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소년 - 4·19,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다혜 그림 / 풀빛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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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숙이네 문간방에 사는 영규는 어느 날 신문 배달을 하다 수상한 사내들이 누군가를 납치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자유당’ 완장이 유일한 증거. 선거를 앞둔 때라 어른들은 잡혀간 사람을 걱정하면서도 어쩐지 쉬쉬하는 분위기다. 납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영규는 주인집 딸 말숙, 홍철과 ‘하나마나 탐정단’을 결성한다. 납치되었던 사람이 탱자나무 집 정태 형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4.19 혁명을 향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가 서사의 몰입을 더한다. 특히 3.15 부정 선거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대목이 주목된다. 반공 청년단을 비롯한 정치 깡패들이 사람들을 윽박질러 부정 선거를 부추기거나, 사전 투표에 반발하는 민주당 선거 참관인들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끌려 나가는 모습이 영규와 홍철의 시선에서 거침없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비겁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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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왜 정치 싸움을 할까. 국민이 잘 살도록 머리 맞대고 얘기를 나눠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싸움질이나 하고. 그리고 자유당과 대통령은 왜 욕심을 부릴까. 학교에서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된다는 것을 안 배웠나?

자유당의 부정 선거를 고발하는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마산에서 실종된 김주열의 시신이 바다 위에 떠오르자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다. 마침내 1960년 4월 19일 전국에서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 역사적 현장에는 홍철과 영규 같은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홍철이 총에 맞고 쓰러지자 경무대 앞에 나서서 공권력의 부당함을 외치는 영규가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말숙이 할머니다. 한국 전쟁 때 인민군에게 가족을 잃은 말숙이 할머니는 자유당 열혈 지지자이며 시위하는 학생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김주열 사건을 알고 난 뒤 조금씩 변화한다. 경찰인 아들에게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급기야 할머니 시위대를 조직하기까지 한다. 할머니라고 얕보지 말라고, 우리는 일제 때 3.1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에게 만약 우리가 1960년 4월 19일로 가게 된다면 혁명에 참여할 것인지 물었다. 아이는 계엄군 탱크도 무섭고 죽을 수도 있으니 집에 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나갈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사람들이 총에 맞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부리나케 도망갈지도 모르겠다. 그날 거리에 선 사람들은 초인이 아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깨어 있는 민주 시민의 단합된 힘. 2024년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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