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지음 / FIKA(피카)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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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묵돌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전작들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첫 장편소설 출간도 기다려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도 작가님의 문체가 드러나서 좋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전 단편소설집보다 훨씬 별로였습니다...

단편소설집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소설에 대한 기다림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중간중간 집중력이 자꾸만 떨어졌습니다. 일단 소설 전체에서 가장 크게 보이던 문제점(?)은 사건의 진행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겁니다.

102‘18’에서는 채은의 걱정이 드러나는데 둘이 처음으로 카페에서 만나고 나서 그 다음 장에는 은희와 민혁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죠. 그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기에 채은이 그렇게 걱정되는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그런 시간에 대한 묘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은희와 민혁의 대화가 나오고, 채은이 밤늦게 가로등 밑으로 불러서 걱정되는 말을 하는 것이 저는 좀 뜬금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민혁은 채은과 관계가 이미 권태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끼고 노래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려 동아리까지 가입했는데 128‘23’ 채은과 밥을 먹고 있는 장면에서는 그런 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귀찮아하는 것 같아요. 채은과 관계를 회복하고는 싶은데, 막상 채은을 보니 또 귀찮아진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계산적이고 애정을 쏟을 대상만 필요로 했던 채은이 더 사랑으로 느껴질 따름이었습니다.

셋째, 민혁이 공연 후에 채은에게 헤어지자고 한 장면은 그 어떤 장면보다도 뜬금없었습니다.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미지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이, 단순히 겉모습만을 보고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은데, 그런 것만으로 채은과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빈약하고 무엇보다 그렇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으면 채은에 대한 애정이 더욱 식었다는 묘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갑작스러워요. 공연한다는 날짜조차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채은의 말을 통해서 드러났는데 그것 또한 뜬금없었고요. 채은이 말하기 전에 서술이 들어갔으면 싶었습니다.

단순히 미지의 모습만으로 헤어지고 싶다? 그럼 영 말이 안 되죠... 솔직히 미지의 등장도 급작스러운 느낌인데. 한마디로 묘사와 서술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넷째, 통기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나중에 미지와 이야기할 기회도 많을 텐데 굳이 공연 전에 은희한테 부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마도 미지에게 반해서 그런 것 같은데 공연 직후에 미지와 만나서 통기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미지에 대한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그렇게 급작스럽게 묘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섯째, 결말도 너무 아쉬워요. 예전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돌아간 민혁이 왜 갑자기 공항으로 가는 거죠? 채은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것만큼이나 뜬금없었습니다. 호주로 가서 샐리를 만나고 싶은 것 같으면 공부하다가 그런 계기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런 계기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하다가 갑자기 호주로 가는 것 같아요. 오히려 민혁 엄마와 은희의 대화가 나옵니다. 여기서 은희는 뭔 상관입니까? 솔직히 이 장면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혁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면 은희에게 할 소리가 아니라 민혁에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은 민혁인데 사실 은희는 민혁에게 조언을 주는 조력자 정도로만 묘사를 했으면 싶었습니다. 은희의 사연은 차라리 은희를 주인공으로 따로 만들던가 하면 모르겠는데 민혁 엄마와 은희의 이 대화 또한 뜬금없고 상황이 맞지 않아요.

또 점장과 민혁의 대화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점장과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사랑을 수학적인 공식을 이용해서 표현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였는데, 제가 수학을 전혀 몰라서 그러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수학적인 공식과 사랑을 대입해서 묘사하려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네요. 작가님은 어떻게든 수학 문제처럼 사랑은 이러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노력이 보이는데, 그러기에는 사건의 묘사 등에서 공감성이 떨어지고, 목차의 제목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고 보니 제가 너무 많이 지적했다는 생각이... 하지만 좋았던 것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평소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이번 작품은 작가님답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는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49쪽에 보시면 보려던 건 아닌데, 읽고 계신 책이 바뀌어서 ………최근에 와서야 읽었거든요.” 이 말은 여자가 한 것 같은데 바로 뒷장에서는 민혁은 뒤늦게 질문의 요지를 알아차리고 말했다로 나옵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여자가 한 말인 것 같은데 인쇄가 잘못된 걸까요?

 

우리가 오늘을 버틸 수 있는 건 언젠가 맑은 날이 찾아올 거라서가 아니야. 비오고 눈 내리는 날을 함께 해 줄 사람이 곁에 있어서지. - P218

사랑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사건이나 알고리즘 같은 게 아니야. 수학 공식처럼 어떻게 하면 반드시 어떤 값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냥 현상이야. 아주 가끔씩 외로운 우리에게 닥쳐오는, 그러면서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말하자면 날씨 같은 거지. 살다 보면 당장 메말라 죽을 것같이 푹푹 찌는 날이 있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흐릿한 날도 있어. 산책하기 좋을 것 같아서 신나게 밖에 나갔다가도 예고 없이 닥치는 소나기는 어쩔 수 없어.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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