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아이들에게

나이 든 내가, 지금까지의 나와 다르다고 해도
부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주렴
내가 옷에 음식을 흘려도
신발 끈 묶는 법을 잊어 버려도
네게 여러 가지를 알려 줬듯 지켜봐 주길 바란다.

너와 말할 때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해도
부디 막지 말고 고개를 끄덕여 줬으면 해
네가 졸라서 거듭 읽어 줬던 그림책의 따뜻한 결말은늘 똑같아도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줬어슬픈 일은 아니야,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내 마음에격려의 눈빛을 보내 줬으면 해
즐거운 한때에 내가 무심코 속옷을 적시거나목욕하기 싫어할 때는 떠올려 줬으면 해
너를 쫓아다니며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온갖 이유를 대며 싫어하던 너와 함께 목욕했던 그리운 날을 슬픈 일은 아니야,
먼 길을 떠나기 전 준비를 하는 내게
축복의 기도를 해 줘
머지 않아 치아도 약해지고 삼키지도 못하게 될지 몰라다리도 쇠약해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면
네가 연약한 다리로 일어서려고 
내게 도움을청했던 것처럼
비틀거리는 나를 부디 네 손으로 잡아 줬으면 해
내 모습을 보고 슬퍼하거나 스스로가 무력하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너를 꼭 안아 줄 힘이 없다는 건 괴롭지만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마음만은 갖고있길 바라
그것만으로도 분명,
나는 용기가 솟아날 거야
네 인생의 시작에 내가 곁에 있어 준 것처럼
내 인생의 마지막에 조금만 곁에 있어 줘
네가 태어나 내가 받았던 수많은 기쁨과
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갖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싶어

내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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