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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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에세이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는 세상을 참 아름답게 본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세상을 보는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도,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관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이다. 힘들고 지쳤던 마음이 몽글몽글 누그러지는 느낌이다. 이는 글 속에서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서정적인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 그렇고, 닮고 싶기도 하다. 작가가 그 동안 기억해 오고 감동적이었던 순간, 책에 대한 애정 등을 어떻게 이다지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적을 수 있을까. 이 삭막한 세상에서. 나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많이 치이고 수없이 공격당해왔던, 속았던 기억이 다반사인 나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 사물을 바라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일단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겉모습부터 만만해 보이는데다 여자인 나에게는 대부분 그런 시선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순수하고 순진해서는 또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너무나도 좋지만,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특별히 실렸다는 나뭇잎 소설 아홉 편도 마찬가지고. 소설이 아니라 그냥 감동적인 에세이 같다. 이 에세이와 같은 감성 전달 말고는, 솔직히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책이다. 나도 읽는 동안에는 마움이 몽글몽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으니까.
작가님의 오랜 팬으로서 다음 작품을 슬며시 기대해본다.

장밋빛 유리로 잿빛 현실을 채색하는 마음은 나약함일까요. 차라리 삶을 대하는 용기일까요. 그렇게 바라보는 세상은 가짜인 걸까요? 그렇다면 맨눈으로 응시하고 파악하는 현실이란 과연 얼마나 정확한 세상인 걸까요. 거기엔 오류가 없다고 믿어야 할까요? - P116

작가는 그런 걸 다 기억했다가 나중에 글로 쓰는구나. 나는 잊어버렸는데, 드라마로 나오니까 그 애가 기억나는데. (중략)작가는 다 기억했다 가 자기 글에 쓰는 사람, 끝까지 많은 것을 기억했다가.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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