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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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다 보니 '쇼코의 미소'에서 발전하지 않고 같은 패턴과 주제의 반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남성의 폭력성, 거기에 약하기만 한 여성의 표상은 '쇼코의 미소'에서도 충분했다. 그래서 더 읽지 않았다가 이번 작품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작가 특유의 남성에 대한 폭력성이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어쨌든 역사적으로 관조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었다. 주인공 포함 타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할머니의 캐릭터가 좋았다. 

하지만 이제 작가의 이러한 서사는 여기서 그만! 장편으로 발표한 만큼 작가의 서사는 이 소설에서 절정에 달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좋았기에 또 이 소설과 같은 서사로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됐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을 것 같다. 절제되고 담담하면서도 이름다운 작가의 문체가 동일한 서사성에 묻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소설로 인해 이제는 조금 더 발전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다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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