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김지영이다. 읽는 내내 내 인생.. 자서전 같은 멜랑꼴리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여자의 인생 비슷하구나.. 그래서 더 몰입되었다. 엄마라는 세상 가장 대단한 직업인데.. 다들 왜 모른척하는건지. 남편 읽으라고 던져줘야겠다. ㅋㅋㅋ

"손목 많이 쓰지 말고 잘 쉬어. 어쩔 수 없지 뭐."
"애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손목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김지영 씨가 푸념하듯 낮게 말하자 할아버지 의사는 피식웃었다.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 저 의사는 세탁기, 청소기를 써 보기는 한 걸까.
의사는 모니터에 뜬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훑어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는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 P1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