계하기 위해 김유신은 한강으로 떠나면서 다라국을 설오유 장군에게 맞기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처음 만난 아사와 설 장군은 첫눈에 서로 반하게 되었고 뜨거운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절도 한때일 뿐 갑자기 한강으로 떠나게 된 설 장군은 나중을 기약하며 그곳을 떠나지만, 갑자기 나타난 백제로 말미암아 그곳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왕족과 몇몇 포로 중 아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백제 땅에 도착한 그녀는 우연히 백제의 황제 의자왕의 후궁이 되고 설 장군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안 그녀는 천만다행으로 의자왕의 아이로 속이고 아이를 낳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딸 사비이다. 엄마의 이름과 같은 뜻을 사비는 엄마와 너무나도 닮았다.

대충 역사를 알고 있던 나는 백제의 의자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삼천 궁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머릿속에 의자왕의 이미지는 여자를 밝히는 쓸모없는 왕이라는 생각이 깊었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아사를 위해주면 사랑하는 의자왕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 놀랍고 신비로웠다. 그러나 아사를 잃고 왕권을 부인에게 뺏긴 그를 보며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놈의 땅이 무엇인지 그 땅을 넓히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밑에 층에 있는 서민들이 안타까웠다. 전쟁의 군인으로 참전해서 전사하는 그의 유가족도 불쌍하지만, 전쟁에 져서 패배자가 된 그들도 불쌍하다. 패배가 확실해지면 그 땅에 사는 아녀자와 부녀자들을 무참하게 짓밟고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왜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루어지는 전쟁을 보며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 이야기가 나올 때는 지루하고 그 역사 이야기 때문에 책의 아사와 사비 이야기의 진행이 막힐 때마다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말미암아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더 좋았었다. 그리고 아사와 사비. 두 여인의 슬프고 아픈 소설을 만나게 되어서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아프지만, 이제는 그들이 행복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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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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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달에 가지는 환상들이 있다. 옛날 옛적에는 달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속설에서부터 외국으로 나가면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늑대인간과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것과 아들을 낳기 위해 보름들의 정기를 받는 이야기까지 모두 달에 대한 환상들이다. 그러나 환상이라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달에 소원을 빌며 그 환상을 믿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정월 대보름날 달이 뜨면 꼭 소원을 빈다. 달이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그러나 여기 이 책에는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 달에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닌 개기일식을 통해 저편 어디인가에 있는 다른 세계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다닌 그곳. 여름 캠프가 있다. 그곳에는 자살하려고 시도했던 아이들, 왕따를 당한 아이들, 사회적으로 생활을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곳 캠프에 다녀온 아이들은 자신이 언제 그랬다는 듯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더 큰 사람이 되어 있다. 그것이 모두 그 캠프의 총 책임자인 이시미네 다카시이고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그곳에는 그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아들이 왕따를 당해 자살한 가키자키, 한때 자신도 자살을 꿈꿨지만, 이시미네로 말미암아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된 사토미, 아내와 자식을 교통사고로 잃은 마카베가 그의 동료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들이 모시는 스승인 이시미네 다카시이고가 우연히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고 자원봉사자인 스태프들은 스승님을 데리고 오기 위해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다. 바로 비행기 납치라는 사건을 벌인다. 선량하고 착하기만 한 그들이 왜 어린아이를 인질로 잡으면서까지 비행기 납치를 감행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고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까지 귀가 막히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대충 범인이 누구인지는 나도 감을 잡을 수 있었고 그 감이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범인이 밀실에서 살인했는지에 대한 추리까지는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납치범들 대신 사건을 풀어나가는 자마미 군의 설명을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비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를 보며 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점은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지만. 그와 그의 추리를 반박하며 말하는 마케토도 납치범이지만, 그의 비상한 머리에 찬사를 보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난 그 말을 조금은 믿는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세상에 난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만약 내가 이시미네를 만났다면 아마도 난 그와 같이 개기일식을 통해 이곳을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그들의 작전이 성공해서 그곳을 벗어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결말에 많이 놀랐었고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마미 군이 전해준 소식으로 그쪽으로 건너간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게 되었다. 그들도 다음 세상에서는 그곳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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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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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봄이 와서 그런지 책을 펼치고 읽으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버린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잠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도 춘곤증을 이길 수 없어 그냥 조금 자고 일어나서 읽어야겠다며 몇 분의 단잠을 청하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을 펼쳤을 때도 나른한 춘곤증에 몇 페이지를 읽다가 감기는 눈을 참으며 첫 단편을 다 읽는 순간 너무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인사이트 밀"이라는 이 작가의 전작을 읽어서인지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라는 말에 얼른 그의 책을 읽고 싶었고 이렇게 나의 손에 떨어진 그의 책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엮인 연작 미스터리라고 한다.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난 단편 소설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생각이 차츰 바뀌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다섯 편의 단편들이지만, 각자가 주는 그 섬뜩함에 나도 모르게 조금 치를 떨었다.

부잣집 영예들의 독서 모임인 "바벨의 모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혹하고 아름다운 다섯 편의 단편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무섭게 느꼈던 단편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항상 행실을 똑바로 하며 살아야 했던 탄잔 후키코와 그녀의 충성스러운 하녀 유우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정말 그녀의 무서움에 치를 떨어야만 했던 첫 단편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무츠나 집안의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아마리의 복수극인 북관의 죄인, 마지막 단편인 바벨의 모임에서 제명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인 덧없는 양들의 만찬까지 이 책을 다 읽고 덮어서야 이 책의 제목이 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인지 알 것 같았다.

총 다섯 편의 단편들은 인간들의 덧없는 이상을 나무라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잣집의 영예들이지만,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부모님의 이상과 기대를 넘어서기 위해 허위로 삶을 살아가며 그 허위가 밝혀질게 무서워 몽상가가 되어 바벨이라는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고 그 안에서라도 조금 위안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몽상가가 아닌 현실주의자였던 마지막 단편의 주인공이 바벨의 모임에 제명당했고 그 앙갚음으로 그녀는 덧없는 양들의 만찬을 하게 된 것 같다.

그 몽상가들이 직접 벌이거나 간접적으로 벌인 사건들은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던 무서운 내면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단편마다 주는 섬뜩하고 무서움에 소름이 돋았지만, 이 작가의 새로운 신작을 읽게 되어 좋았다. 그러나 지나친 광고 덕분에 작가에게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게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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