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고래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는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첫 발을 뗀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스스로 나서는 길. 고래 인형은 아마 아이의 좋은 친구이자 애착 인형이었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온 길을 다시 되짚어 가는 동안 아이를 둘러싼 주변은 복잡한 지하철역,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어느새 미지근한 온도의 바다 속이 된다. 아이가 마치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 것처럼 유영할 수 있는.“오래 떠 있을 거야. 더 멀리 갈 거야. 바람이 나를 통과하는 게 느껴져. 온 세상을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아.”아이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만큼 이동이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도 아이를 방해하지 못한다. 아이가 고래 인형을 찾으러 갈 수 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평소 겁내지 말라고 말해주던 ‘엄지 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좋은 어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용기를 얻어 가고 싶은 곳까지,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훌쩍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첫 시작의 긴장과 두려움 너머 눈부시게 밝은 도약의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윤슬빛 작가의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과 양양 작가의 부드럽고 환상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독자는 한 아이의 서툰 모험을 멀리서 응원하게 된다. 엄마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학교에 갈 수 있다던 초1 내 아이의 뒷모습도 떠오른다.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던, 이제는 그것마저도 추억이 되어 버린. 그리고 지금껏 내가 해왔던 크고 작은 처음과 모든 시행착오들도. “나는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