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 이현주의 생각 나눔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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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많은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 마냥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는 일이다. 주어진 인생이 오늘 하루라면,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인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

저자 이현주는,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동화작가 번역문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으로, 주식회사 드림과 드림실험교회라는 단체를 운영한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도대체 이 책, "그냥 사람의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평화가 길이다"에서, 저자는 세상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가 종교인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기에 여러 글에서 종교적 관점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하고 조언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지금의 시대에서 무한 경쟁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그러나 달리기에서 넘어진 친구를 데리고 함께 뛰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직은 희망이 있고 감동이 살아 있는 세상임을 이야기한다.

종교 다원론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 역시 분명하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만을 중시하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일부 종교인과는 달리 모든 종교와 모든 사람은 결국 하나이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임을 말하고 있다. 때론 말장난같은 내용이 있고 선문답같은 엉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화로운 세상에서의 공존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잘못을 바로 잡아가자는 것이다.

"눈으로 먹는 음식, 입에 들어가는 음식 뿐만 아니라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조심해서 가려야 합니다. 사람은 귀로도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먹습니다."

저자의 두번째 이야기는 "나"에 대한 발견이다. "그냥사람"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2부는, 저자는 물론이고 책을 읽는 나와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자아를 찾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육체의 마비는 부끄러워하면서 정신의 마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그 어리석음이 얼마나 크다 하겠습니까. 늙어가면서 자기 생각에 스스로 갇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그것이 겁나서 사납게 공격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말자고 자신에게 자주 타이르곤 합니다."

다소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이 부분에서는 상황에 반응하는 것(137쪽), 마음에 드는 일(149쪽), 용서(163쪽) 등에 대한 다양한 일상적 주제를 이야기한다. 특히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늘 하루"라는 짧은 글에서는 우스개로 인생의 자세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 이현주는 그의 말대로 보통 사람이다. 예전 누군가 이야기했듯 "보통 사람"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자 하는 그것이 아니라, 진짜 보통 사람인 것이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혀 고생한 이야기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흘려 쓴다. "그래 나 이런 사람이요"라고 말이다. 글에서 어떤 의미를 찾거나 되새길 필요도 없이, 나와 같은 평범하고 무던한 사람이 때로는 사물과 현상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 그 의미를 조금은 둘러 표현하고 적어본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깨달음과 배움을 얻는 것은 "나"와 "우리"다.

하느님에게 기도하며 "항상 함께 하소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하느님은 늘 곁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나무란다. 그는 종교인이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아직도 노력할 것이 많은,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깨달음으로 반성하고 희생하며 사는 인생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종교"나 "기독교"라는 형식을 빌어 내세우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곤 한다. 최근의 사회적 현상과 정치적인 상황까지 맞물려 "종교"는 하나의 권력이기도 하고 하나의 "특권"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습게도, 기독교인을 내세우는 저자의 이 책은 비록 그가 목사라는 "종교인"의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경이나 예수, 하느님을 빙자한 가식적 설교나 우월 의식, 남을 가르치고 끌어당기고자 하는 인위적 의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순수한 인간적 느낌으로 다가서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눈과 머리로 읽지 말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소화해야 한다.

저자는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대운하와 같은 공사, BBK 사건 등에 대해 잠깐씩 건드리며 지나가는데, 정치적인 성향을 가졌다기 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잘잘못을 말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은,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궁극적 주제로 접어들며 마무리하고 있다. 3부 "한 말씀 얻습니다"는 제목처럼, 여러 가지 말씀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하게 쓴 글이지만 실상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에는 가끔 난해하고 어려운 진리가 있기에, 이 내용은 분석하며 읽을 것이 아니라 그저 눈으로 흘려보내며 마음에 남기를 바라는 식으로 훑어가야 한다.

가끔씩 재미있는 표현과 내용을 통해 잔잔한 웃음을 더해주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이 말하듯이 이 아무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별하고 특출나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서 살아오며 느낀 삶에 대한 진솔하고도 깊이 있는 그의 이야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깨달음이란 어떤 위대하고 유명한 사람의 철학과 사상에서 전해지기 보다는, 평범하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진심이 담긴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해준, 작은 발견이라고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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