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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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새로 나온 김동수 작가의 그림책 『오늘의 할 일』에서는 물 속 세상으로 어린이를 초대하는 물귀신이 나온다. 자칫 호러 같지만 그림책 속 물귀신은 한없이 다정하고 예의바르다. 하천 기슭에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온갖 것을 건져 내던 어린이는 우연히 비닐처럼 보이는 뭔가를 발견하는데. 앗, 알고 보니 물귀신 머리카락이다! 옛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용궁에 업고 간 것처럼 물귀신도 이 어린이를 하천 깊은 곳 물 속 세상에 데리고 간다.

물귀신이 하는 일은 오염된 물을 맑게 정화하는 것이다. 이미 죽은 존재인 물귀신이 하천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신선했다. 초자연적인 힘이 아닌 머리카락으로 정화하는 방식도 재미있었고. 수질 오염이 심해지자 어린이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설정도 기발했다. 어른들이 나서서 해야 할 몫을 책임의 주체가 아닌 물귀신과 어린이가 협업해 해결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동시에 내일로 미룰 수 없이 당장 ‘오늘’로 당면한 환경 문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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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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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만약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와 다른 선택으로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희영 작가의 신간 『셰이커』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숱하게 맞닥뜨리는 선택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평범한 직장인인 서른두 살 ‘나우’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한민’과 ‘성진’을 만난다. 한민은 고등학교 때 죽은 ‘이내’를 언급하며 ‘하제’와 연인이 된 나우를 비난한다. 이내와 하제는 5년 넘게 사귄 첫사랑이자 연인이었고 나우는 오랫동안 하제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숨겨왔다.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걷던 나우는 파란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를 따라 건물 사이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이름조차 없는 붉은 색 네온 간판의 칵테일 바에 들어간다. 칵테일 바의 기묘한 분위기가 긴장감을 일으키며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게 한다. 특히 칵테일 바에 먼저 와 있던 다른 손님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지나가는 인물처럼 가볍게 언급된 이 손님에 대한 떡밥이 결말에서 밝혀진다. 바텐더가 건네는 칵테일 ‘블루아이즈’를 마신 나우는 놀랍게도 열아홉 살의 과거로 회귀한다.



바텐더는 혼란스러워하는 나우에게 과거가 아닌 ‘그분의 세계’에 온 것이며 칵테일을 마시면 나우가 원하는 순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내가 죽기 5일 전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된 나우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한다.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 하제에게 청혼할 것인지, 이내를 살릴 것인지. 열아홉 살의 나우가 ‘그린데이’를 마시고 회귀한 곳은 열다섯 살의 과거다. 게임을 하느라 자기 대신 심부름을 보냈던 이내가 하제와 운명적인 첫 만남을 하기 전의 바로 그때였다.



자신이 먼저 하제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약속 장소에 나간 나우는 인연이 될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제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던 나우보다 뒤늦게 알게 된 이내와 훨씬 더 잘 통했던 것. ‘옐로 튤립’을 마신 뒤 가게 된 스무 살은 이내의 부재로 방황하던 하제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가까워진 시점이다. 나우는 하제가 자신을 보면서 평생 이내를 떠올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한편 이내의 여자친구를 좋아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피치블랙’을 마신 나우가 다시 열아홉 살로 돌아가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고3 때 이내는 반려동물 페어에 가려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이내의 죽음을 막기 위한 나우의 노력은 과연 성공할까? 이내를 살리면 하제와 결혼할 수 없는데? 이내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나우에게 잊지 못할 말을 남긴다. 다섯 번의 시간 여행은 나우의 무의식이 불러낸 환상일지 모른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로 현재를 무의미하게 보내기보다 1분 1초가 모두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년에 나온 이희영 작가의 전작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가 떠올랐다. 흔히 인기 웹소설에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주인공은 과거를 바로잡고 행복을 찾기 위해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을 한다. 하지만 『셰이커』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라고 말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이내가 부르던 나우의 별명은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묵직한 주문이다. ‘롸잇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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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될 테야 상상 동시집 29
홍일표 지음, 배도하 그림 / 상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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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될 테야』는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첫’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빛나는 발견과 노련함이 느껴진다. 찾아보니 30년 동안 여러 편의 시집을 낸 베테랑 시인이다. 제목만 보고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화를 낸 맥스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모험을 떠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출간 당시 말썽쟁이 어린이의 반항이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고 한다.

표제작 「괴물이 될 테야」는 “보름달 가면을 쓴 얼굴 하얀 괴물”이 되기를 바라며 “엄마 없는 무서운 밤도/ 햇볕 안 드는 지하방도 꿀꺽” 삼켜버리겠다는 어린이의 다짐을 담고 있다. “학교 가기 싫은 날/ 학교도 먹어 버릴지 몰라”라는 고백이 귀엽고 당돌하다. “아빠가 올 때까지/ 저무는 해를 안고/ 나는 혼자 어두워진다/ 나는 혼자 컴컴해진다(「저녁이 싫어요」)”거나 “나만 아는 비밀(「엄마 생각」)”을 가진 어린이도 괴물이 되면 좋겠다.

지팡이로 땅을 진찰하듯 걷는 눈이 어두운 할머니(「지팡이」), 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매는 통통배(「지팡이」) 등 익숙한 대상을 다르게 보도록 안내하는 재미있는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다가, “산초나무와 싸리나무 사이에/ 두 마음이 오가는/ 은구슬 반짝이는 출렁다리(「거미줄」)”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빗물을 받쳐 든 ‘땅바닥(「소나기 지나간 날」)’과 쓰러지지 않으려고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는 ‘청보리(「봄」)’는 또 어떤가.

어른들이 마음을 몰라줘서 “도깨비 뿔을 단 해”를 그리거나(「내 마음」)과 동생만 좋아하는 엄마가 야속해 뒹구는 깡통을 걷어차는 아이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 내 아이의, 혹은 먼 옛날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동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건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오리나무(「오리나무」)”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은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진심을 다해 전달하는 49편의 동시. 『괴물이 될 테야』를 아껴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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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책만 보고 (보드북) - 서울국제도서전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선정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은경 지음 / 보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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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오리는 책만 보고』가 귀여운 보드북으로 나왔다. 보드북은 책을 물고 빨기 좋아하는 유아들을 위한 책이라 그전보다 크기가 작아지고 재질은 더욱 단단해졌다. 책 읽기 딱 좋은 날 배고픈 악어가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책만 보는 노란 오리 한 마리가 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그렇게 푹 빠진 걸까.

스르륵 오리를 등에 태운 악어는 고놈 맛있겠다며 신이 났다. 하지만 오리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책 읽기에 심취해 있다. 말벌을 피하려던 악어가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급기야 다른 악어들까지 몰려와 오리를 잡아먹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는데 편안한 자세로 기대어 책만 보는 게 재밌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그런 순간을 경험한다면 평범한 일상도 마법처럼 아름답고 특별해질 것이다. 책을 놀이감처럼 접하게 될 유아들도 이 그림책을 보며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이 재미있어서 꽉꽉꽉 웃는 오리처럼, 오리를 잡아먹으려다 책 읽기에 풍덩 빠진 악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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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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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되면서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창비에서 리커버된 책이 나왔는데 전보다 훨씬 산뜻해졌다. 표지에 그려진 로기완의 얼굴이 주연 배우인 송중기를 닮았다. 소설은 시사 주간지에서 한 탈북인의 인터뷰를 보다가 어떤 문장에 이끌려 벨기에 브뤼셀 행을 결심한 ‘나’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뒷부분에서 밝혀지는 이 문장은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살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으로 절망에 빠진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는 로의 일기를 읽으며 그가 머물렀던 거리와 공간의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그의 감정을 어떻게든 이해하려 애쓴다. ‘나’는 로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통해 더 이상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행위가 스스로를 치유한 것이다. 독자 역시 로가 시시각각 느꼈을 절박한 생존의 욕구, 고통과 슬픔 등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물론 타인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삶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해진 작가는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다시 우리가 최선을 다해 공감해야 하는 것의 전제’가 될 거라고 말한다. 나의 삶과 무관한 타인의 삶. 지금 이 시간에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을 수많은 로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 소설을 읽으면서 로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낀 것이 부끄러웠다. 아마 책을 덮으면 또 다시 잊고 말 것이기에 더더욱. 조해진 작가가 그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의 호위’가 될 따뜻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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