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전설
안필령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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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작가 스스로의 삶을 써야 한다.

스스로의 삶은 무엇인가 작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

작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란 작가 개인적인 것 일수도 있고 그를 둘러싼 사회일수도 있다. 작가는 태어나는가? 아니다. 작가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그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작가가 자기 삶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글로 적은 책을 보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이불 팔며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고 작가는 자신의 소개 글을 적었다.

평생을 집안 살림과 이불 장사를 함께 하면서 살아오면서도 이야기의 신 내림이 있어서 썼다고 매우 겸손하게 표현한 작가 소개 글이 우선 가슴에 와 닿는다.

여기서 이야기의 신 내림이란 무엇인가.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돈이 최고의 가치이며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두 용인되는 세상.

그러한 세상에서는 삶에 대한 경외감과 타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에 대한 모든 가치가 오로지 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다.

또한 돈을 위해서라면 나를 둘러싼 자연조차도 금전적 수익의 대상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는 세상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간단한 사실조차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무참히 무시되는 세상이 되고 만다.

 

이 소설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권력을 이용하여 인간 삶의 기초가 되는 자연환경을 돈벌이의 수익구조로만 파악하는 사회지도층과, 그러한 구조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인간군상이 한편에 있다. 그 반대편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이 인간의 탐욕에 희생당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둘이 치열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작가는 무엇이 문제인지 또한 무엇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지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가 설정한 수봉산이라는 자연환경에서는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위계질서가 있다.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어감에 따라 그들의 삶이 망가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현실에서 결국 수많은 동물들은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인간에게 반격을 가하게 된다. 그로인한 인간과 동물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대개 작가라 함은 인간의 존재와 실존 혹은 삶의 의미를 묻는 일에 더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갖는 의문과 질문 그리고 그것이 갖는 무게감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러한 의문과 질문이전의 문제, 즉 우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말하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면 그 안에 사는 인간도 살지 못한다는 기본적 생존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작가가 고귀한 철학과 인생담론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갖는 중요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환경이 파괴되면 인간은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유는 뭘까? 이 글 앞에서 작가소개 글이 그 답을 말해준다.

 

작가는 밥하고 빨래하고 이불 파는 평범한 여자이지만 작가 개인의 삶으로만 그것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자연과 사회를 바라볼 줄 알기에 환경문제를 쓴 것이다.

또한 작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동물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인간을 최우선으로 놓는 태도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의 삶이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내고 장사를 하면서도 자기 개인에 갖혀 있는 게 아니라 늘 작가를 둘러싼 사회와 자연을 내 가족 내 가정을 사랑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글은 어려운 이야기보다 늘 우리가 접하는 쉬운 문체로 그냥 넘어가기 쉬운 자연을 소소히 또는 세세히 알기 쉽게 묘사하고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자기만의 세계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자라나는 아이들은 실제의 나무와 꽃과 동물들을 그림과 화면으로만 볼 뿐 실제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작가가 설명하는 자연속의 수많은 식물과 동물에 대한 표현은 이 작가가 평소에 얼마나 자연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사회와 환경을 함께 바라보는 안목이 키워졌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보자.

먹고 살기 위해서 아둥바둥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도 자기 스스로와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무르게 되면 한 번 뿐인 인생에 아쉬움이 남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조차 지켜내기에도 힘든 게 현재의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소위 글을 쓴다는 사람에게는 그 하나의 계단, 힘들지만 올라가야 하는 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자기를 둘러싼 사회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만 자기 삶을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작가의 삶과 글에 대한 것이 자신과 가족에게만 머물지 않고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나 이 작가는 그것을 이뤄내기 위하여 자기의 모든 노력을 다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소제목인 자녀와 함께 읽는 우화 소설이라는 책의 부제는 매우 적절하다.

미래에서 온 전설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하지만 읽는 독자는 수많은 책들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지만 모쪼록 초중등 자녀를 가진 부모는 자녀와 함께 이 책을 읽고서 어느 날씨 좋은 날 공원이라도 산책하면서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하면 나눌 말이 참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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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헌 2016-02-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논리적으로 잘 쓰신 감상편 잘봤습니다.


인천분 2016-02-20 12: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