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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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만 눈물이 차올라서 혼났어요. 자칫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인 '죽음'에 대하여 아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동화입니다. 어른인 제가 위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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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인생그림책 21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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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어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놀라운 식물의 존재를. 네이버 국어사전 앱을 열고 ‘틈’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라는 뜻 외에도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라는 뜻이 있었다. 그렇구나. 누군가에게는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살아남을 기회일 수 있겠구나.

이순옥 작가의 신간 그림책 『틈만 나면』은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표지를 열면 갈라진 시멘트를 표현한 앞 면지가 보인다. 뒷면지에서는 그 틈으로 기어이 비집고 나온 초록빛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흑백 세상 속에 오직 이 식물들에게만 색채를 부여해준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보도블록 틈새, 하수구 구멍, 전봇대와 벤치 아래, 아슬아슬한 지붕과 담장 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전거 바퀴에 짓밟혀도, ‘틈만 나면’ 공간을 점유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물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작은 틈이라도 뭔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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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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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백 살이 되면』은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느낌이 계속 달라진다. 처음에는 죽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깨고 싶지 않은 긴 잠을 삶이 끝난 뒤의 영원한 휴식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죽으면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하던가. 그림책 속 화자는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사라지고 외부와 연결되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현실 너머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쉬고 있다.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 나무가 되는 상상. 단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한낮인 그곳. 온 가족이 나를 둘러싼 가운데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누구나 꿈꾸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나의 임종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낮잠 자듯 고요하고 편안하게.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눈을 뜨고 싶지 않겠지. 그럴 때 백 살이 되면 좋겠다는 말은 절망과 탄식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흔들어 깨울 수 없는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황인찬 시인의 시와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만난 이 그림책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의 느른한 잠자리를 닮았다. 한잠 푹 자고 나면 개운해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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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요괴
정진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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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옛 이야기 속 여우들은 간을 못 먹어 안달일까. 2022년 바캉스 프로젝트로 기획된 『여우 요괴』가 킨더랜드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바캉스 프로젝트 버전 『여우 요괴』와 비교해 보니 판형이 커졌고 표지 그림이 달라졌다. 속표지도 따로 있다. 천년 동안 도력을 닦은 여우요괴가 인간의 간 999개를 먹고 앞으로 1개만 더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부분 옛 이야기에서 여우의 소원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 속 여우요괴는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만나는 것들마다 죄다 간을 빼먹는 바람에 ‘귀신이고 호랑이고 나발이고’ 모두 여우요괴를 두려워한다. 여우요괴가 못 먹어본 건 오직 사람의 간뿐. 그래서 전국 팔도에서 간 크기로 소문난 김생원을 찾아간다. 간 큰 인간답게 김생원은 여우요괴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의 장르는 놀랍게도 ‘호러 로맨스’. 김생원도 만만찮은 인간이 아니라 여우요괴에게 심지어 ‘밀당’을 한다. 지금 간을 먹어도 좋으나 자신의 간을 더 크게 해줄 수 있다고 몇 가지 제안을 한 것이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공포물에서 갑자기 꽃분홍 로맨스로 장르가 전환되는 장면에서는 알 수 없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여우요괴도 그랬을 것이다. 스윗한 김생원의 매력을 어떻게 거부할까.

『100만 번 산 고양이』에서 수많은 삶을 반복한 고양이가 사랑하는 흰 고양이를 잃고 영영 환생하지 않은 것처럼 여우요괴도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소원을 이룬다. 그리고 간절한 그 마지막 소원 덕분에 자신의 존재를 완성한다(훌쩍). 우리는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면, 누군가를 만나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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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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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일상 곳곳을 어루만져 주는 해님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땅 속의 애벌레부터 파릇파릇한 새싹,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송이들이 모두 해님을 반긴다. 나비와 벌, 텃밭의 채소들이 너도 나도 미소 띤 얼굴로 해님에게 인사를 건넨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은 해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러니 해가 아니라 ‘해님’일 수밖에 없다. 해는 때로 어두운 시절을 보내는 동안 새로운 날들에 대한 염원이 되기도 한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시 「해야 솟아라」의 간절한 희망만 봐도 그렇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어느 하루도 결코 똑같지 않다. 오늘이 저물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기 때문이다.

아마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가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밝고 힘차게 살아가기 위해서. 삶을 있는 힘껏 더 끌어안기 위해서. 추운 겨울 속눈썹 끝에 닿는 한 줄기 햇빛이 찬바람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할 때가 있다. 그러니 누구든 움츠리지 말고 고개를 들어 ‘굿모닝 해님’을 외쳤으면 좋겠다. 굿모닝 해님! 오늘 하루도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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